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콥스/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의 모차르트 ‘가짜 정원사’

다시, 새롭게 만난 세계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3년 2월 1일 12:00 오전

평소 듣던 음악도 연주에 따라 ‘이게 이런 음악이었나’ 하고 새롭게 진면목을 맛볼 때가 있다. 르네 야콥스가 지휘한 모차르트의 ‘가짜 정원사’가 정확히 그런 경험을 전달한다. 모차르트 마니아들은 이 음악을 레오폴트 하거의 첫 복원판 녹음(DG, 나중에 필립스 모차르트 전집에 포함)이나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의 시대악기 버전(Teldec)으로 감상해왔을 터다. 올드 팬이라면 한스 슈미트 이세르슈테트의 축약된 독일어 징슈필 버전(Philips)을 기억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야콥스의 신보를 들으면 완전히 다른 세계가 열리면서 ‘뭔가 속고 있었다’는 느낌마저 받을지 모른다.
‘가짜 정원사’는 1999년 ‘코시 판 투테 판 투테’를 시작으로 ‘피가로의 결혼’(2004) ‘티토 왕의 자비’(2006) ‘돈 조반니’(2007) ‘이도메네오’(2009) ‘마술피리’(2010)로 이어진 야콥스의 모차르트 대장정 여섯 번째 발매작이다. 야콥스는 하거나 아르농쿠르와 전혀 다른 시각으로 작품에 접근했다. 야콥스는 1979년 복원된 1775년 뮌헨 버전 초판을 기초로 작곡가 사후 클라리넷과 호른·타악기가 추가된 프라하 버전을 사용했다. 가필의 주인공이 모차르트인지는 아직 명확치 않지만 지휘자는 그것이 “모차르트답다”라고 결론 내렸다. 헨델 오라토리오를 모차르트가 편곡한 버전처럼, ‘가짜 정원사’는 화려한 색감과 볼륨감을 입었다. 하거가 흑백 TV, 아르농쿠르가 컬러 TV였다면 야콥스는 풀 HD의 선명한 화면을 제공한다. 초판의 장황한 리토르넬로 반주를 크게 삭제한 아리아들도 더 집중력 있게 들린다. 또 다른 파격은 극의 중심인 행정대관 역을 조옮김 없이 기존 테너가 아닌 바리톤에게 맡긴 것이다. 원전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테너인 벨피오레 백작과의 충돌도 피하고 후기 부파에서 보인 중저역 중재자의 역할도 더 강화했다. 여기에 ‘드림팀’ 가수 7명이 날개를 달았다. 바로크 전문으로 알려진 조피 카토이저는 1막 카바티나와 2막 피날레에서 들을 수 있듯이, 드라마티코와 리리코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가짜 정원사인 비올란테를 완벽히 소화했다. 제러미 오벤든은 베르너 귀라와 마크 패드모어를 잇는 야콥스 성향의 미성 테너로 젊고 우유부단한 약혼자 벨피오레 역을 훌륭히 재현했다. 아르민다를 맡은 젊은 소프라노 알렉스 펜다는 비올란테와 벨피오레 사이에서 질투와 분노를 중량감 있게 표출했다. 베테랑 바리톤 니콜라 리방크는 테너 역인 시장을 맡아 지휘자의 의도를 충실히 소화했다. 한국인 소프라노 임선혜는 음반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다. 대관과 비올란테, 그의 하인 나르도 사이에서 끊임없이 동인을 유발하는 하녀 세르페타를 맡아 청순미 넘치는 수브레토 음성, 흠결 없는 아티큘레이션과 입체적인 표정 연기로 극을 이끌어간다. 왜 그가 ‘티토 왕의 자비’ 이후 야콥스의 모차르트에 빼놓지 않고 캐스팅됐는지 알 수 있다. 헝가리 출신의 떠오르는 바리톤 미하엘 너지는 피가로풍의 나르도를 연기하면서 임선혜와 함께 부파극의 중심을 잡았다.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의 박력 있고 투명한 앙상블, 해상도 높은 녹음은 지휘자의 영감 어린 해석을 더욱 빛나게 했다. 작곡가 10대의 질풍노도와 농익은 선율 등 걸작의 진수를 전달한 사실상 첫 번째 음반으로, 야콥스의 모차르트 오페라 중에서도 손꼽을 만한 수작이다.

글 이재준(음악칼럼니스트)


▲ 카토이저(산드리나)/오벤든(벨피오레 백작)/임선혜(세르페타)/르네 야콥스(지휘)/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
Harmonia Mundi HMC 902126.28 (DD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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