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원재연&김수연, “우리, 결혼했어요”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5년 10월 10일 9:00 오전

TOGETHER

 

피아니스트 원재연&김수연

“우리, 결혼했어요”

‘부부’로 함께한 여름을 지나, 가을과 겨울 각자의 무대로 서로를 비추는 그들

 

 

지난해 12월, 음악계에 오랜만에 콩쿠르 스타 부부 피아니스트가 탄생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 왔다. 부소니 콩쿠르의 원재연과 몬트리올 콩쿠르 우승자 김수연의 결혼. “사실 저희가 연애 기간이 길어요. 10년 가까이 되니 그 연장선에서 결혼이 자연스럽게 생각되면서도, 막상 한국 무대에 ‘부부’라는 이름으로 같이 서자니 조금 쑥스럽기도 하더라고요.”(원재연)

‘신혼부부’ 피아니스트를 향한 관심에 부응하듯 두 사람은 지난 여름, 평창대관령음악제와 랑데뷰 드 라 무지크 페스티벌 등에서 듀오 연주를 선보였다.

풋풋한 신혼의 미소가 새어 나오는 두 사람 사이에선 연인이자 선후배, 가족이자 음악적 동료로서 서로를 아끼는 특별한 사랑의 온도가 느껴졌다. 그 온도는 각자 다시 홀로 서는 피아니스트의 열정에도 힘을 싣는다. 여름을 지나 가을, 자신들의 삶을 건반 위에 진실하게 녹여내겠다는 다짐으로 기꺼이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고 있는 원재연과 김수연을 만났다.

 

각각 원재연, 김수연의 이름으로는 익숙하지만 ‘원재연 앤 김수연’과의 인터뷰는 새롭네요. 이런 변화에 적응이 좀 되나요?

김수연 많은 분들이 축하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연주 잘 들었어요’ 뒤에 ‘결혼 축하한다’고 덧붙여 나눌 이야기가 있으니, 관객들과도 한층 더 친숙해진 것 같고요.

두 분의 만남은 스승 강충모(피아니스트 이혜전과 부부)를 사사하면서부터라고요.

원재연 그때는 수연 씨가 10대였을 때고, 저는 유학 중 잠깐 한국에 들어왔을 때였어요. 선생님이 부르셔서 수연 씨의 피아노 협주곡 연습에 오케스트라 파트를 한 번 쳐준 것이 전부였죠. 몇 년 후 잘츠부르크에서의 유학 시절이 겹쳤고, 같은 스승 아래서 배우며 자연스럽게 친해진 것 같아요. 피아노, 음악이라는 공통점이 저희 사이의 매개체인 셈이죠.

오스트리아에서 신혼 생활을 꾸렸다고 들었어요. 각자가 전도유망한 연주자로서 함께 살기 위한 신혼의 규칙도 있었나요? 피아니스트가 두 명이면, 집에 있는 연습실 차지를 위한 쟁탈전이 벌어졌을 것도 같은데요?(웃음)

원재연 다들 그 부분이 가장 궁금하신지 자주 물어보더군요!(웃음) 다행히 방음이 잘된 방에 피아노 한 대, 그리고 전자 피아노까지 총 두 대가 있어 원활히 연습하고 있답니다.

같은 피아니스트여도, 사실 그 개성은 매우 다르잖아요. 두 사람의 연주 스타일을 비교해 본다면 어떤가요?

원재연 저는 사색적이고 조용한 것을 좋아한다면 수연 씨는 내면에 불이 활활 타올라요. 보이는 이미지와는 정반대죠? 제가 이른바 ‘주앙 피르스 과’라면, 수연 씨는 ‘아르헤리치 과’랄까요. 그래서 같이 연주할 때면 제가 주로 세컨드 피아노 앉는 거랍니다.(웃음)

 

작품으로 말하고 함께하는 삶

지난 6월 원재연 씨의 두 번째 음반 ‘도메니코&알렉산드로 스카를라티’(Onyx)가 발매됐습니다. 이 음반이 두 달 만에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120만 회 넘게 재생되며 사랑을 받았는데요, 녹음 비하인드가 궁금합니다.

