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 지휘자 슈테판 질리아스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5년 11월 17일 9:00 오전

WORLD HOT AUSTRIA Conductor

 

테아터 안 데어 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11.17~26

 

지휘자 슈테판 질리아스

빈에서 초연되는 진은숙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지휘를 맡을 그를 만났다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11월 오스트리아 초연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 작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현대오페라를 처음 지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작품에서는 항상 비슷한 도전이 따르죠. 익숙하지 않은 악보를 다루게 되니까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이미 콘서트 버전이나 발췌 형식으로 여러 차례 연주된 적이 있습니다. 이 작품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다채롭고, 거칠고, 유쾌하며, 끝없는 모험심으로 가득해요. 다양한 음악적 경계를 허물고, 패러디와 오마주가 공존하죠. 진은숙은 이 모든 요소를 400쪽에 달하는 악보에 녹여냈습니다. 놀랍고 매혹적인 작품이에요. 그녀의 음악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특히 첼로 협주곡은 ‘현대에 태어난 고전’으로 자리 잡았죠. 올해 초에는 직접 만날 기회도 있었습니다. 베를린에서 관계자들과 함께 식사하며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나눴죠. 매우 유쾌하고 에너지 넘치는 사람입니다. 그 성격이 음악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죠.

비평가들은 당신이 ‘오케스트라의 투명함과 극적인 강렬함을 균형 있게 조율한다’고 평가합니다. 진은숙의 악보에서 특히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입니까?

굉장히 리듬 변화가 많으며, 빠르게 장면이 전환됩니다. 바로크풍의 패러디부터 랩에 가까운 구절까지 등장하죠. 만돌린·쳄발로·구금과 심지어 병까지 악기로 사용됩니다. 특히 베이스 클라리넷이 앨리스와 애벌레의 대화를 대신하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이런 발상은 이 작품을 유일무이하게 만들지요.

빈은 세계 음악의 중심지 중 하나입니다. 그러다보니 빈에서의 초연은 책임감을 동반할 텐데요.

물론입니다. 하지만 빈이든 어느 곳이든 같으며, 중요한 건 작곡가의 의도를 충실히 실현하는 것이죠. 다만 빈은 오랜 전통과 집중력 있는 관객을 가진 도시입니다. 그래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이곳에서 더 강렬한 울림을 낼 것이라 확신합니다. 음악적 상상력으로 가득한 모험 말이죠.

 

음악적 확장으로 새로운 도약

당신은 지휘자 마르쿠스 슈텐츠를 비롯해, 에드워드 가드너·토마스 헹엘브로크 등과 같이 일했습니다. 어시스턴트 시절은 어떠했나요?

꽤 오래전 일이네요. 그때 지휘자란, 가능한 한 다양한 관점에서 음악을 바라보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단지 음악만이 아니라, 삶 전체를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다고 것이었죠. 특히 런던에서 지낸 시간이 아주 중요했습니다. 영국은 예술가들에게 결코 쉬운 환경이 아니니까요. 그래도 그 시기는 제 인생과 예술 모두에 큰 영향을 미쳤고, 그 모든 경험은 저를 지탱하는 귀중한 자양분이 되었지요.

2020년부터 하노버 국립오페라극장 음악감독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즌이 하노버에서의 마지막 시즌입니다. 2026년까지 임기가 남았음에도, 제 스스로 마무리하기로 결정했지요. 지나온 몇 해는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몇 개의 원칙을 세워 행동한 결과, 하노버 오페라는 독일 음악 지형 속에서 한층 분명한 위치와 입장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번이 제 첫 음악감독직이었고, 예술적으로나 행정적으로나 많은 도전을 안겨준 자리였습니다. 책임의 무게도 당연히 달랐죠. 특히 오페라 연출가 엘리자베트 슈퇴플러(1977~)와의 긴밀한 협업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 있어요.

특히 하노버에서는 마르슈너(1795~1861)의 ‘뱀파이어’, 마르티누(1890~1959)의 ‘그리스도의 수난’ 같은 드물게 연주되는 작품들을 극장에 올렸습니다.

