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치니의 오페라 ‘서부의 아가씨’가 바스티유 오페라에서 프랑스 초연됐다. 2009년 암스테르담 오페라극장에서 초연돼 큰 성공을 거둔 이 작품은 이제 파리 오페라의 공식 레퍼토리로 입성하게 되었다.
2월 1일 오프닝 공연장은 그야말로 황야의 결투를 연상시키는 논쟁의 현장이었다. 극장 계단을 나서면서 “창피하기 짝이 없다”라는 야유를 보내는 관객이 있는가 하면, “빌어먹을 놈! 이해를 전혀 못 했군!”이라고 반격하는 청중 간의 대립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피가로’ 지는 “생기에 넘치는 홀”이었다며 바스티유의 분위기를 요약했다. 반면 필자가 참석한 7일 공연에서는 약간의 야유만 들렸을 뿐 결국 만장일치의 “브라보”로 막을 내렸다. 이번 공연에서 보수적인 푸치니 연출을 기대한 청중은 실망했을 수도 있다.
1850년경 미국 골드러시 시대의 탄광촌을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을 연출한 니콜라우스 렌호프는 195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설정해 서부적인 것과 월스트리트 가의 현대적인 느낌을 혼합했다. 연출은 금광 대신 투기로 눈먼 현대인의 증권시장 장면을 삽입했다. 가죽 코트에 선글라스 차림으로 나타난 보안관 잭 랜스는 무리를 지어 다니는 오토바이족을 연상케 했고, 여주인공 미니는 소요로 들끓는 바의 손님들을 제압하기 위해 권총을 쏘며 등장했다.
요즘 각광받는 소프라노 니나 스템메가 여주인공 미니를 맡고, 보안관 잭 랜스는 바리톤 클라우디오 스구라가 연기했다. 미니의 연인 딕 존슨 역에는 테너 마르코 베르티가 예정되었으나 필자가 관람한 7일 공연에서는 베르티가 병환으로 공연을 취소해 라파엘 로하스가 대신 노래를 부르고, 연기는 연출 어시스턴트가 대신했다. 스템메와 스구라의 압도적인 연기는 두 대역들의 어색함을 완전히 망각하게 했는데, 특히 미니와 잭 랜스가 딕 존슨의 생명을 걸고 포커 게임을 치르는 장면이 압권이었다. 요즘 오페라 무대에서 보기 드물게 건강하고 생명력 넘치는 목소리를 지닌 스템메는 강력한 음성을 선보이며 앞날이 무한히 밝은 오페라 디바로서의 위상을 자랑했다. 스구라 역시 건장한 체구와 안정된 노래로 큰 박수를 받았다.
글 배윤미(파리 통신원) 사진 Charles Dupr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