WELCOME 4
오르가니스트 크리스티안 슈미트
오르간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세우다
부산콘서트홀의 첫 오르간 연주회를 앞두고
지난 6월 20일, 부산 최초 클래식 음악 전용 공연장 ‘부산콘서트홀’이 개관하여 시민들과 세간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그중 콘서트홀의 백미는 단연 파이프 오르간. 세종문화회관(1978년 설치), 롯데콘서트홀(2016년), 부천아트센터(2023년)와 함께 나란히 할 네 번째 국내 파이프 오르간이 설치된 공연장, 비수도권 최초의 파이프 오르간 홀이다. 4,423개의 파이프를 타고 64개의 음색이 터져나올 오르간은 독일 오르간 제작회사 프라이부르거(Freiburger)가 제작했다. 약 22개월 동안 독일에서 제작된 후 부산항을 통해 입항했고, 이후 3개월에 걸쳐 부산콘서트홀 내부에 설치됐다. 약 3천 5백 명의 전문 오르가니스트들과 약 5만 대 가량 추정되는 파이프 오르간을 가지고 있는 독일에 비해, 아직 오르간 음악의 뿌리가 미비한 한국에서 비수도권에 파이프 오르간 홀이 설치된 것은 그 자체로 낭보다.
개관 전부터 빠르게 이어진 예매 열기는 부산콘서트홀의 ‘2025 파이프 오르간 시리즈’에 쏠린 뜨거운 기대감을 방증했다. 오는 7월 12일, 시리즈의 포문을 여는 첫 번째 주자는 독일의 오르가니스트 크리스티안 슈미트(1976~)다.
올해 3월 말 롯데콘서트홀에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생상스의 교향곡 3번 ‘오르간’을 연주했는데요, 당시 어떤 인상을 받았습니까?
당시 상임지휘자인 다비트 라일란트와 함께 리허설에 임했을 때, 국립심포니의 엄격한 리허설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롯데콘서트홀은 오르간 음악에 매우 잘 어울리는 공간이었습니다. 지나치게 건조하지 않아서 음색이 잘 살아났거든요.
새 오르간에 첫 손가락을 얹으며
부산콘서트홀 오르간 시리즈의 첫 선을 끊습니다.
기분이 매우 좋습니다. 새로운 콘서트홀의 새 오르간과 함께 연주하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죠. 감사하게도 이러한 경험을 몇 번 가지고 있는데요, 함부르크의 엘프 필하모니 개관 콘서트와 취리히 톤할레의 오르간 봉헌 연주회에서 새로운 오르간으로 가장 먼저 연주했었습니다.
그렇군요. 이번 연주의 프로그램은 각 시대의 작곡가 작품으로 구성하고, 바흐와 헨델 사이에 현대 작곡가를 끼워 넣어 배치했네요.
새로운 오르간의 위력을 보여주려면 프로그램을 색채감 있게 짜는 것이 중요합니다. 새 오르간을 듣기 위해 온 관객에게 많은 음색을 다채롭게 들려줄 수 있어야 하니까요. 레퍼토리의 구성은 오르간 제작사(프라이부르거 사) 대표인 틸만 슈페트(Tilman Späth)와 논의하며 마치 ‘작곡하듯이’ 구성한 것입니다. 그 역시 자사의 오르간 특성이 잘 표현되기를 바랐기에, 그의 의견을 적극 반영했습니다.
세계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오르간들을 처음 만나 연주를 하는 것은 설레는 일입니다만, 단시간에 악기를 파악하고 레퍼토리에 맞는 음색을 재빨리 꾸려야 하지요.
연주 전 충분히 고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결국 모든 악기는 다르고, 홀의 음향 역시 중요한 요소입니다. 공연장의 크기, 오케스트라의 구성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굉장히 많습니다. 제가 경험을 통해 배운 점은, 새로운 오르간을 연주하거나 새로운 음향 환경에서 연주할 때, 스스로를 촬영·녹음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며칠 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있었던 협연도 마찬가지였는데, 모든 레지스트레이션(음색 조합)을 사전에 혼자서 준비해야 했고, 한 번 오케스트라와의 리허설만 있었습니다. 모든 구성이 완벽히 준비되어 있어야 했죠. 이 이야기는 사실 몇 장에 걸쳐 써도 모자랄 정도입니다.
부산 콘서트홀의 오르간은 독일의 프라이부르크 오르겔바우사(Freiburger Orgelbau)에서 제작했습니다. 이에 기대를 거는 점이 있다면요?