마르슈너는 1830년대 하노버의 궁정악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이 오늘날에 거의 연주되지 않는다는 점이 아쉬웠어요. 그의 동상이 바로 극장 앞에 있는데도 말이죠. ‘그리스도의 수난’은 팬데믹으로 연주가 몇 년이나 미뤄졌습니다. 두 작품 모두 저에게는 미지의 세계였는데, 그게 바로 작품의 매력들이더군요. 모르는 악보를 처음 펼칠 때의 설렘이요. 진은숙의 작품도 그렇습니다. 시대를 막론하고, 세상엔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보석 같은 음악이 많아요.

한국에서의 활동 계획도 있으신가요?

물론입니다. 하노버에도 한국 연주자들이 많이 활동합니다. 그들은 젊고 뛰어난 재능을 지닌 음악가들이죠. 그런 그들을 보며 저도 언젠가 한국 무대에 서기를 기대해봅니다. 개인적으로는 ‘기생충’ 같은 한국 영화에도 관심이 많고요.

마지막으로, 통권 501호를 맞이한 ‘객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까요?

인터뷰를 함께할 수 있어 큰 영광입니다. ‘객석’은 한국 음악계의 발전과 국제 교류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으며, 음악문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봅니다. 저도 그 여정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어 기쁩니다.

이선옥(오스트리아 통신원·코리아 리 문화예술원 대표)

 

슈테판 질리아스(1986~) 쾰른과 뒤셀도프르, 런던에서 수학했으며 마인츠와 뤼네부르크 극장에서 활동했다. 2020년부터 하노버 국립오페라 음악감독으로 재직 중이다. 베를린 도이치오퍼에서 도널드 러니클스의 어시스턴트로 활동했으며, 최근 스웨덴 왕립오페라의 ‘한여름 밤의 꿈’과 라이프치히 오페라 극장에서 ‘라 트라비아타’를 지휘했다.

 

서구 무대에 자주 오르는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테아터 안 데어 빈 ©Musicalvienna / Paul Ott TAW

‘도대체 나는 누구지?’ 앨리스의 노랫말이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이하 앨리스) 전체를 관통한다. 작품은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관객에게 끊임없이 던지고, 스스로 대답한다. 실제로 오페라는 원작 2장 ‘눈물의 웅덩이’에 나오는 ‘나는 누구인가’로 서문을 연다. 루이스 캐럴(1832~1898)의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영감을 받아, 미국 극작가 데이비드 황(1957~)과 작곡가 진은숙(1961~)이 공동으로 대본을 작업하고, 음악을 입혔다.

총 120여 분에 달하는 ‘앨리스’는 여덟 개의 장면으로 구성되었으며, 루이스 캐럴 특유의 언어유희를 현대적으로 교차시킨다. 극단적 음역과 기이한 질감, 기묘한 리듬이 꿈의 비논리적 세계관을 구현했다. 작품 밑바탕에는 캐럴의 후속작 ‘거울 나라의 앨리스’ 일부와 진은숙의 개인적인 경험이 녹아 들어 자연스레 자리잡았다.

진은숙의 스승인 헝가리 출신 작곡가 죄르지 리게티(1923~2006)는 어린 시절, ‘앨리스’를 읽고 깊은 애정을 품었다. 리게티는 생전에 ‘앨리스’를 바탕으로 한 오페라를 구상했지만 완성하지 못했고, 말년 건강이 쇠약해지자 제자 진은숙에게 작품을 계승했다.

이렇게 탄생한 오페라 ‘앨리스’는 로스앤젤레스 월트디즈니홀과 영국 바비칸센터 등에서 공연 후, 평단의 뜨거운 호평을 받았으며, 마침내 테아터 안 데어 빈 무대에 오른다. 2007년 바이에른 슈타츠오퍼에서 켄트 나가노와 초연된 것에 비하면 다소 늦은 상륙이다. 당시 초연은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280여 년 역사상 여성 작곡가의 오페라가 무대에 오른 첫 사례로 기록되었다.

초연 10년 후인 2017년 롯데콘서트홀에서 오페라 ‘앨리스’의 10곡을 발췌해 콘서트 오페라 형식으로 아시아 초연을 올렸다.

유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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