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셉 어메이징 테크니컬러 드림코트’

시간이 지나도 그때 그 감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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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3년 4월 1일 12:00 오전

전형적인 가족 뮤지컬이자 스타 마케팅 뮤지컬인 ‘요셉 어메이징 테크니컬러 드림코트’의 첫 국내 프로덕션 무대가 막을 올렸다. 1990년 초반 작품과는 다른 정식 라이선스 작품이지만, 과거의 주요 제작진이 다시 기용돼 무대에는 과거의 잔향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게다가 원작자의 재기발랄함과 발칙스럽기까지 했던 파격과 유머, 기발한 아이디어가 어깨에 힘을 잔뜩 준 진지함으로 재연된 것은 아쉬운 일이다. 4월 11일 까지, 샤롯데씨어터.
글 원종원(뮤지컬 평론가·순천향대 교수) 사진 라이브앤컴퍼니

‘요셉 어메이징 테크니컬러 드림코트’는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19세 때 발표한 작품이다. 세 살 연상이었던 팀 라이스와 함께 런던의 초등학교인 콜렛 코트 스쿨의 학예회 음악으로 구상했던 무대인데 스무 살 젊은이다운 실험정신과 패기, 탁월한 예술감각으로 뮤지컬 천재의 탄생을 예고한 일대 사건이 됐다.
‘요셉 어메이징 테크니컬러 드림코트(이하 요셉 어메이징)’의 국내 첫 정식 프로덕션 무대가 막을 올렸다. ‘요셉 어메이징’은 전형적인 가족 뮤지컬이다. 아이가 봐도 어렵지 않고, 어른이 봐도 유치하지 않다. 부모가 아이를 데려오기 때문에 티켓도 한 번에 서너 장씩 팔리는 게 기본이다.
지금도 영국 영화관들에선 화면 하단에 노래 가사가 나오고 큰 소리로 따라 불러도 괜찮은 ‘싱얼롱 상영회’가 큰 흥행을 누릴 정도로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 작품이다.
‘요셉 어메이징’의 또 다른 특징은 스타 마케팅이다. 우리나라에선 요즘에야 인기를 누리는 홍보 마케팅 전략이지만 이 뮤지컬은 이미 1990년대 초반에 미남 배우 제이슨 도노번을 전면에 내세워 큰 파장을 일으킨 전력을 지니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이 전통은 계속되고 있다. 굳이 원작과 차이점이 있다면 스타 마케팅을 복수의 배우들로 진행하는 보다 첨단화(?)된 연예 매니지먼트 전술이 추가됐다는 정도다.
주인공 요셉 역으로는 조성모·송창의·정동화·임시완의 쿼드러플로 진행되고, 여자 주인공격인 해설자 역으로는 김선경·최정원·리사 세 명이 나온다. 파라오 역 역시 조남희·김장섭·이정용이 스케줄에 따라 무대를 오간다. 관객 입장에서는 좋아하는 배우를 ‘찾아서 골라볼 수’ 있는 장점이 있을지 모르지만, 사실 이 덕분에 캐스트에 따라 완성도는 날마다 다르다. 스타가 제대로 이름 값 하는 무대를 기대하기에 아직 우리 공연계의 체질은 허약하고 빈틈도 많다. 솔직히 투덜대기 좋아하는 평론가 입장에서는 한숨 나오는 일이다.
기억력이 좋은 독자라면 1990년대 초반, 가수 유열과 신효범이 등장했던 현대극장 버전을 떠올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공연은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은 버전이었던 탓에 정식 우리말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품의 명성에 비해 정식 버전의 국내 소개는 오히려 뒤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아예 막을 올려보지도 못했던 것보다는 늦게나마 한국 관객들과 대면할 수 있게 되어 반가운 마음이다.
의외인 느낌도 있다. 과거와 다른 정식 라이선스 작품이라지만 예전 무대의 잔향이 고스란히 남아있다는 점에서다. 연출가 김덕남과 안무가 서병구 등 1990년대 무대를 만든 주요 제작진이 다시 기용된 탓이다. 하지만 그래서 아쉽다. 스무 살 안팎이었던 재기발랄한 원작자의 발칙스럽기까지 했던 파격과 유머,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오히려 우리 무대에서는 어깨에 힘을 잔뜩 준 진지함으로 재연됐기 때문이다. 손바닥이 아플 정도로 신 나게 박수를 치고, 홍조를 띤 아이들이 함박 미소를 지으며 쏟아지듯 공연장을 나서는 영국 공연가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그래도 이 작품을 우리말로 다시 볼 수 있다는 위로가 뮤지컬 마니아들에게는 각별한 감동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특히 초짜 뮤지컬 관객들에겐 입문서 같은 무대다. 기왕이면 가족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는 독자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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