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
테마가 있는 추천 음반
여성 작곡가들의 흔적을 되짚으며
터너: 하프시코드를 위한 여섯 개의 레슨
콘스탄차 레우치(하프시코드)
Brilliant Classics 97319
‘영국 여성 작곡가들의 첼로 은하계’
캐서린 윌머스(첼로), 질 모튼(피아노)
Divine Art DDX21134
새로운 작곡가를 발견하는 일만큼 흥미로운 경험이 또 있을까. 두 연주자가 역사 속으로 잊힌 영국 여성 작곡가들을 오늘의 무대로 다시 불러냈다.
하프시코디스트 콘스탄차 레우치는 18세기의 여성 작곡가 엘리자베스 터너(?~1756)의 ‘하프시코드를 위한 여섯 개의 레슨’을 발매했다. 수록된 작품은 모두 쿠랑트·미뉴에트·지그 등 바로크 춤 형식 중심의 모음곡으로, 바로크 시대 작품의 양식적 아름다움과 터너의 개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오늘날 터너의 이름을 기억하는 극히 드물지만, 그는 18세기에 작곡가·성악가·하프시코디스트로 활약한 유명 음악가였다. 콘스탄차 레우치는 터너의 작품을 연구하고 연주하기 위해 시대악기 앙상블 ‘이갈 앙상블’을 창단했으며, 작곡가를 향한 애정을 바탕으로 섬세한 연주를 들려준다.
첼리스트 캐서린 윌머스는 ‘왜 여성 작곡가의 작품은 레퍼토리에서 늘 소수인가’라는 질문을 오랫동안 품어왔고, 19~20세기의 여성 작곡가 11명의 작품을 수록한 이번 음반을 통해 하나의 해답을 제시한다. ‘영국 여성 작곡가들의 첼로 은하계’라는 음반의 제목처럼, 반짝이는 첼로 작품들이 은하처럼 펼쳐진다. 수록곡 중 엘리자베스 포스턴(1905~1987)의 ‘나의 사랑(L’amour de moi)’이 특히 낭만적이고 사랑스럽다. 윌머스는 절제된 표현 안에 깊은 감정을 담아 연주하고, 피아니스트 질 모튼과 마치 대화를 주고받듯 자연스럽게 호흡을 맞춘다. 김강민
프랑스 가곡의 아름다움
‘지평: 프랑스의 멜로디’
키티 와이틀리(메조소프라노), 에드위지 헤르헨로더(피아노)
Chandos CHAN20324
‘나는 그대를 원해요!’
줄리 셰리에 호프만(메조소프라노), 프레데리크 샤슬랭(피아노)
Aparte AP383
두 명의 메조소프라노가 프랑스 예술가곡을 노래했다. 서정적인 선율과 프랑스 가곡의 조화는 생동감 넘치는 20세기의 파리로 돌아간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BBC 영 아티스트 출신의 메조소프라노 키티 와이틀리(1983~)와 피아니스트 에드위지 헤르헨로더가 릴리 불랑제·마르그리트 카날·앙리 뒤파르크·드뷔시 등 20세기 초 프랑스 작곡가들의 가곡을 조명한다. 1889년 만국박람회를 전후한 시기, 급격한 문화 개방으로 예술이 가득했던 파리는 여성의 사회 참여가 확대되며 새로운 시선과 예술적 감각이 등장했다. 음반 ‘지평: 프랑스의 멜로디’는 당대의 배경과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여성들 간의 사랑을 담은 에로틱한 시집 ‘빌리티스의 노래’와 중국 시집을 불어로 번역한 프란츠 투생의 ‘옥피리’ 등이 수록돼 있다.
메조소프라노 줄리 셰리에 호프만과 피아니스트 프레데리크 샤슬랭이 함께한 음반 ‘나는 그대를 원해요!’는 프랑스 예술의 진수를 담아냈다. 사랑과 자연을 중심으로, 프랑스 시와 음악이 교차하는 지점을 섬세하게 그렸다. ‘꿈꾸고 난 후에’ ‘나는 그대를 원해요’부터 숨겨진 명곡들까지, 프랑스어 특유의 살랑거리는 서정이 담겨 있다. 시적인 감정과 우아한 선율이 조화로워, 프랑스 가곡 특유의 정서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유내리
이 달의 추천 음반
레스피기 ‘화염’
카를로 리치(지휘)/베를린 도이치 오퍼·합창단/
올레샤 골로네바(실비아), 게오르기 바실리예프(도넬로), 이반 인베라르디(바실리오) 외/크리스토프 로이(연출)
EuroArts 8024248267(CD), 8024248264(Blu-ray)
이탈리아 작곡가 레스피기(1879~1936)의 말년 오페라작. 7세기 비잔틴 제국을 배경으로 한 오페라로 그레고리안 성가를 연상시키는 음악부터 림스키코르사코프로부터 물려받은 관현악법까지 통합적으로 담고 있다. 권력을 둘러싼 상황에서 계모인 실비아는 아들 도넬로와 금지된 사랑에 빠진다. 결국 그녀가 마녀로 몰리며 화형당하는, 잔혹한 파국이다. 크리스토프 로이의 간결한 연출 위 성악가들의 캐릭터와 합창의 호연이 빛난다.
