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오버 실내악단을 표방하면서 2000년에 결성된 이후 앙상블 콩트라스트가 지금까지 보여준 뛰어난 편곡 작업과 연주력은 클래식 순수주의자들의 냉소를 견뎌낼 만했다. 특히 탱고의 고전을 녹음한 ‘카페 1930’(특히 마지막 트랙의 13분이 넘는 피아솔라의 ‘망각’ 편곡 연주)과 여러 성악가들과의 협동 작업으로 뮤지컬 넘버들을 편곡 연주한 ‘송즈’와 같은 최근의 음반들은 까다로운 클래식 비평가들로부터도 좋은 점수를 받아낼 만한 음반들이었다.
하지만 크로스오버 음악실험이 온전히 성공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클래식만이 아니라 대중음악의 미학적 규준도 충족시켜야 한다. 앙상블 콩트라스트의 이번 음반은 이러한 쟁점에 정면 도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그 핵심은 즉흥연주에 있다. 클래식의 짜임새와 형식을 무너뜨리지 않으면서도 어떻게 자유롭게 이완된 즉흥의 미학을 성취할 수 있을까 하는 것, 나아가 그 즉흥이 현대음악에서의 이상화된 무조성적 즉흥보다는 (재즈에서처럼) 관습적 음악언어의 품 안에서 연주자 간의 편안한 대화와 소통의 형태로 완성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즉흥연주와 관련한 치열한 문제의식은 네 명의 연주자 모두가 참여하는 인터뷰와 대화 형식으로 작성된 음반 해설지 형식에서도 드러난다. 따라서 이 음반의 독특함은 그레고리오 성가 선율을 펑키한 라틴 재즈풍의 음악으로 바꾼다든지, 모차르트의 ‘라크리모사’를 탱고로 바꾸는 식의 재기발랄함에 있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클래식 원곡(퍼셀의 ‘디도의 탄식’)에 좀더 가까이 다가서 있는 3번 트랙의 ‘탄식(Lament)’과 같은 곡에서 이 음반의 크로스오버적 의미가 빛나는데, 중간에 삽입되는 조앙 파르조의 음악이 이 곡에 즉흥적 의미를 부여하면서 자유로운 고음악 퍼포먼스와 비슷한 맥락의 새로운 해석적 지평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대중음악적인 관점에서는 라이브로 녹음된 색소포니스트 라파엘 앵베르 작곡의 ‘스텔라 임니스’가 풍부하면서도 절제된 즉흥적 맥락을 살려냄으로써 이 음반의 의도를 충족시키고 있다. 뉴에이지풍의 느린 피아노 반주와 함께 미니멀리즘적 반복이 이루어지면서도 연주자들의 즉흥적 대화가 느껴지는 마지막 곡 ‘거울’ 또한 인상적이다.
악기 편성에 있어서 바이올린과 첼로를 빼고 비올라만을 남겨둔 채 색소폰을 주도적으로 내세우는 동시에, 두 명의 피아노 연주자들로 하여금 때에 따라 펜더 로즈를 아울러 쓰도록 했다. 펜더 로즈의 전자음향이 만드는 효과가 특히 절묘한데, 대중음악의 재즈 즉흥연주에 어울리는 잔향을 풍기다가도 종종 오르간 음색이나 현대음악을 연상시키며 클래식을 향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네 연주자와 악기들 사이의 즉흥적 대화를 치열하게 모색했지만 색소폰의 주도를 피하기는 어려웠는데, 아무래도 즉흥 연주력의 차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색소폰 음색이 압도하는 ‘어메이징 그레이스’와 같은 곡의 경우 풍부한 즉흥성이 담겨 있음에도 다소 진부한 곡 해석에 머물러 이 음반의 한계를 보여주는 지점이기도 하다. 앙상블 콩트라스트는 이 음반에서 ‘기보된 음악과 즉흥연주 사이의 줄타기’라는 크로스오버의 핵심에 매우 가깝게 접근하지만 온전히 도달하지는 못한다. 역설적이지만 크로스오버의 이상을 온전히 성취한다면 그에 대해 더 이상 크로스오버라 부를 이유가 없어질 것이다.
글 최유준(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