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위키드’

뮤지컬 ‘위키드’ 초록마녀의 비밀 공간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4년 2월 1일 12:00 오전

멀리 떠난 줄 알았던 초록마녀에게 초대장이 왔다. 약속 장소는 ‘위키드’ 무대 뒤.
긴장과 설레는 마음으로 문을 두드렸다

‘오즈의 마법사’를 유쾌하게 뒤집은 그레고리 매과이어의 소설 ‘위키드’가 무대화된 지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했다. 도로시가 오즈에 떨어지기 전 그곳에서 우정을 키워왔던 두 마녀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위키드’는 지난해 11월, 한국에서 첫 라이선스 공연을 올린 이래 오리지널 공연 못지않은 기록들을 세우며 오는 3월 30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무대 위에서 유쾌한 판타지를 선보이고 있는 ‘위키드’는 백스테이지에서도 경이로운 기록들을 이어가고 있다.
현란한 디테일과 과감한 디자인으로 관객의 눈부터 사로잡는 ‘위키드’의 의상들. 작품만큼이나 의상 역시 기록적이다. ‘위키드’ 무대 위에는 총 40억 원 상당의 의상 350벌이 등장한다. 그중 똑같은 의상은 단 한 벌도 없을뿐더러 개별 의상마다 보험에 가입되어 있다.
총 7벌의 의상을 10번 정도 갈아입는 글린다의 옷 중에서도 관객의 시선을 가장 사로잡는 것은 버블머신 드레스다. 극중 글린다는 이 드레스를 입고 하늘하늘 사뿐사뿐 다니지만, 실제 의상 무게는 자그마치 20킬로그램이다. 비누 거품을 연상시키는 천 조각 50개가 겹겹이 이어진 드레스 속에는 엄청난 부피감을 위한 수십 장의 패치코트와 와이어가 달려 있는데, 백스테이지에서 직접 들어본 무게가 상당했다.
글린다에 비해 다소 소박한 초록마녀 엘파바의 의상도 단순하진 않다. 마녀로 날아오른 이후 2막에서 입고 나오는 검정 드레스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로 다른 360개 원단의 패치워크로 만들어졌는데 각 조각들은 화산과 지각을 상징한다. 엘파바와 글린다가 오즈의 마법사를 만나기 위해 에메랄드 시티에 도착하는 장면은 극중 화려한 것으로 손꼽히는 장면이다. 각 캐릭터들이 갖가지 초록빛 의상을 입고 나와 신 나는 무대를 연출하는데, 전체 의상 중에서 비싸고 무거운 옷들은 모두 이 장면에서 등장한다.
‘위키드’ 분장팀만의 독특한 풍경은 가발이 진열된 살균 건조기에서 시작된다. 매 공연 전후 정돈한 가발을 건조기에 보관하는데, 살균뿐 아니라 컬링의 탄력과 고정력을 한층 높이는 데도 효과적이다. 의상 못지않게 가발 역시 상당한 가격을 자랑하는데, 그중 최고가는 300만 원 가량이다.
분장실 한쪽 벽에는 총 5명의 분장 스태프 이름 아래로 앙상블 코드가 적혀 있다. 예를 들어 ‘10F E/C’는 ‘10번 여자(female) 앙상블 에메랄드 시티’를 의미하며 분장과 의상을 체크하는 방식으로 전 세계 ‘위키드’의 공통 코드 번호다. 이러한 구분에 따라 매 공연에서 각 배우마다 적게는 6번, 많게는 16번까지 가발 착장이 이뤄진다. 공연 시작 2시간 30분 전부터 분장이 시작되는데, ‘말하는 염소’ 딜라먼드 교수같은 특수 분장을 제외한 간단한 분장은 배우들이 스스로 하는 편이다.
많은 관객들이 궁금해하는 위키드 엘파바의 초록색 분장에는 모 해외 화장품 브랜드가 ‘위키드’를 위해 특수 개발한 수성 타입 밤이 사용된다. 페인트용 붓을 이용해 얼굴·목·손등·귓속까지 칠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40분. 분장 스태프가 배우에게 칠해줬던 공연 초기와 달리 요즘에는 배우가 직접 초록색 분장을 도맡아 한다. 여기에 미세 레이스로 짜인 초록 타이즈를 입으면 엘파바로 변신 끝!
무대 곳곳에 등장하는 시계와 톱니바퀴. 무대 디자이너 유진 리가 소설 ‘오즈의 마법사’에서 미래를 알려주는 타임 드레곤의 시계에서 모티프를 가져왔다. ‘위키드’는 총 54개의 장면 전환이 이뤄지는데, 주연 배우의 대사·노래에 무대 전환 큐가 맞물린 부분이 비교적 많은 편이라 합을 맞추는 난이도가 상당하다.
대부분의 무대 장치 전환이 기계로 이뤄지지만, 무대 위 12.4미터 길이의 타임 드래곤은 무대 한쪽 2층 높이에 숨어있는 스태프가 직접 움직인다. 수천 개의 비눗방울을 만들어내는 버블머신을 타고 등장해 공중 연기를 펼치는 글린다는 2층에 앉은 관객의 입 모양이 다 보일 정도의 높이까지 올라간다. 2층 발코니에서 그녀와 눈이 마주치게 된다면 반갑게 손 한 번 흔들어주시길.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하는 1막의 마지막, 하늘로 날아오르는 엘파바의 와이어 테크닉은 아쉽게도 비밀!

글 김선영 기자(sykim@gaeksuk.com) 사진 서지형/설앤컴퍼니


▲ 1 ‘위키드’에서도 가장 화려한 에메랄드 시티에 도착한 글린다와 엘파바.
이 장면에 등장하는 모든 의상들은 비대칭 스타일로 제작됐다


▲ 2 배우들이 소화하는 신발은 총 150켤레. 해외에서 직접 공수한 것부터 자체 제작한 것 등 모두 다양하다


▲ 3 실제 왕관과 목걸이만큼 무게가 나가는 글린다의 액세서리와 에메랄드 시티에서 등장하는 초록색 선글라스


▲ 4 초록마녀의 변신을 도와주는 붓. 생각보다 커서 놀랐나요?


▲ 5 각기 다른 디자인의 모자들. 똑같은 모양은 전혀 없다


▲ 6 퀵 체인지 룸 곁에 마련된 간이 메이크업 테이블 풍경


▲ 7 공연 시작 전 마지막 분장을 받고 있는 글린다 역의 박보경


▲ 8 무대 디자인의 주요 모티프인 시계 태엽의 조명


▲ 9 국내 프로덕션이 직접 제작한 버블머신 드레스. 한 땀 한 땀 스팽글 장식을 손으로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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