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 칸 영화제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5년 7월 21일 9:00 오전

WORLD HOT_FRANCE

전 세계 화제 공연 리뷰 & 예술가

 

제78회 칸 영화제 5.13~24

상상과 음악이 만나는 영화의 언어

 

칸 영화제 현지에서 만난 영화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와 작곡가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의 마스터클래스

 

 

영화음악 작곡가들의 작곡가 알렉상드르 데스플라(1961~)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과 ‘셰이프 오브 워터’로 두 번의 아카데미상 음악상을 받고, 지금까지 약 160편에 달하는 영화의 사운드트랙을 만들었다. 웨스 앤더슨, 기예르모 델 토로 등 개성파 감독들의 오랜 동반자이기도 한 그는,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2003)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2008) ‘작은 아씨들’(2019) 등 뉘앙스가 풍부한 영화부터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2007)과 같은 판타지 블록버스터까지 넓은 필모그래피를 자랑한다. 무엇보다 등장인물의 마음을 읽는 듯한 서정성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칸 영화제는 사셈(SACEM, 프랑스 음악가·작곡가·편집자 연합)과 함께 매년 영화음악 작곡가와 영화감독을 초대해 이들의 작업을 돌아보는 마스터클래스를 개최한다. 올해는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와 기예르모 델 토로(1964~)가 선정됐다.

두 사람은 ‘셰이프 오브 워터’(2017)와 ‘피노키오’(2022)에 이어 올가을 넷플릭스에서 공개될 ‘프랑켄슈타인’까지 7년간 협업을 이어오고 있다. 델 토로는 아름다운 시각 효과와 흡인력 있는 스토리로, 장르와 작가주의 영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감독으로 평가받는다. 대담은 영화음악 기획자 스테판 르루즈의 진행 아래 두 사람 각각의 대화로 구성됐다.

 

상상의 세계를 작곡하다

칸 영화제 마스터클래스 ©Frederic Murarotto

십 대 시절부터 영화음악 작곡가를 꿈꿨다고요.

데스플라 영화는 제 우상이었어요. 특히 스코세이지, 드 니로, 스필버그의 뉴 할리우드(196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의 신세대 감독들을 주역으로 미국 영화사에서 발생한 사조) 영화를 좋아했죠. 영화에 빠지면서 자연스럽게 영화음악에 관심이 생겼고, 강박처럼 레코드를 모으기 시작했어요. 들을 수 있는 모든 걸 들었죠. 비디오가 없던 시절이니, 영화를 다시 보려면 극장을 여러 번 찾을 수밖에 없었고요. 그러면서 영화에서는 무엇이든 작곡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무엇보다 음악은 영화에 새로운 움직임과 공간이라는 차원을 더해주었습니다. 어쩌면 그 상상의 세계와 마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죠.

당신의 음악은 여러 문화가 뒤섞인 모자이크 같습니다.

데스플라 제가 작곡하는 거의 모든 음악에 아프리카, 브라질, 그리스의 리듬이 녹아있어요. 작곡 초기부터 그건 분명했습니다. 음악의 탄생은 필연적으로 먼 곳에서 비롯돼요. 어린 시절 접한 많은 것들로부터요. 크리에이터는 자신의 상상력을 형상화하고 질감을 부여하는 사람이고, 영감을 주는 이미지를 음악으로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해요.

2000년대 전후 영미권 영화들과의 협업은 당신의 전환점이 됐습니다. 특히, 영화 ‘탄생’(2004)의 오프닝 시퀀스가 한몫했죠. 눈 덮인 텅 빈 센트럴 파크에서 한 인물이 달리는 이 장면의 음악은 어떻게 구상했나요?

데스플라 조너선 글레이저 감독은 이 영화를 몰락한 왕, 죽은 구혼자를 둔 공주, 그리고 새 구혼자가 등장하는 동화처럼 바라봤어요. 그래서 저는 일정한 리듬감을 유지하면서도 다른 인물들을 위한 음악적 공간을 남겨두는 방식으로 시퀀스를 구성했죠. 먼저 높은 음역에서 네 대의 플루트를 위한 리듬 모티브를 썼고, 낮은 음역은 오케스트라를 위해 비워뒀습니다. D장조가 계속되는 덕분에 플루트 아래에 어떤 악기든 대입할 수 있어요. 그렇게 캐릭터들이 카드놀이처럼 등장합니다.

지난해 칸 영화제 경쟁에 올랐던 ‘더 모스트 프레셔스 오브 카고스’에서 나무꾼과 아이의 장면도 인상적이었어요.

데스플라 영화음악은 대부분 오프닝에서 시작해 엔딩까지 이어집니다. 즉, 시간 순서대로 흘러가죠. 저는 처음에 몇 가지 씨앗을 심어둡니다. 작은 씨앗들이 서서히 자라나 음악이 꽃피울 순간이 오면, 구조화된 방식으로 피울 수 있도록요. 아이와 나무꾼이 만나는 순간이 바로 그 멜로디가 열리는 지점이에요.

 

감독과 작곡가, 예술의 경계를 넘다

알렉상드르 데스플라 ©Frederic Murarotto

(기예르모 델 토로가 등장했다) 1960~1970년대 멕시코 소년은 어떻게 영화음악 애호가가 되었나요.

