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개되고 있는 파울 바두라 스코다의 1990년대 작업들은 녹음 당시 이미 60대 후반이던 연주자의 학구적인 열정과 부단한 노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모차르트·베토벤과 함께 슈베르트는 그의 디스코그래피 초기부터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악보의 고증·편집·저술활동 등과 함께 그의 활동 중 매우 중요한 분야인 피아노포르테 연주를 통해 만나는 소나타들의 음향은 매우 인상적이다. 본인이 소장하고 있는 다양한 시대 피아노포르테 다섯 대가 사용됐다. 19세기 초·중반 제작된 악기들은 지금까지 최상의 컨디션을 자랑하며 연주자의 학구적인 해석을 명확히 하는 데 최고의 조력자 역할을 했다. 꼼꼼한 음악학자의 면모와 달리 다분히 주관적이고 즉흥성이 수반된 연주 해석을 보인다. 다만 이번 작업의 슈베르트는 후멜·베버 등 고전과 낭만의 과도기에 자리 잡은 작곡가들이 구사한 다이내믹과 루바토를 묘사하려 한 부분이 보인다. 활동 시기에 따른 작곡가의 성장세가 음색 등에서 느껴지지 않는 점은 아쉽지만, 결코 비르투오소가 아닌 슈베르트의 순수한 서정성이 명확히 드러난다. 온라인상으로 만날 수 있는 두터운 라이너 노트 역시 그만이 줄 수 있는 선물이다. 김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