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타트펠트의 바흐 ‘영국 모음곡’ 1·2·3번 외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4년 1월 1일 12:00 오전


▲ 마르틴 슈타트펠트 (피아노)
Sony Classical S80008C/ 88883772812 (DDD)
★★★★☆

2002년 마르틴 슈타트펠트가 독일인 최초로 라이프치히 바흐 콩쿠르에서 우승했을 때 독일 음악계는 환호성을 질렀다. 그의 이후 행보가 니콜라예바처럼 바흐 스페셜리스트로 자리매김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2013년 8월 도르트문트 콘체르트하우스에서 녹음된 슈타트펠트의 새 앨범은 ‘영국 모음곡’을 담고 있다. 그의 바흐는 고결하다. 화려함을 지향하지 않고 은은함을 품는다. 그렇다고 대위법을 컴퓨터처럼 정확하게 짚어내지도 않는다. 각 성부의 밸런스를 기가 막히게 조율하는 솜씨는 33세의 젊은이답지 않는 고된 담금질의 결과물이다. 토카타 풍의 서주 뒤에 모방 대위법이 환하게 펼쳐지는 모음곡 1번의 전주곡부터 바흐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2번은 수려하지만 무작정 달려가지는 않는다. 이면에 언뜻언뜻 비치는 여린 심성은 여러 번 들어도 질리지 않고 새로운 악흥의 순간들을 제공해준다. 차라리 이탈리아 협주곡풍인 3번의 감정 표출이 대담하다. 3성부로 노래하는 사라반드의 진중함은 가슴을 짓누른다. 으뜸 성부에 집중하는 해석은 놀랍기만 하다. 이어지는 가보트의 장난기 어린 유쾌함과 좋은 대비를 이룬다. 질로티가 편곡한 19세기 후반 러시아 풍의 ‘에어’는 극히 로맨틱하다. 유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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