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라모(Analekta)와 로젠뮐러(ATMA)로 호평 받은 캐나다의 중견 시대음악 단체 앙상블 마스크의 유럽 레이블 데뷔작. 슈멜처의 실내악곡집 ‘성과 속의 음악적 화합(Sacro-profanus concentus musicus)’을 골랐다. 12편 구성의 이 작품은 바이올린 소나타집과 더불어 슈멜처의 기악을 대표하는 걸작이다. 1970년 아르농쿠르가 세 편을 소개한 뒤 1991년 엔리코 가티의 앙상블 아우로라(Glossa)가 8편을 소개하면서 진면목을 알렸다. 신보는 12편 중 7편과 다른 소나타 4편을 묶었다. 해석은 당연히(?) 고색창연한 대편성 아르농쿠르보다 앙상블 아우로라에 가깝다. 부드러운 바이올린 파트와 연한 갈색 톤의 비올 파트가 균형이 잡혀 있다. 각 성부가 투명하게 씨줄과 날줄을 형성해 비버의 원류가 된 창의적 멜로디와 화성의 진면목을 선사한다. 차이가 있다면 템포 변화가 좀더 심한 반면 강약의 진폭은 더 작다는 점. 작품의 하이라이트인 6성부 3번 합주곡에서 저음으로 시작하는 도입구의 전개 과정과 복잡다단한 샤콘의 명쾌한 진행은 신보의 강점이다. 6번과 8번 중간부의 바이올린 장식구는 가티가 더 매력적이지만, 전반적으로 앙상블 아우로라와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완성도를 일궈냈다. 이재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