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니’ vs ‘선데이 인 더 파크 위드 조지’

작곡가 스티븐 손드하임의 두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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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9년 10월 30일 9:00 오전

THEME RECORD

서사와 어우러지는 실험적인 음악들

 

스티븐 손드하임(Stephen Sondheim, 1930~)은 영국의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자주 비견되는 브로드웨이의 대표 작곡가다. 국내에도 ‘스위니 토드(Sweeney Todd)’와 ‘어쌔신(Assassins)’ ‘컴퍼니(Company)’ 등의 작품이 소개된 바 있는데, 그만의 독특하고 세련된 작품세계는 많은 뮤지컬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번 달에는 그의 대표작 중 ‘컴퍼니’와 ‘선데이 인 더 파크 위드 조지(Sunday in the Park with George)’의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캐스트 앨범을 소개한다.

 

시대를 앞서간 콘셉트 뮤지컬

어린 시절부터 다수의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함께 성장한 스티븐 손드하임은 ‘쇼 보트(Show Boat)’ ‘오클라호마!(Oklahoma!)’ ‘남태평양(South Pacific)’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오스카 해머스타인 2세와 인연을 맺고, 그에게 음악 수업을 받게 된다. ‘웨스트사이드 스토리(West Side Story)’ ‘집시(Gypsy)’ 등을 통해 작사가로 먼저 인정받은 손드하임은 1970년대에 들어서 콘셉트 뮤지컬 ‘컴퍼니’를 통해 비로소 작곡가로서도 입지를 다지게 된다.

명확하고 단순한 플롯을 따라가는 형식이 아니라 각각의 캐릭터와 테마에 집중하여 극이 전개되기에 콘셉트 뮤지컬로 불리는 이 작품은 당시에는 물론 아직도 시대를 앞선 세련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극작가 조지 퍼스와 함께 완성한 ‘컴퍼니’는 35세 생일을 맞은 싱글남 로버트, 그리고 그의 친구들인 다섯 커플과 세 명의 여자친구들의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이어지며 사랑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현실적인 어른들의 관계와 그 속의 진솔한 고민을 본격적으로 이야기한 첫 번째 뮤지컬로 손꼽히는 ‘컴퍼니’는 화려한 무대장치와 웅장한 스케일로 성행했던 메가 뮤지컬의 홍수 속에서 뮤지컬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신선한 자극이 되기에 충분했다. 해럴드 프린스의 연출로 1970년 4월 앨빈 시어터에서 개막한 이 작품은 그 해 토니 어워드에서 최우수 작품상과 작곡상, 작사상 등 6개 부문을 거머쥐었으며, 1995년과 2006년에 리바이벌 프로덕션으로 새롭게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선보인 바 있다. 국내에는 2008년 라이선스 프로덕션으로 소개됐다.

‘컴퍼니’ 공연사진 ©NYPL for the Performing Arts

작품의 특성에 걸맞게 ‘컴퍼니’의 음악도 각 캐릭터의 상황과 심경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며 서사를 끌어가면서도 손드하임 특유의 실험적이면서도 세련된 색채를 아낌없이 선보인다. 주인공 로버트의 생일을 축하하는 친구들의 음성이 겹쳐지는 오프닝넘버 ‘Company’는 팝적인 선율 속에서 앞으로 등장하게 될 인물들의 관계와 이야기들을 암시한다. 결혼생활의 소소한 에피소드들과 복합적인 감정을 풍자하는 ‘The Little Things You Do Together’ ‘Sorry-Grateful’ ‘Have I Got a Girl for You’와 같은 넘버에서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묘사되는 가사와 함께 손드하임 스타일의 음악적 변주가 한층 빛을 발한다.

또한 로버트의 여자친구들인 에이프릴·마르타·캐시의 여성 3중창인 ‘You Could Drive a Person Crazy’는 재즈풍의 경쾌한 리듬과 빠른 전개로 극의 분위기를 전환하며, 이들이 차례로 등장해 뉴욕이라는 가장 현대적인 공간에서의 공허감을 스타일리시하게 드러내는 ‘Another Hundred People’은 이 작품의 분위기를 잘 드러내는 곡이기도 하다. 친구들 틈에서 결혼을 고민하는 로버트의 감정이 잘 드러나는 ‘Merry Me a Little’과 ‘Side by Side’는 이 작품의 대표곡으로 손꼽히는데, 마지막 넘버인 ‘Being Alive’에서는 이어지는 그의 심리 변화가 잘 묻어나는 섬세한 멜로디 변주와 솔직한 심경을 전하는 직접적인 가사로 극 전반의 테마를 잘 살려낸다.

