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남성 아카펠라 그룹 킹스 싱어스의 거룩한 합창은 겨울, 성탄과 송년, 신년 분위기와 제대로 어울린다. 그들의 정갈한 아카펠라에 더없는 궁합으로 모셔진 초대손님은 베를린 필하모닉의 수석 오보에 주자 알브레히트 마이어다. 누가 주인공이고 게스트라 할 것 없이 이들은 동등한 지분으로 겨울의 따스함을, 송년의 풍요로움을, 신년의 설렘을 풍부하게 피어낸다. 그들이 사용하는 조화의 무기는 편안함과 자유로움, 그리고 순결함이다. 오보에가 곁들인 킹스 싱어스의 화음에는 보다 풍요로운 하모니와 앙상블이 더해진다. 마이어의 빚은 듯 청아한 오보에 소리는 풍부한 호흡과 유연한 프레이징에서 완벽한 일체감을 확보해 온전하게 킹스 싱어스의 일곱 번째 구성원으로 흡수된다. 귀에 익은 클래식 음악·민요·캐럴·성가 등을 횡단하는 잡식성 메뉴, 17곡의 곡마다 다양한 기법과 효과를 장치하면서도 치우침 없는 한 결의 소리, 유쾌함과 따스함을 놓치지 않음이 성공의 비결이다. 격조와 서정, 여유와 위트, 기민한 리듬과 편곡이 가미된 음악은 굳이 겨울이나 성탄이라는 표제에 묶이지 않아도 그 자체로 일상에서의 아름다운 음악, 감상의 음악이 되어준다. 따스한 온기와 넉넉한 향기로 가득한 선물이다. 하종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