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지팔’ 한국 초연을 마치고

무대 뒤에 남겨진 이야기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3년 11월 1일 12:00 오전

이번 ‘파르지팔’은 한국에서 다시 보기 힘든 조합의, 완성도 높은 무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첫 경험이자, 다른 누군가에겐 놀라운 도전의 시간이었던 무대. 모든 공연이 끝난 뒤 한국 초연 제작진과 가수들에게 짧은 소회를 들었다.

연출 | 필리프 아를로
국립오페라단과 ‘파르지팔’ 한국 초연 무대를 올린 것은 흥미진진하면서도 도전의식을 북돋는 엄청난 경험이었다. 무엇보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갖고 있는 최상의 능력을 발휘해 자랑스러운 무대를 선사했다. 특히 국립오페라단을 통해 ‘파르지팔’은 더욱 심층적이고도 밀도 있는 작품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이번 프로덕션에 함께 참여한 모든 사람들에게서 상당한 절제력과 오페라에서 요구되는 유연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파르지팔’이 길고도 복잡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집중하고 주의를 기울이는 관객들의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무엇보다 공연에 관한 열렬한 호응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다시 한국 관객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지휘 | 로타 차그로세크
오케스트라·가수들·합창단 등 여러 사람들과의 놀라운 상호작용이 이 거대한 프로젝트를 가능하게 했다. 한국에서의 ‘파르지팔’ 공연은 굉장히 매력적인 경험이었다. 무엇보다 탁월한 실력을 선보인 가수들과 꽃처녀들은 특별하게 언급할 필요성을 느낀다. 그들의 독일어 발음과 세심한 준비는 매우 놀라웠다. 더불어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유럽의 오페라하우스 오케스트라들과 비교했을 때 특유의 음악적 스타일을 갖추면서 앞으로 일관성 있게 작업해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무대에서 최종적으로 선보여진 결과 역시 매우 인상적이었고, 이번에 참여한 이들 모두가 한국에서 바그너 레퍼토리를 구축하기 위한 첫 발걸음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고 생각한다.

구르네만츠 | 베이스 연광철
‘파르지팔’ 한국 초연에 참여하게 된 것은 굉장히 뜻 깊은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오랜만에 참여한 한국 오페라 공연이라 더욱 그러했다. 이번 무대를 통해 한국의 가수들과 오케스트라의 실력이 점점 좋아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여건상 무대에서의 연습이 충분하지 않았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처음에는 장장 5시간이 넘는 ‘파르지팔’을 한국에서 공연한다는 것이 내심 걱정되기도 했으나, 한국 관객의 진지함과 인내심에 많은 감명을 받았다.

쿤드리 | 메조소프라노 이본 네프
이번 공연을 통해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바그너 ‘파르지팔’ 한국 초연이 성공적으로 막을 내리게 되어 굉장히 기쁘다. ‘파르지팔’의 쿤드리 역이 결코 쉽지 않았지만, 쟁쟁한 실력의 바그너 명장들과 함께 해 좋은 공연을 선보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많은 한국 관객들의 호평에 감사드린다.

암포르타스 | 바리톤 김동섭
‘파르지팔’ 한국 초연 무대에, 암포르타스 역으로 데뷔한 것은 개인적으로 큰 의미가 되었다. 연출·지휘·오케스트라 그리고 가수들까지 어느 한 부분에서도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었다. 이번 공연을 계기로 더 좋은 바그너 작품들이 국내 무대에 올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것이 국립오페라단이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티투렐 | 베이스 오재석
한국 무대 데뷔를 바그너 작품으로, 게다가 ‘파르지팔’로 하게 된 것은 매우 특별한 일이었다. ‘파르지팔’ 첫 공연의 서곡을 무대 뒤에서 들으며 가슴 뭉클했던 순간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티투렐 역은 연출에 따라 무대에 등장하지 않고 목소리로만 관객에게 들리는데, 이번 연출에서 무대에 등장할 수 있었던 것도 개인적으로 기쁜 일이었다. 국립오페라단 ‘파르지팔’의 성공적인 초연을 통해 다양한 오페라 작품들이 국내 관객들에게 소개될 수 있는 기회가 더욱 많아지길 바란다.

정리 김선영 기자(sy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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