 

예술가의 정서를 신선하게 담아낸 뮤지컬

‘컴퍼니’가 손드하임이 작곡가로서의 입지를 탄탄하게 굳힌 작품이라면, ‘선데이 인 더 파크 위드 조지(이하 선데이)’는 그가 여러 작품으로 성공과 실패를 거듭한 뒤 새로운 창작 파트너인 제임스 라파인과 함께 심기일전하여 창작한 작품이다. 점묘법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후기 인상파 화가 조르주 쇠라의 대표작 ‘그랑자트섬의 일요일 오후(A Sunday Afternoon on the Island of La Grande Jatte)’에서 영감을 얻은 이 작품은 그의 일생을 픽션으로 극화한 뮤지컬이다. 1983년 오프브로드웨이의 플레이라이츠 호라이즌스에서 1막만으로 초연된 뒤, 1984년 5월 완성된 형태로 브로드웨이의 부스 시어터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1막과 2막의 시대가 나뉘어 전개된다.

1막은 조지가 그의 작품에 담아낸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와 그들의 일상이 펼쳐진다. 오로지 작품에만 매진하는 조지에게 상처받은 그의 연인 도트는 딸 마리를 낳은 뒤 제빵사인 루이스와 함께 미국으로 이주한다. 다른 사람들도 각각 나름의 이유로 갈등에 휩싸이면서 크고 작은 분쟁이 일어나는데, 조지는 화폭에 그들을 조화롭게 배치하면서 대표작인 ‘그랑자트섬의 일요일 오후’를 완성한다.

‘선데이 인 더 파크 위드 조지’ 공연사진 ©Billy Rose Theatre Division, NYPL for the Performing Arts

2막의 무대는 10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1984년 뉴욕의 한 박물관으로 옮겨진다. 이곳에서 조지의 딸 마리와 증손주 조지가 ‘그랑자트섬의 일요일 오후’와 조지의 작품세계를 설명하며 자신의 예술작품인 ‘크로몰룸 #7’을 선보이고 있다. 많은 사람에 둘러싸여 칭찬과 격려를 받으면서도 예술가의 삶에 대해 고뇌를 느끼던 조지는 얼마 후 프랑스를 방문하여 그랑자트섬을 찾는다. 그는 증조할아버지인 조지가 남긴 메모를 읽으면서 상상 속 도트와 그림 속의 등장인물들을 만나고, 그들을 통해 조지는 예술가로서의 삶과 창작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선데이 인 더 파크 위드 조지’ 공연사진 ©Billy Rose Theatre Division, NYPL for the Performing Arts

초연 당시 ‘선데이’는 뛰어난 예술적인 감각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으며, 그해 토니 어워드에서 무대 디자인과 조명 디자인 부문을 수상했으며 8개 부문의 드라마 데스크 어워드, 드라마 부문의 퓰리처상을 받았다. 이후 뉴욕과 런던에서 여러 번 새롭게 무대에 올랐으며, 브로드웨이에서는 2008년과 2017년 리바이벌 프로덕션이 선보인 바 있다. 아쉽게도 아직 국내에는 소개되지 않은 작품이다.

‘선데이’는 점묘법 화가인 쇠라의 그림을 모티브로 진행되는 뮤지컬인 만큼 등장인물 간의 관계는 물론 음악적인 구성도 정형화된 형식보다는 점묘적 표현기법을 기반으로 짜여 있다. 특히 조지와 도트의 상반된 감정선을 드러내는 듀엣곡인 ‘Color and Light’에서는 스타카토나 피치카토 등의 특수 주법을 활용하여 음악에 직접적으로 점묘적 이미지를 표현하는 곡으로 유명하다. 오로지 그림에만 전념하는 조지의 모습이 극적으로 전개되는 ‘The Day Off’ ‘Finishing the Hat’ 등의 곡에서도 ‘Color and Light’의 선율은 변주되어 사용된다. 이 작품의 주제곡이라고 할 수 있는 ‘Sunday’와 ‘Move On’은 예술가로서의 조지와 마치 그의 화폭 위 점들과 같이 떨어져 있는 등장인물 간의 관계를 조명하며 결국 주변 상황을 지나치게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내면의 밸런스에 충실한 창작을 하는 것이 비로소 예술의 본질임을 이야기한다.

웅장하고 흥겨운 뮤지컬을 상상한다면 스티븐 손드하임의 작품은 다소 생경하거나 난해할 수 있다. 하지만 1970~1980년대 소개된 그의 음악들이 여전히 신선하고 세련되게 다가온다면 그가 얼마나 시대를 앞서간 선구적 뮤지컬 작곡가인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글 지혜원(공연 칼럼니스트)

 

이달의 추천 음반

❶ 뮤지컬 ‘컴퍼니’(1992)

딘 존스(로버트)/바바라 배리(사라)/찰스 킴브로우(해리)/존 커닝햄(피터)/조지 퍼스(극작)/스티븐 손드하임(작사·작곡)/해럴드 프린스(연출) Masterworks Broadway B00138F396

❷ 뮤지컬 ‘선데이 인 더 파크 위드 조지’(1984)

맨디 파틴킨(조지)/버나뎃 피터스(도트·마리)/제임스 라파인(극작·연출)/스티븐 손드하임(작사 ·작곡) Masterworks Broadway B00138H53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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