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니스트 미샤 그로일, 편안한 길로 음악을 인도하는 음악생리학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5년 7월 14일 9: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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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니스트 미샤 그로일

편안한 길로 음악을 인도하는 음악생리학

 

연습과 연주를 위한 통증 예방부터 심리적 안정까지, 연주자를 위한 과학적 접근

 

 

한 소년이 음악회를 찾았다. 무대에서는 어느 젊은 연주자가 모차르트의 호른 협주곡을 연주하고 있었다. 호른 소리에 단번에 매료된 소년은 ‘이 악기를 꼭 연주하겠다’라고 결심했고, 호르니스트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 그 젊은 연주자는 7년 뒤 저의 대학 교수님이 되었답니다”라며 유쾌하게 호른 인생의 시작점을 들려주는 그의 이름은 미샤 그로일.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 그슈타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등 유수의 악단에서 활동했고, 최근에는 KBS교향악단 객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국제적인 연주 경력을 쌓아온 그는 교육자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그의 수업은 특별하다. 실기 수업 외에도 부상을 예방하며 연습하는 방법을 안내하기 때문. 학생들은 금세 변화를 체감하며 연주와 신체, 마음가짐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게 된다. ‘음악생리학(Music Physiology)’이라고 불리는 수업이다. 그는 현재 취리히 예술대학에서 이 학문을 가르치며, ‘몸과 마음이 건강한 연주 생활’을 전파 중이다.

미샤 그로일은 국립심포니 국제아카데미를 비롯해 한국에서도 여러 차례 워크숍을 열어 음악생리학을 가르쳤다. 아직은 낯선 분야지만 모든 연주자에게 꼭 필요한 이 학문에 관해 묻자, 그는 이메일을 통해 친절하고도 쉬운 언어로 음악생리학의 세계를 안내해 주었다.

 

‘좋은 연주’는 ‘건강’한 몸에서 시작된다

음악생리학은 어떤 학문인가요? 실제로 효과가 있나요?

음악 생리학은 연주할 때 신체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손·팔·목소리·호흡처럼 연주에 사용되는 부위의 움직임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죠. 연주자들의 통증이나 근육 긴장 등의 문제를 예방하고, 건강하게 연습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음악생리학에 처음 관심이 생긴 계기가 궁금합니다.

아주 자연스럽게 접하게 됐어요. 제가 20년 넘게 재직 중인 취리히 예술대학에는 1990년대부터 음악생리학과 예방의학을 연구하는 기관이 있었거든요. 그리고 원래 의학에도 관심이 많아서, 언젠가는 이 분야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리라 생각했어요.

음악생리학을 공부하기 전과 후, 자신의 연주에 변화를 느꼈나요?

그럼요. 무대에서 훨씬 더 안정감을 느낄 수 있게 되었죠! 그렇지만 몸은 평생 배워가는 존재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몸의 감각을 느끼고 완전히 체화했을 때, 비로소 정신적인 안정감과 연주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는 법이니까요.

 

지속 가능한 연주 생활을 위하여

그런데 연습이나 연주 중 통증은 피할 수 없는 것 아닌가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많은 연주자가 과도한 연습이나 잘못된 자세로 문제를 겪지만, 체계적인 훈련으로 예방할 수 있어요. 음악생리학은 근육통은 물론 무대 공포처럼 심리적인 문제도 함께 다룹니다. 연주는 일종의 고강도 운동에 가까워요. 운동선수에게 트레이너가 필요하듯, 연주자에게도 음악생리학이 꼭 필요한 것이죠.

신체 감각과 심리적 안정이 중요하다고 느낀 경험이 있었나요?

한 학생이 연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평발이 원인이었습니다. 발이 바닥에 잘 지탱되지 않으니, 호흡이 흐트러지고 연주도 불안정해진 것이죠. 발 근육을 단련하는 훈련부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나자 훨씬 더 자신감 있는 연주가 가능해졌습니다. 사람마다 체형이 다르기에 연주 자세도 달라야 해요. 관절이 부담을 느끼는 자세를 계속 유지하면, 어떤 곡은 아예 연주가 불가능해지기도 하거든요.

워크숍에 참여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훈련 팁을 소개해 주세요.

음악은 소리가 나기 전에 이미 시작됩니다. 이것은 곧 소리를 내기 전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해요. 매일 할 수 있는 호흡 훈련을 추천합니다. 예를 들어, 천천히 걸으면서 숨을 내쉬며 4까지 세고, 들이쉴 때는 5, 다시 내쉴 땐 6까지 세어 보면서, 자신에게 맞는 호흡 주기를 설정하고 점점 늘려가는 거죠. 꾸준히 연습하면 긴장된 상황에서도 심박수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어요.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호르니스트로서 많은 공연과 레퍼토리를 연주해 왔는데요. 이제는 주어지는 여러 기회 중 선택하여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참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특히 한국에서 연주하게 되어 늘 기쁘게 생각합니다. 지난 6월, 정명훈/KBS교향악단과 함께 브람스의 교향곡 3·4번을 연주한 일도 정말 인상 깊은 순간이었습니다. 저에게 음악은 ‘반드시 해야만 했던 일’이 아니라 늘 자연스럽고 즐거운 일이었기에, 아마 이 생활이 평생 계속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교육자로서는 지금까지 제가 쌓아온 경험을 학생들에게 온전히 전하고, 그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한국에서 음악생리학 워크숍을 들을 수 있을까요?

11월 10일부터 15일까지 서울에서 워크숍과 강의, 코칭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전문 연주자와 음악 전공자들을 대상으로 음악생리학을 소개하고, 한국 최초의 음악생리학 연구소 설립을 위해 특별히 마련한 프로그램도 함께 선보일 예정입니다.

김강민 기자 사진 소누스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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