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에드워드 가드너, 음악의 자연을 가꾸는, 가드너!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5년 10월 10일 9:00 오전

WELCOME 4

 

지휘자 에드워드 가드너

음악의 자연을 가꾸는, 가드너!

 

여러 음악을 꽃피우는 음악 정원 ‘런던필’을 가꾸는 정원사(가드너)의 철학

 

 

포스터 속 하얀 셔츠 깃에 사선을 응시하는 날카로운 눈매가 국내 팬들에게는 아주 낯익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6월 서울시향과 바이올리니스트 제임스 에네스의 협연 무대를 지휘하며, 이미 한국 관객과 만난 바 있기 때문이다. 불과 4개월 만의 재방문이다. 에드워드 가드너가 이끄는 런던 필하모닉은 닷새간 서울(14일)과 대전(16일)·부산(17일)·수원(18일)에서 연주한다. 피아니스트 손열음(1989~)과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협연도 함께 한다.

연주는 국내 여러 공연장에서 멘델스존의 ‘바다의 고요함과 즐거운 항해’로 문을 여는데, 바다를 소재로 한 이 작품은 런던필이 2025/26 시즌 주제로 내세운 ‘자연과의 조화’와 긴밀하게 맞닿아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2021년부터 런던필 수석지휘자를 맡아온 에드워드 가드너는 최근 계약을 2028년까지 연장했다. 분주한 일정 속에서 어렵게 성사된 인터뷰에서 그는 군더더기 없는 답변으로 자신의 신념을 전했다.

 

가장 런던필다운 레퍼토리와 함께

이번 공연에서 브람스와 차이콥스키를 주요 레퍼토리로 선택했다. 어떤 의미를 담은 프로그램 구성인가?

지난 공연에서 한국 관객들이 역사가 깊은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대표적인 작품을 듣고 싶어하는 것을 느꼈다. 런던필은 브람스 음악의 전통이 탄탄한 오케스트라이며, 나 역시 차이콥스키 음악의 세계를 끊임없이 탐구하고 있다. 특히 차이콥스키 5번 교향곡은 자주 연주되기에, 이번 내한 공연에서 색다른 해석의 신선함을 보여주고 싶다.

지난 6월 서울시향과 멘델스존의 ‘헤브리디스 제도(핑갈의 동굴)’을 연주했고, 이번 내한에서는 ‘바다의 고요함과 즐거운 항해’를 연주한다. 런던필이 내세우는 ‘자연과의 조화’를 어떻게 음악으로 표현할 생각인가?

바다와 관련해서 우리는 종종 ‘소리의 파도’, 오케스트라 속의 밀고 당기는 ‘흐름’ ‘호흡’ 같은 표현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언어만으로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신비를 온전히 담아내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음악은 우리가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끼는 세계에 대해, 더 특별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음악이야말로 작곡가들이 우리에게 남겨준 특별한 유산이다.

9월엔 런던에서, 10월엔 한국에서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을 협연한다. 널리 사랑받는 이 작품에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인가?

어떤 피아니스트든 작품에 늘 자신만의 색채를 불어넣기 마련이다. 손열음과는 처음으로 함께 하는 무대로, 그녀가 작품에서 어떤 발견과 교감을 준비해 올지 무척 기대된다. 거대한 선언문 같은 곡인데, 강력하게 다가오는 그 친밀함에 더 집중해 볼 생각이다.

 

음악 안에서 마주하는 끈끈한 신뢰

본인이 런던 필하모닉에 가져온 변화는 무엇인가?

내가 오케스트라를 변화시켰다고 말하는 건 자만일 거다. 다만 연주 속에서 드러나는 서정성과 극적인 흐름을 좋아하는데, 그걸 단원들과 함께 찾아가는 과정에서 매우 합이 좋아 큰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런던필은 폭넓은 레퍼토리와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고 있는데 지휘자로서 바라보는 고유한 특징과 장점은 무엇인가?

많은 이가 런던필은 ‘빠른 오케스트라’라고들 한다. 하지만 그 표현은 단원들의 진정한 예술적 재능의 일부만 보는 게 아닐까 싶다. 런던필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뉘앙스를 재빨리 흡수한다. ‘오페라’ 오케스트라이기도 하며, 주류 레퍼토리는 물론이고 신작까지 꾸준히 다루어 온 경험이 오늘의 런던필을 이뤘다.

당신의 음악 인생에서 ‘오페라’를 빼놓을 수 없다. 영국 국립 오페라(ENO)의 음악감독을 역임했고, 현재 노르웨이 국립 오페라의 감독이기도 하다. 교향악과 오페라, 두 영역을 어떤 방식으로 조율하나?

두 영역이 전혀 다르다고 느낀다. 오페라는 천천히 달아오르는 음악이기에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지만 동시에 깊은 보람을 주는 반면, 오케스트라에서는 리허설의 첫 박자부터 바로 무대에 설 준비가 되어있어야 하고 그 흐름을 끝까지 끌고 가야 한다. 이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짜릿한 경험이다. 흥미로운 점은, 한쪽에 너무 오래 머물면 오페라와 교향곡의 차이를 느끼는 감각이 무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늘 두 분야를 오가며 균형감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여긴다.

할레 유스 오케스트라 창단부터 내셔널 유스 오케스트라와의 협력까지 차세대 양성에 힘써왔다. 젊은 음악가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업무 중 하나다. 오히려 내가 더 많은 것들을 그들로부터 얻는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니까. 하지만 딱 하나 강조하고 싶은 건, 연주자 자신의 ‘예술적 정체성’을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을 잘 모르던 20~30대 시절에는 자신을 널리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했지만, 결국 지휘자든 연주자든 음악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지휘자가 되지 않았더라면, 어떤 직업으로 살아갔을 것 같나?

다른 직업을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다만 젊었을 때는 성악가의 피아노 반주자가 되고 싶었던 적이 있다. 무척이나 좋아하던 일이기도 했으니까.

유내리 기자 사진 빈체로

 

에드워드 가드너(1974~) 런던 필하모닉의 수석지휘자이며, 노르웨이 국립 오페라·발레의 음악감독이다. 2015~2024년까지 베르겐 필하모닉의 수석지휘자였다. 케임브리지 대학교와 왕립음악원에서 수학했으며, 2012년 퀸 엘리자베스 2세로부터 대영제국훈장을 받았다.

 

PERFORMANCE INFORMATION

에드워드 가드너/런던 필하모닉(협연 손열음)

10월 14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0월 16일 오후 7시 30분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 | 10월 17일 오후 7시 30분 부산콘서트홀

멘델스존 ‘바다의 고요함과 즐거운 항해’,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브람스 교향곡 2번 10월 18일 오후 7시 30분 경기아트센터 대극장 베토벤 레오노레 서곡 3번,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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