델 토로 제가 처음 산 음반이 영화 ‘죠스’와 ‘대부’였어요. 당시 영화를 다시 보는 유일한 방법은 어두운 방에서 눈을 감고 레코드를 듣는 것이었죠. 지금도 상당한 시간을 음악 듣기에 할애합니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영화음악 장면은 무엇이었나요?(영화 ‘죠스’의 한 장면이 재생된다)

델 토로 스티븐 스필버그는 작곡가처럼 영화를 만들고, 존 윌리엄스는 감독처럼 음악을 만듭니다. 아름다운 만남이죠. 저는 알렉상드르를 작곡가가 아닌, 영화감독이라고 생각해요. 어제 ‘프랑켄슈타인’의 한 장면을 봤는데, 마치 ‘탄생’의 도입부처럼 모든 것을 알아차린 듯했죠. 글레이저 감독은 카메라의 높이와 렌즈의 폭이 음악을 숨 쉬듯 담아낼 수 있게 했어요. 렌즈가 길거나 카메라가 낮았다면, 카메라의 음악성은 우리와 비슷했을 거예요.

영화음악 작곡이 인상적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델 토로 제가 할 수 없는 일을 하니까요. 저는 나쁜 보스예요. 제가 간섭할 수 있는 일들은 대개 ‘안 돼!’라고 말하거든요.(웃음) 알렉상드르와 작업하기 전엔 녹음실에 가본 적도 없었어요. 그런데 알렉상드르는 제가 직접 와서 감정을 나눠야 한다고 했고, 그렇게 처음으로 녹음 세션에 참여하게 됐어요. 비로소 그곳에서 어떤 대화가 오가는지 알게 됐습니다.

‘셰이프 오브 워터’는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음악상 등 주요 상을 받았습니다. 영화를 처음 봤을 때를 기억하시나요?

데스플라 촬영본은 이미 흠잡을 데 없었어요. 카메라에 음악적 움직임이 있어 작곡이 수월했죠. 우리는 물과 파도의 이미지를 이야기했고, 플루트 12대를 떠올렸어요. 이 편성으로 묘한 질감이 생겼죠.

델 토로 저는 빈센트 미넬리 스타일의 뮤지컬을 만들고 싶었어요. 카메라 움직임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그 스타일요. 엘라이자가 테이블에서 일어나 양서류 인간에게 노래를 불러주는 장면에서는 음악도 뮤지컬처럼 느껴져야 했어요.

기예르모 델 토로 ©Frederic Murarotto

말 없는 두 주인공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데 어떤 고민이 있었나요?

데스플라 주제곡의 멜로디는 이미 보드 위에 있었고, 제가 원하는 테마와 오케스트레이션도 명확했어요. 오케스트라, 플루트 12대, 건반, 비브라폰, 일렉트릭 피아노, 하프, 그리고 휘파람. 엘라이자가 버스를 기다리며 휘파람을 부는 장면이 있는데, 그렇다면 주제곡도 휘파람으로 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트랙 속 휘파람은 데스플라가 직접 불었다)

특정 조성이 영화 장면과 연관되기도 하나요?

데스플라 예를 들어, ‘The Shape of Water’를 B♭이 아닌 다른 키로 이 곡을 연주한다면, 글쎄요, 떨림이 없을 겁니다. 제가 항상 찾는 것은 이 떨림입니다. 악기의 음역대도 중요해요. 어떤 악기는 너무 높거나 낮아 원하는 음색이 나오지 않거든요. 투티로 넘어갈 때도 각 악기가 잘 들리는 조인지 따져야 해요.

델 토로 이틀 전에 ‘프랑켄슈타인’을 들었는데, 조를 바꾸었더니 “아니, 이건 너무 낭만적이거나 영웅적이야”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데스플라 기예르모는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제가 제안하는 것은 무엇이든, 옳은 것이라면 열려 있습니다. 방향을 바꾸는 데도요. 그게 정말 좋은 점이에요. 감독이 작곡가를 믿는 게 중요하거든요.

 

인형과 괴물의 노래를 만들며

두 분이 함께한 두 번째 작품 ‘피노키오’(2022)는 상실과 슬픔을 다룬 독창적인 버전이죠.

델 토로 뮤지컬은 등장인물의 성격과 의도, 꿈을 표현하기에 매우 깔끔합니다. 이야기를 관통하면서도 불필요한 의미를 배제할 수 있죠. ‘피노키오’는 인형과 배우 모두 스톱모션으로 만들어져, 그들의 인간성을 노래를 통해 끌어냈습니다.

이야기는 이탈리아 파시즘이라는 구체적인 사회·역사적 맥락에서 전개됩니다.

데스플라 대부분 음악에서 저는 영화의 시대 설정과 너무 밀접하지 않으려 하지만, ‘피노키오’에서는 시대 배경과 동떨어진 것도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1920~1930년대풍 오케스트라 편곡 멜로디가 어울릴 거라 판단했죠. 가장 큰 과제는 예술성이었습니다. 모든 노래가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복잡한 과정이었어요.

‘프랑켄슈타인’의 음악에 대해 설명한다면?

데스플라 기예르모의 영화는 아주 서정적이에요. 제 음악도 꽤 서정적이죠. ‘프랑켄슈타인’의 음악도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공포스러운 음악을 쓰려는 게 아니에요.

델 토로 며칠 전, 누군가 영화에 무서운 장면이 나오냐고 물었어요. 제게 ‘프랑켄슈타인’은 감정적인 이야기입니다. 무엇보다 개인적이죠. 음악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말할 수 있는 건, 이 영화가 정말 감동적일 것이라는 겁니다.

전윤혜(프랑스 통신원) 사진 사셈(SACEM)

Back to site top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