원재연 두 작곡가를 묶은, 이런 아이디어가 음반 시장에서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기도 했어요. 알렉산드로 스카를라티(1660~1725)는 도메니코 스카를라티(1685~1757)의 아버지로 많은 오페라를 남긴 작곡가인데, 그의 피아노 작품 중 다수의 토카타 작품이 있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의 음악적 구조가 견고하다면 도미니코는 훨씬 더 낭만적이라는 점에서 좀 다르지요. 특히 이번 음반은 유명 프로듀서인 마틴 자우어의 은퇴를 앞두고 거의 마지막 작업에 해당하는 것이라 더욱 소중했습니다. 훌륭한 톤 마이스터와의 작업은 연주자에겐 꼭 필요한 레슨을 받는 것과 같죠. 그래서 더 편안하게 연주했고, 그게 듣는 분들에게도 전달되지 않았나 싶어요.

10월에는 음반 발매 기념 독주회도 가질 예정입니다.

원재연 1부는 알렉산드로와 도메니코의 차이를 보여주기 위해 교차하면서 작품을 배치했고요, 이 작품들이 품은 환상적인 무드를 이어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4번을 연주합니다. 2부는 드뷔시의 ‘판화’와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소나타 7번인데요, 사실 아르헤리치가 자주 묶는 레퍼토리죠. 이 작품들은 모두 서로 다른 타건 방식이 필요한데요, ‘어떻게 소리가 울리느냐’에 집중하며 표현해 보려고 합니다.

반면, 김수연 씨의 ‘넥스트 스텝’이 무엇인지도 궁금해요. 첫 음반은 모차르트에 집중했는데, 최근의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김수연 사실 몬트리올 콩쿠르 이후에 정말 바쁘게 지내다가, 이제야 한숨을 좀 돌리는 것 같달까요. 저는 20대 내내 모차르트의 도시라 할 수 있는 오스트리아에서 시간을 보냈어요. 그 기록을 담은 것이, 제 첫 데뷔 음반이기도 했고요. 최근엔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교에서 프랑스 피아니즘에 능통한 에릭 르 사주로부터 다양한 레퍼토리를 익혔어요. 아이디어를 잔뜩 모아두었죠. 12월에 있을 독주회에서 그 레퍼토리들을 다양하게 선보일 예정이랍니다.

앞으로 두 분의 긴밀한 음악적 호흡이 돋보이는, ‘부부 피아니스트’로서의 무대도 자주 만날 수 있을까요?

김수연 연주하고 싶은 포핸즈, 투 피아노 곡은 정말 많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바로 옆에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정말 행운이죠. 잘 알려지지 않은 피아노 듀오 명곡들을 발굴해서 선보이고 싶은 욕심과 계획이 모두 있답니다!

허서현 기자 사진 스테이지원

원재연(1988~) 부소니 콩쿠르(2017)에서 준우승·청중상을 받았다. 2020년 아쿠젠스 레이블에서 음반 ‘바흐 투 버르토크’를 발매한 바 있으며, 2024년부터 유럽 내 젊은 음악가들을 위한 ‘ARKO 앙상블&네트워크’ 예술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김수연(1994~) 몬트리올 콩쿠르(2021)에서 우승 후 독일·프랑스·브라질·헝가리·미국·일본 등에서 연주를 선보였다. 2023년 금호아트홀 연세 상주음악가로 활동했으며, 스타인웨이 앤 선즈 레이블에서 음반 ‘모차르트 리사이틀’을 발매했다.

 

PERFORMANCE INFORMATION

원재연 피아노 독주회

10월 19일 오후 2시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

알렉산드로 스카를라티 토카타, 도메니코 스카를라티 건반 소나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4번, 드뷔시 ‘판화’ L.100,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소나타 7번 외

김수연 피아노 독주회

12월 9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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