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4
지휘자 자난드레아 노세다
젊음과 함께 희망을 연주하다
미국 내셔널 유스 오케스트라의 아시아 투어가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에서 절정을 이룬다
지휘자 자난드레아 노세다가 미국 내셔널 유스 오케스트라(이하 NYO-USA)와 함께 17년 만에 내한(8월 6일/예술의전당 콘서트홀)한다.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8.5~10) 초청 공연 중 하나로, 클라라 주미 강(바이올린)이 협연자로 나섰다.
밀라노 출신의 노세다는 런던 심포니 수석객원지휘자로 친숙하다. BBC필·마린스키 오케스트라·로데르담필·이탈리아 RAI국립교향악단의 수석객원지휘자를 역임한 그는 현재 취리히 오페라의 음악감독이자, NYO-USA의 음악감독으로도 여덟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다. 카네기홀 산하의 NYO-USA는 2018년, 마이클 틸슨 토머스 지휘로 패기 넘치는 첫 내한 공연을 가진 바 있다. 올해 이들은 뉴욕을 시작으로 오사카·도쿄·홍콩·베이징·상하이·서울로 이어지는 아시아 투어를 앞두고 있다.
2008년 BBC 필하모닉 내한을 지휘하며 피아니스트 김선욱과의 협연으로 공연한 바 있다. 런던 심포니와 함께 조성진과 쇼팽 협주곡 1·2번을 녹음하기도 했다. 한국과 연결고리가 많다.
전 세계에서 만난 한국 연주자들을 통해, 한국과 깊은 연결고리를 느낀다. 조성진과는 특별한 유대감을 가지고 있다. 쇼팽 피아노 협주곡을 녹음한 뒤, 많은 공연을 함께 해왔기 때문이다. 한국의 음악 교육 수준이 매우 높은 것 또한 알고 있다. 오랜만에 한국 공연이 있어 반갑다.
NYO-USA는 2018년 첫 내한 후, 7년 만의 한국 방문이다. 이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맡은 이유는 무엇인가?
과거, 동료들의 지휘로 NYO-USA의 연주를 들으며, 이들이 높은 수준의 공연을 해낼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올해도 한국을 포함한 이번 아시어 투어를 이끌 수 있게 초청받아 매우 기쁘다.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을 포함해 우리가 연주하는 프로그램에 한국 관객이 공감하면 좋겠다.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은 2악장의 격정, 3악장의 낭만적인 아름다움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 작품에서 특별히 강조하는 점은?
의심할 여지 없는 걸작이다. 네 악장 모두 아름다운 요소를 담고 있다. 느리고 분위기 있는 서주로 시작해 광활한 낭만주의로 가득 찬 알레그로로 전개되는 것이 1악장이다. 2악장은 오케스트라의 기술적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활기참이, 3악장은 서정적이고 표현력이 풍부해 숨 막히는 멜로디가 느껴진다. 화려한 불꽃놀이처럼 폭발적으로 펼쳐지는 마지막 악장까지 모두 기대해 주길 바란다.
오페라 명장의 차세대 연주자 사랑
NYO-USA 외에도 EU 유스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바 있고, 범 코카서스 청소년 교향악단(코카서스 전역의 연주자들이 모인 다국적 악단) 음악감독으로도 활동 중이다.
유스 오케스트라와 보내는 시간은 내게 매우 중요하다. 젊은 음악가와의 협업은 클래식 음악의 미래를 확보하는 데에 필수적이다. 전 세계, 차세대 주역의 재능들을 보며 큰 희망도 품게 된다.
다른 청소년 오케스트라와 비교해 NYO-USA만이 가진 특별함이 있다면?
NYO-USA는 카네기홀이 주도하는 프로젝트다. 오디션을 전문 심사위원단, 위원회가 담당하고, 미국 전역에서 재능 있는 16~19세의 젊은 음악가들이 선발된다. 현재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수준은 정말 높다. 서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이들이 지금 도달하고 있는 수준은 완벽히 전문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2021/22 시즌부터 취리히 오페라 음악감독으로도 재직 중이다. 지난해 바그너 ‘니벨룽의 반지’ 전곡을 지휘했고, ‘독일 오페라! 어워드’ 최우수 지휘자로도 선정됐다. 명작을 지휘할 때 특별히 집중하는 요소가 있나?
취리히 오페라에서 ‘니벨룽의 반지’ 전곡은 두 차례 지휘했다. 이 작품에선 관현악법의 절대적인 명확성을 달성하는 데에 집중했다. 성악가의 목소리가 돋보이고, 텍스트가 명확히 전달되도록 하는 게 목표다.
발매한 음반이 80장이 넘는다. 런던 심포니의 레이블 LSO Live에서 발매된 브리튼 ‘전쟁 레퀴엠’에서의 해석을 인상 깊게 들었는데, 돌이켜봤을 때 본인에게 의미 있는 음반은 무엇인가?
알프레도 카셀라·고프레도 페트라시·루이지 달라피콜라 등의 작품을 탐구한 ‘무지카 이탈리아나’(Chandos) 프로젝트에 특별한 애착을 느낀다. 20세기 이탈리아 작곡가 중 주목받지 못했지만, 뛰어난 작품들을 남긴 이들을 소개하는 데에 기여했다는 자부심이 있는 음반이다.
2023년엔 푸치니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 푸치니를 직접 만난다면, 어떤 말을 전할 것 같은가?
푸치니 음악에 대해선 특별한 애정이 있다. 그를 만난다면 식사를 함께하며 그의 오페라에서 여성을 묘사한 방식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 정밀함과 상상력으로 여성을 그려낸 푸치니의 방식이 놀랍다고 생각한다.
내한 후, 하반기에 앞둔 주요 일정은 무엇인가?
짧은 휴가를 보낸 뒤, 8월 말에 취리히 오페라 오케스트라·합창단과 그슈타트 페스티벌에서 베르디 ‘레퀴엠’을 연주한다. 조지아의 치난달리 페스티벌에서 범 코카서스 청소년 교향악단도 지휘하며, 그 이후로는 말러 체임버 오케스트라와의 유럽 투어에 나선다. 워싱턴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새 시즌 시작도 앞두고 있고, 취리히로 돌아가면 베르디 ‘운명의 힘’ 새로운 프로덕션을 올릴 예정이다.
글 류태형(음악 칼럼니스트·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사진 예술의전당
자난드레아 노세다(1964~) 토리노 왕립 극장(2007~2018) 음악감독으로 재직했고,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수석객원지휘자로 활동 중이다. 마리아 칼라스·루치아노 파바로티 등의 오페라 스타들이 수상한 ‘푸치니상’을 받았으며, 예술 발전 공로를 인정받아 이탈리아 훈장을 수훈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