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크박스 뮤지컬이 큰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자명하다. 바로 무대가 지니고 있는 음악적 매력 때문이다. 창작 뮤지컬 ‘광화문 연가’의 속편 격인 ‘광화문 연가2’는 전편에 비해 음악적 형식미에 높은 비중을 두고, 한층 강화된 음악적 매력을 갖춘 것이 큰 장점이다.
5월 17일~7월 7일, 숙명아트센터씨어터S.
글 원종원(뮤지컬 평론가·순천향대 교수) 사진 로네뜨엠앤씨
흔히 주크박스 뮤지컬 하면 ‘맘마미아!’를 떠올린다. 글로벌한 흥행을 기록하며 대중적 인기를 확산시켰다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사실 ‘맘마미아!’는 주크박스 뮤지컬의 효시가 아니다. 서양에서는 1900년대 중반부터 이 장르가 꾸준히 인기를 누리며 발전해왔는데, 예를 들면 진 켈리의 폭우 속 탭댄스가 유명했던 ‘싱잉 인 더 레인’이 그렇다. 동명의 주제가는 이미 1924년 클리프 에드워즈가 불렀던 ‘왕년의 히트곡’이다. 셰익스피어의 ‘태풍’을 최초로 뮤지컬화한 ‘금단의 별로 귀환’은 ‘미스 사이공’을 제치고 1989년 올리비에 어워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던 주크박스 뮤지컬이었고, 비행기 사고로 명을 달리한 젊은 뮤지션 버디 홀리의 이야기를 다룬 1989년 작 뮤지컬 ‘버디’ 역시 그렇다.
사실 ‘맘마미아!’는 뮤지컬계의 재앙이라는 말도 있다. 그 자체로는 재미난 이야기에 기발한 아이디어였지만, 엇비슷한 형식의 비스름한 작품들이 우후죽순처럼 양산되게 만들었다는 원죄 탓이다. 그래서 요즘 주크박스 뮤지컬들의 화두는 단연 탈(脫) ‘맘마미아!’다. 이야기에 얽매는 기존의 연극적 발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식미를 추구하는 작품들이 속속 잉태되고 있다. 그런 이유로 ‘밀리언 달러 쿼텟’은 하룻밤 사이에 벌어지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스튜디오 녹음실을 배경으로 극을 전개하고, ‘저지 보이스’는 영상에서나 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 기법을 활용한다. 창작 뮤지컬 ‘광화문 연가2’ 역시 그런 스타일이 살아있다. 전작이 ‘맘마미아!’식 스토리의 개연성을 쫓고 있다면, ‘광화문 연가2’에서는 음악적 형식미에 한층 높은 비중을 두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야기의 허술함을 지적하기도 했지만, 다르게 보자면 작품의 의미나 추구하는 의도를 잘못 파악한 면도 없지 않다.
무대의 형식과 틀에 맞게 요즘 주크박스 뮤지컬에 등장하는 음악들은 여러 모습으로 변형되어진다. 이 무대도 마찬가지다. 원래 노래와 달리 라틴 리듬이 가미되기도 하고, 발라드가 아카펠라 곡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최근 방송가의 ‘불후의 명곡’ ‘나는 가수다’와 같은 변화이자 시즌 1과 달리 요즘 젊은 관객이 크게 환호하는 이유다. 게다가 극의 마지막, 마법처럼 세트가 객석으로 밀려들어올 때면 객석의 반응은 절정에 다다른다. 음악을 보이게 하고, 콘서트처럼 즐기게 만들겠다는 홍보 문구가 극대화되는 순간이다.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부분도 있다. 시즌 2가 등장하면서 열두 곡이 빠지고 전작에서 누락됐던 여섯 곡이 추가됐다. 특히 비중이 커진 ‘서로가’의 사연은 각별하다. 작곡가 고(故) 이영훈과 가수 이문세는 수많은 히트곡들을 만들어냈지만 잠시 거리를 두고 지냈던 적도 있다. 이문세가 김현철과 음악적 실험을 시도했던 시기다. 각자의 시간을 보내던 이들은 다시 만났고, 당시 세상에 나온 노래가 바로 이 노래다. “끝없는 인연 속에 미치듯 너를 만나/아름다운 별을 찾아 함께 가자고 했어/모든 걸 잊었는데 모든 게 변했는데/아름다운 별을 찾아 다시 만나자 했어”라는 노랫말은 그래서 곱씹어볼수록 흥미로운 가사가 됐다. 게다가 현실에서와 달리 뮤지컬에서는 대립각을 세우던 두 주인공이 서로를 이해하는 단초로 등장하니 이번 시즌 연출진의 감춰둔 노림수가 예사롭지 않아 미소 짓게 된다. ‘광화문 연가2’는 뮤지컬이란 단순히 ‘우리 오빠의 노래’를 듣기 위한 장르가 아니라 ‘감동적인 음악’을 즐기기 위한 예술이라는 당연한 명제를 새삼 깨닫게 해준다. 아울러 예술이란 발상과 형식의 혁명을 통해 진화된다는 사실도 다시 상기시켜준다. 우리식 주크박스 뮤지컬의 또 다른 변화를 보여준 제작진에게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