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장 필리프 라모(1683~1764)의 서거 250주년이다. 베르사유 바로크 음악센터는 프랑스 문화성과 함께 ‘라모 2014’라는 공식 프로그램을 만들어 프랑스를 비롯한 전 세계의 ‘라모의 해’ 기념 축제를 관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라모의 초상이 들어간 기념주화를 발행했다. 주화에 새겨진 라모가 입고 있는 바로크 당시의 여성 의상은 크리스티앙 라크루아가 고증해 디자인한 것이다.
베르사유 바로크 음악센터는 라모의 작품에 대한 토론 및 실내악·오페라 공연 등으로 ‘라모 2014’ 프로그램을 꾸렸다. 한 해 동안 존 엘리엇 가드너와 잉글리시 바로크 솔로이스츠의 모테트와 칸타타 연주, 윌리엄 크리스티와 레자르 플로리상의 그랑 모테트 연주, 마르크 민코프스키와 루브르의 음악가들의 ‘보레아드’, 크리스토퍼 루세와 레 탈랑 리리크의 ‘자이스’, 에르베 니케와 르 콩세르 스피리튀엘의 그랑 모테트와 ‘나바르 공주’ 발췌 춤곡, 프랑수아 자비에르 로트와 레 시에클 오케스트라의 춤곡 연주회 등이 열린다.
베르사유 오페라에서는 3월 8일부터 15일까지 실내악 공연을 주최했다. 화성악과 오페라뿐만 아니라 프랑스 궁정의 세련미가 부각된 실내악에서도 재능을 보인 라모를 기리기 위한 것이었다. 3월 8일, 루이 15세의 거대한 초상화가 걸린 살롱에서 하프시코드를 위해 편곡된 오페라가 연주되었다. 케네스 바이스가 들려주는 ‘다르다뉘’ ‘카스토르와 폴룩스’ ‘피그말리온’ ‘우아한 인도의 나라들’은 전형적인 춤곡 위주의 궁정 음악이 주관성을 가미한 예술음악으로 진화해가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라모의 해를 기념한 또 하나의 큰 축제는 2월 13일 베르사유 궁전에서 공연된 ‘결혼의 신과 사랑의 신 축제’였다. 이 작품은 1747년에 열린 루이 15세 왕세자와 마리 조제프 드 삭스의 결혼식에서 초연된 후 거의 사장되었다가 이번 기회를 통해 빛을 보게 되었다. 이 곡은 267년 만에 에르베 니케와 르 콩세르 스피리튀엘의 연주로 재탄생했다.
3월 11일에는 파리 샹젤리제 극장에서도 공연됐는데, 지휘자 에르베 니케는 대본에 쓰인 동선을 직접 낭송하며 재치 넘치는 입체적인 해석을 보여주었다. 캐럴라인 샘프슨·타시스 크리스토야니스의 뛰어난 딕션과 훌륭한 기악적 역량이 어우러진 명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