대형 콘서트홀용 오르간이 갖춰야 할 모든 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악기가 새롭게 지어진 홀의 음향 환경과 어떤 조화를 이룰지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홀의 입체적 공간·잔향·음색 등은 악기의 잠재력을 드러내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죠. 더불어 설치와 조율을 맡은 라이너 얀케(Reiner Jahnke)처럼 풍부한 경험이 많은 전문가가 참여한 것도 이 오르간을 신뢰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오르간의 발전을 도모하다
취리히 톤할레의 오르간 설계 제작 과정에 자문했고, 밤베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는 오르간 시리즈의 기획자로도 활약 중입니다.
네, 맞습니다. 12년째 밤베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 오르간 시리즈를 이끌고 있으며, 최근 4년간 취리히 톤할레에서 오르간 페스티벌도 맡고 있습니다. 저는 새로운 악기의 첫 순간을 콘서트 기획자들이 잘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지점이 오르간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는 ‘출발점’이기 때문입니다. 꾸준한 시리즈와 정기적인 공연을 통해 관객 수를 안정적으로 늘리고, 오르간과 오케스트라 또는 다른 악기와의 앙상블에 대한 흥미도 끌어낼 수 있죠. 이런 과정이 부산에서 이루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많은 오르가니스트들은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어렵게 생각하곤 합니다. 당신은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때 음악적으로 어떻게 접근하나요?
오케스트라와의 합주는 확실히 많은 경험이 필요한 작업입니다. 오르간은 매우 큰 음향 덩어리이며, 지휘자의 움직임에 즉각 반응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일반적인 악기들과 다르게, 다이내믹·템포 변화에 유연히 반응하기 어렵죠. 그래서 저는 가능한 한 리허설에서 오케스트라와의 호흡을 세밀히 맞추고, 연주 중에는 전체적인 흐름을 민감하게 읽습니다. 오케스트라의 단원인 제 아내와 이런 주제에 대해 자주 대화를 나누며 관점을 넓히기도 하고요. 지난 25년 동안 베를린 필하모닉과 밤베르크 심포니 등 세계 여러 악단과 협연하며 오르간이라는 악기가 오케스트라와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를 배워가는 중입니다.
오르간은 여전히 ‘교회 안의 악기’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교회 안의 오르간과 콘서트홀의 오르간은 어떤 점이 다른가요?
제가 느끼기엔 오르간이 콘서트홀에서 훨씬 큰 가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음향입니다. 대성당이나 교회는 4~8초 사이의 긴 잔향이 있지만, 콘서트홀은 1~2.5초 정도로 짧습니다. 이 차이는 연주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죠. 또 다른 차이는 연주자가 ‘보인다’는 점입니다. 콘서트홀은 연주자가 무대 위 전자 연주대에 앉아 있는 경우가 많아, 관객이 오르간 연주를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다는 점이 특별합니다.
오르간의 확장성과 대중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람들은 파이프 오르간의 위용에 매료됩니다. 그러나 파이프 뒤에 얼마나 다양한 부품들이 숨어 있는지, 얼마나 많은 기술이 동원되는지 모르죠. 콘서트홀에 설치된 오르간은 4,000개 이상의 파이프를 갖추고 있으며, 20톤 무게의 수많은 재료와 기술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요소들은 교육적인 측면과 감동적인 소리, 그리고 악기에 대한 열정 모두를 관객과 공유할 수 있는 훌륭한 기반이 됩니다.
많은 이들은 잘 모를텐데요, 오르가니스트에게는 신발도 중요하죠. 오르간 슈즈는 어디서 사나요?
하하. 이게 마지막 질문인가요? 몇 년 전, 좋아하던 미국산 오르간 슈즈 한 켤레를 잃어버렸습니다. 제가 활동 중인 유럽의 많은 악단에는 ‘에나멜 구두’를 신어야 한다는 복장 규정이 있습니다. 제가 사는 슈투트가르트에는 훌륭한 아웃렛이 있어, 여러 브랜드의 멋진 에나멜 구두를 구입할 수 있죠.
윤이 나는 오르간 위에 손가락을 얹고, 반짝이는 구두로 페달을 누르는 순간, 크리스티안 슈미트는 새로운 공간에 소리를 심기 시작한다. 올 하반기 연이어 내한할 오르가니스트들과 이제 막 숨을 틔운 새 악기의 조합을 주목하자.
글 유내리 수습기자 사진 부산콘서트홀
크리스티안 슈미트(1976~) 독일 출신의 오르가니스트. 2021년부터 네덜란드 로테르담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밤베르크 심포니의 수석 오르가니스트다. 40개의 음반을 발매, ‘Bach 333 프로젝트’ ‘비도르 오르간 심포니 Op.42-3’ 음반으로 2013년 에코클래식상을 수상했다.
PERFORMANCE INFORMATION
부산콘서트홀 2025 파이프 오르간 시리즈
크리스티안 슈미트 7월 12일 오후 5시 올리비에 라트리 9월 10일 오후 7시 30분
켄 코완 10월 11일 오후 5시 토머스 트로터 11월 28일 오후 7시 3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