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식구를 찾아서’

우리에게 식구가 필요한 이유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4년 3월 1일 12:00 오전

1월 15일~2월 2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식구(食口). 국어사전은 식구를 “한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이라 정의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한집에 사는 ‘사람’이 아니어도, ‘한집’에 살지 않더라도 끼니를 함께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식구가 될 수 있을 듯하다. 또 그렇게라도 식구가 필요한 오늘이다.
지난해까지 소극장 무대에 올랐던 뮤지컬 ‘식구를 찾아서’가 올겨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올랐다. 객석에 앉자마자 바라본 무대에서 가장 먼저 받은 인상은 황량함이었다. 소담했던 시골 할머니 집이 도시의 큰 집으로 이사 간 뒤에 황량해진 느낌이랄까. 무대 면적에 맞춰 단순하게 크기만 늘어난 세트만으로는 대극장 무대를 다 채우기 힘들어보였다. 객석에서 다 알 수 없는 제작진의 사정과 여건이 있겠지만, 무대를 연장하거나 객석 일부를 무대 위로 올려 관객이 할머니 집 앞마당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좀더 살렸더라면 몰입도를 높일 수 있지 않았을까. 지난해에 이어 다시 무대에 선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가 아니었다면 무대 공간이 주는 황량함은 치명적인 결점이 됐을 듯하다.
작품은 남남에서 식구가 된 두 할머니의 이야기를 중심축으로 이어진다. 처음엔 눈에 불을 켜고 다투던 할머니들은 자식을 일찍 하늘나라로 떠나보내고, 의붓아들에게 현대판 고려장을 당한 서로의 사연을 알게 되면서 점차 마음을 열고 식구가 된다. 여기에 개·고양이·닭 세 마리 동물들의 노래는 극적 재미를 위한 필수 조건이다. “밥 먹었냐” “맛있는 반찬 먹고 싶어요”라는 단순한 대사에도 많은 이들이 웃고 울 수 있는 이유는, 시간이 흘러도 우리 관객만이 공감할 수 있는 경험과 추억을 잘 버무려 담아낸 텍스트의 강력한 힘 덕분이다.
구정 연휴 중 찾았던 공연장에서는 주인공인 박복녀·지화자 할머니와 같은, 흰머리 성성한 부모님을 모시고 온 중년 관객들이 눈에 종종 띄었다. 젊은이들이 차고 넘치는 뮤지컬 공연장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그리고 동시에 헤아려보았다. 각기 다른 세대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우리 창작 뮤지컬 작품이 지금 대한민국에 얼마나 무대에 오르고 있는지 말이다.

김선영
교열완료_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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