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의 새로운 도전,
눈여겨 봐주세요
지난달, ‘객석’은 창간 30주년 기념호를 발행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공연예술 전문 잡지가 서른 해를 이어왔다는 건 매우 드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창간 기념호 발행을 얼마 앞두고 ‘객석’의 새로운 발행인이 된 저는 자랑스러움과 부담 사이에서 웃음과 고뇌, 감동과 안타까움이 공존하는 묘한 경계를 오가야 했습니다.
사실 저는 신문방송학을 전공하였지만, 오랜 세월 항공업계에서 일해온 사람입니다. 잡지를 직접 만들어본 경험은 없고, 30년 넘게 잡지계에 종사한 아내의 서툰 조력자일 뿐이었죠. 그러다 얼마 전 암 투병으로 항암치료를 12번이나 받으면서 앞으로는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잡지계에서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해온 아내에게도 뜻깊은 선물을 하고 싶었습니다. 여기에 윤석화 전 발행인과의 깊은 인연까지 더해져 우리나라 유일의 공연예술지 ‘객석’을 인수하게 된 것이죠. 솔직히 공연예술에 문외한이었던 저는 요즘 음악·무용·연극·오페라의 심오한 세계와 이 장르들이 주는 위안과 감동의 아우라를 천천히 알아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객석의 발행인이 된 후 저에겐 한가지 버릇이 생겼습니다. 매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 클래식 FM채널을 틀어놓는 것입니다. 때론 곡명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듣다가 곤히 잠에 빠져드는 경우도 많지만,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에 듣는 음악이 사람의 마음을 평온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객석’이 30년 동안 버텨주어 참 대견하다고.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매김해온 ‘객석’이 앞으로 30년 더 나아가기 위해선 항상 새로움에 도전해 독자 여러분의 살아있는 눈과 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때론 크고 거침없이, 때론 작고 알차게 여러분의 삶 속에 녹아드는 생생한 예술이야말로 ‘객석’이 제안하는 예술적인 삶이라는 것을.
그리하여 ‘객석’은 이제 30주년을 기점으로 ‘새로운 도전’에 속도와 무게를 더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 속도와 무게는 여러분의 삶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다양한 공연의 형태가 될 것입니다. 실제 무대를 세운 것은 아니지만 제가 지난 창간 30주년 호부터 중점을 두고 실천하고 있는 것은 ‘큐알코드’입니다. 몇몇 유익한 기사를 추려 그 말미에 큐알코드를 삽입, 1분 30초가량 기사 주인공의 인터뷰 동영상이나 연주를 직접 들을 수 있게 만든 것인데, 다행히 전문가들로부터 ‘객석’과 진짜 잘 어울리는 시도라는 칭찬을 듣고 있습니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요. 단순히 읽는 잡지에서 보고 듣는 잡지로, 더 나아가 독자들과 함께 호흡하는 잡지를 만드는 것이 저의 큰 바람이었던 만큼 우주를 품은 작은 씨앗을 객석이라는 단단한 땅에 심은 것처럼 뿌듯합니다.
큐알코드에 이어 세상과 소통하는 객석의 예술 공연은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통권 362호가 발행되는 다음 날인 3월 26일, ‘객석’이 위치한 대학로 정미소에서 개최될 창간 30주년 기념 공연에서는 제11회 모차르트 콩쿠르에서 1등을 차지한 노부스 콰르텟의 따뜻한 연주가 울려 퍼질 것이고, 3월의 마지막 주말인 29~30일에는 객석을 사랑하는 독자들, 필자들과 함께 통영국제음악제를 참관할 것입니다. 아직은 비밀이지만 5월에는 더 큰 무대에서, 더 많은 독자분들이 참여하실 수 있는 좋은 연주회도 예정돼 있으니 많이 기대해주십시오.
‘객석’ 잡지를 읽고, 연주자의 발걸음에 관심을 기울이고, 소박한 무대 위를 장식하는 몸짓에 마음을 열고, 객석을 울리는 웅장한 연주에 눈물을 흘리는 건 각각 다른 느낌과 상황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예술은 늘 우리 삶에 크고 작은 감동으로 다가온다는 것이지요. 그 감동을 위해 오늘도 ‘객석’은 한 발 한 발 여러분 곁으로 다가가겠습니다.
발행인 김기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