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러미 뎅크의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4년 1월 1일 12:00 오전


▲ 제러미 뎅크(피아노)
Nonesuch 7559795869 (DDD)
★★★★

현재 40대 초반의 미국 출신 피아니스트 제러미 뎅크는 줄리아드 음악학교를 졸업하고 에이버리 피셔 커리어 그랜트 상을 수상한, 전형적인 미국 엘리트 음악가의 길을 걷고 있는 인물이다. 장대한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인기가 식지 않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주제의 서정과 함께 느껴지는 뚜렷한 화성감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하행하는 베이스 라인이 주는 안정감과 친근함은 누구에게나 인상적인데, 뎅크의 연주는 이렇게 보편적으로 느껴지는 화성 진행의 굴곡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데 강점을 보인다. 고지식함이나 엄격함을 보이지 않는 융통성 있는 템포와 프레이징이 낙천적인 느낌을 전달하는데, 전반적인 음색도 밝다. 프랑스풍의 서곡인 16변주나 행진곡 리듬인 22변주 등의 율동감이 탁월하며, 마이너 변주들에서 나타나는 깔끔한 진행은 작품 전체의 군더더기를 없애는 역할을 한다. 아쉬운 부분은 상대적으로 화성감보다 대위법적 전개가 두드러진 카논 변주들이다. 성부를 고르게 활용하고 논리적으로 배치하려는 시도는 좋으나 지나치게 모노톤으로 들리는 결과를 낳은 듯하다. 다이내믹 배치 역시 고른 일관성을 지니려 노력했으나 다소 단조롭다. 김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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