로열 발레 ‘맥밀란 기념’
코엔 케셀스(지휘)/로열 오페라 하우스 오케스트라/
이사벨라 가스파리니·자코모 로베로·에슐리 딘· 프란체스카 헤이워드(출연) 외/
케네스 맥밀란(안무) Opus Arte OA1388D(DVD), OABD7325D(Blu-ray)
안무가 케네스 맥밀란(1929~1992)의 세 단편을 엮은 영상물. 무용수 맥밀란을 본격적인 안무가로 변화시킨 초기작 ‘무곡 협주곡’(음악 스트라빈스키/1955), 쇤베르크·베베른의 음악에 무용을 붙인 ‘별난 드러머’(1984), 세상을 떠난 동료 안무가 존 크랑코에게 바친 ‘레퀴엠’(음악 포레/1976)이 담겨 있다. 로열 발레는 내한(7.4~6/LG아트센터)을 앞두고 있으며, 맥밀란의 안무작을 프로그램에 포함하고 있다.
로시니 ‘탄크레디’
이첸 린(지휘)/빈 심포니 오케스트라·프라하 필하모닉 합창단/
안토니노 시라구사(아르지리오), 안드레아스 볼프(오르바차노), 라우라 폴베렐리(이사우라) 외/얀 필립 글로거(연출)
C Major 769208(2DVD), 769304(Blu-ray)
브레겐츠 페스티벌은 거대한 호수 무대를 배경으로 한 야외 공연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실내극장에서는 보다 실험적인 무대가 펼쳐진다. 연출가 얀 필립 글로거는 원작의 배경인 11세기 시칠리아를 현대의 남미 마약 카르텔 세계로 치환했다. 글로거는 영웅 탄크레디(안나 고리야초바 분)를 강한 성격의 여성으로 재구성하고 아메나이데(멜리사 프티 분)와의 관계를 동성 간의 사랑으로 재설정했다. 2024년 브레겐츠 페스티벌 실황.
오펜바흐 ‘호프만의 이야기’
마크 민코프스키(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빈 슈타츠오퍼 합창단/
크리스티안 판 호른(린도르프·코펠리우스·미라클 박사· 다페르투토), 케이트 린지(뮤즈·니클라우스) 외/ 마리암 클레망(연출)
Unitel Editions 811808(2DVD), 811904(Blu-ray)
프랑스 연출가 마리암 클레망이 1970년대 SF영화부터 고전 의상극 등 각기 다른 장르의 영화를 오페라 속에 녹여냈다. 이번 연출에서 호프만은 작가이자 영화감독, 그리고 짝사랑의 비극 한가운데 선 인물로 그려졌는데, 테너 뱅자맹 베른하임은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파괴적인 비극을 훌륭하게 표현해냈다. 소프라노 캐서린 레벡은 콜로라투라와 감미로운 선율, 강렬한 드라마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깊은 인상을 남긴다.
도니체티 ‘그라나타의 조라이다’
알베르토 자나르디(지휘)/글리 오리지널리 오케스트라· 라 스칼라 극장 아카데미 합창단/
김건우(알무지르), 주자나 마르코바(조라이다), 체칠리아 몰리나리(아베나메트) 외/ 브루노 라벨라(연출)
Dynamic DYN38068(2DVD), 58068(Blu-ray)
15세기 스페인 무어 왕국의 그라나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사랑과 배신, 화해의 이야기. 1822년 도니체티는 이 오페라를 성공적으로 초연, 2년 후 약 1시간 분량을 추가한 개정증보판을 발표했다. 1824년 개정판이 브루노 라벨라의 연출로 공연된 2024년 도니체티 페스티벌 실황이 담겨 있다. 간결하게 표현된 무대와 현대적인 의상과 달리, 연주는 글리 오리지널리 오케스트라가 시대악기로 연주했다.
로열 발레 ‘웨인 맥그리거 컬렉션’
로열 오페라 하우스 오케스트라/타마라 로조·페데리코 로델리·에드워드 왓슨(출연) 외/웨인 맥그리거(안무)
Opus Arte OA1380BD(DVD), OABD7318BD(Blu-ray)
로열 발레의 상주안무가 웨인 맥그리거(1970~)의 대표작 세 편, ‘크로마·인프라·리멘’(2008), ‘울프 작품집’(2017), ‘단테 프로젝트’(2021)이 담긴 영상물이다. 발레의 전통성을 지켜온 로열 발레 역사상 맥그리거는 최초의 현대무용 출신 상주안무가로 2006년 임명되었다. 현대 발레의 경계를 넓혀온 웨인 맥그리거의 예술 세계를 로열 발레의 절대 기교와 함께 조망할 수 있는 영상물. 웨인 맥그리거가 제시하는 현대 발레의 새로운 언어를 감상할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