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맨즈가 “바흐로 귀결되는 독일의 바이올린 악파에 큰 영향을 미친 이탈리아 바이올린 작곡가”라고 주장하며 최초 녹음했고, 그의 2008년 내한 연주회에서 가장 큰 환호를 불러일으킨 판돌피의 바이올린 소나타 Op.3을 구나르 레츠보르가 녹음했다. 바로크 시대 일반적인 구성대로 6곡의 소나타가 묶여 있는데, 각각의 곡에 여성을 가리키는 제목이 붙어있다. 그러나 실제로 표제적인 것은 아니다. 성당에서 어떤 카스트라토를 살해하는 바람에 살인자로 수배된 적 있다는 오명을 갖고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베일에 싸인 판돌피의 삶만큼이나 신비로운 판타지아풍 작품들이다. 물론 이는 바로크 소나타를 완성한 아르칸젤로 코렐리 이전의 바로크 기악, 특히 실내악을 지배한 분위기이기도 하다. 레츠보르의 연주는 통주저음으로 오르간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하프시코드를 사용한 맨즈와 차이를 보인다. 통주저음 악기를 지정하지 않는 것이 당시 관행이었기 때문이다. 결과는 수준보다는 분위기의 차이다. 맨즈의 연주가 하프시코드의 상대적으로 현란한 반주 위에 자유로운 기교를 강조한 것이라면, 레츠보르는 느릿하고 몽환적인 오르간 반주를 바탕으로 신비로운 면모를 잘 드러냈다. 유형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