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29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
영화 ‘사랑과 영혼’이 공연으로 재연됐다. 세밑 우리나라 뮤지컬 전쟁에 뛰어든 ‘고스트’다. 왕년의 인기 영화를 가져다 무대용 뮤지컬로 재활용하는 ‘무비컬’의 전형적인 사례로 일찌감치 화제가 됐던 올겨울 최고 기대작 중 하나다.
무비컬 제작 초기부터 이 작품은 세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과연 스크린이 무대에 어떻게 구현될 것인가에 관한 궁금증 때문이었다. 패트릭 스웨이지와 데미 무어가 객석을 온통 눈물바다로 만들었던 애절한 스토리도 물론 흥밋거리지만, 역시 영화 속 최고의 화제는 방금 쓰러진 주인공의 영혼이 일어나 자신의 모습을 충격적으로 바라보던 합성 이미지였다. 요즘 영상시대를 기준으로 보면 그리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있지만, 당시로서는 충격에 가까운 아이디어로 인구에 회자됐다. 결국 이를 바탕으로 한 무대에 ‘마술’이 등장할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이치였다. 관건은 얼마나 자연스럽고 충실하게, 그리고 얼마나 생동감 있게 이미지들이 구현될 것인가의 여부일 수밖에 없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대는 기대 이상이다. 그야말로 오늘날을 기준으로 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는 거의 모든 비주얼 효과는 다 경험할 수 있는, 무대용 비주얼 특수효과의 선물상자 같은 작품이다. 이동식 세트와 쉬지 않고 움직이며 형형색색 이미지들을 쏟아내는 LED는 말할 나위 없거니와 심지어 몇몇 장면만을 위해 덧붙여진 홀로그램은 호사스럽게까지 느껴질 정도다. 무대만으로도 티켓 값이 아깝지 않을 만큼의 수많은 볼거리를 쉴 새 없이 쏟아낸다.
반면 음악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가 갈린다. ‘스위트 드림스(Sweet Dreams)’로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했던 혼성듀오 유리스믹스의 남자 멤버 데이비드 스튜어트와 앨러니스 모리셋의 음반 기획자로 유명한 글렌 밸러드의 음악은 충실히 대중적인 감성을 담아냈지만, ‘언체인드 멜로디(Unchained Melody)’로 대변되는 원작의 아우라에는 미치지 못하는 아쉬움 때문이다. 라이처스 브라더스의 원곡에 대한 환상이 영화의 이미지와 함께 포장돼 감히 범접하기 힘든 로맨스로 각인된 탓도 없지 않다.
영미권 무대를 이미 경험한 사람들에겐 대부분 좋은 평가가 주를 이루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우리말 무대가 꾸며지며 더해진 변화가 보는 이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우리 관객만을 위한 배려와 변화가 가져다준 성과다. 초연에서 등장하지 않았던 도자기 만드는 장면의 삽입, 영화 주제음악 선율의 반복적인 활용이 그렇다. 한국 관객만의 추억을 자극하고 그 시절 기억을 되살려보려는 우리나라 라이선스 제작진의 노력을 인정할 만하다.
요즘 우리나라 라이선스 뮤지컬은 완성도나 배우들의 역량 면에서 가히 월드 클래스라 부를 만큼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단순 카피나 복제를 넘어 충실한 현지화, 그리고 필요하다면 업그레이드 과정마저 이뤄져야 한다. 원작을 능가하는 질적 성숙을 이뤄내면 금상첨화다. 그런 과정을 거쳐 글로벌한 흥행을 이뤄내는 사례가 있다. 바로 뮤지컬 ‘레미제라블’이다. ‘고스트’의 우리말 공연이 칭찬받을 부분도 마찬가지다. 적어도 한국적 상황에 맞춘 개작과 변화는 분명 런던이나 뉴욕 무대에서의 그것을 능가하는 질적 성장을 가져왔다. 그래서 이 작품이 한국 라이선스 뮤지컬의 새로운 장을 개척하는 변화의 시작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무대의 감동 못지않게 우리말 공연 관계자들의 노력에도 박수를 보내는 이유다.
글 원종원(뮤지컬 평론가·순천향대 교수) 사진 신시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