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에 맞춰 둘러본 수원SK아트리움은 아파트 대단지와 근접한 위치,
전문 공연단체의 상주, 기본에 충실한 음향시설이라는 면에서
강점을 갖춘 다목적 공연장이었다
지난 3월, 수원SK아트리움이 착공 1년 6개월 만에 문을 열었다. SK그룹이 수원시에 기부한 이 공연장은 950석의 대공연장과 300석의 소공연장을 갖춘 전문 공연장이다. 수원SK아트리움은 3월 7일부터 4월 6일까지 한 달간 개관 기념 페스티벌을 열어 새 공연장의 탄생을 축하하는 동시에 공연장의 음향과 앞으로의 잠재성을 시험했다.
생활 속의 음악을 지향하다
개관 기념 페스티벌 첫 공연이 열린 날, 취재를 위해 수원SK아트리움을 찾았다. 서울에서부터 광역버스 노선을 이용한 쉽지 않은 여정이었으나, 아파트 단지 바로 옆에 덩그러니 놓인 수원SK아트리움의 모습에 그만 당혹스러움이 앞서고 말았다. 아파트 주민을 제외하고는 사람의 왕래가 많을 것 같지 않은 휑한 곳이었다. 오직 눈에 들어오는 것은 빽빽한 아파트 숲. 중심지인 수원 시가지나 광교·영통과도 거리가 있는 이곳에 과연 누구를 위해 이 공연장이 지어졌는지 의구심이 앞섰다. “음향이 살아있는 홀”이라는 수원시향 상임지휘자 김대진의 말 하나를 믿고 공연장 문을 열고 들어섰다. 공연장 로비는 수원시향의 공연을 보기 위해 온 시민들로 꽉 차 있었다. 외관에서 풍기는 이미지와는 대조적으로, 공연장은 가족 단위로 방문한 시민들로 훈훈한 분위기였다.
서울로 돌아와 아트리움의 공사를 총책임진 SK건설 건축설계팀 김한수 부장을 만났다. 그를 만나고 나니 수원SK아트리움의 첫인상에 대한 궁금증이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김한수 부장은 이 공연장을 둘러싼 대단지 아파트를 건축한 사람이었다. 수원SK아트리움은 태생부터 주변 아파트와 시민 생활환경의 연장선상에서 설계되었다. 공연장을 디자인할 때 그가 택한 키워드 중 하나는 ‘세포(cell)’였다. 주택 단지를 비롯한 주변 환경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공간을 지향해 설계했다. 공연장이 건립된 부지는 원래 공장지대였다. 이곳을 시민의 문화생활 공간으로 회복해나가는 과정 속에 이 공연장이 들어서게 된 것이다.
공연장의 공사는 ‘시민 친화적’인 공간, 즉 시민들의 생활 속에 밀접하게 연결된 문화 공간을 만드는 것에 역점을 두고 진행되었다. 수원시에 기부하는 건물인 만큼 수원시민의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대공연장 객석 의자다. 시민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었고, 몇 개의 샘플 중에서 시민들이 직접 하나를 골랐다. 시민과 함께 만들어나가는 뜻에서 개관 기념 페스티벌의 마지막 날은 수원 시민으로 구성된 아마추어 음악 동아리의 공연으로 장식될 예정이다.
‘다목적’이라는 취지에 충실한 음향
‘시민 친화적’인 이 공간의 또 다른 모습은 철저히 ‘연주자 친화적’이라는 것이다. 수원SK아트리움의 건설로 이곳에 수원시립교향악단과 수원시립합창단이 상주단체로서 둥지를 틀게 되었다. 각 예술단은 대공연장 건물 2·3층에 층고 5미터가 넘는 전용연습실을 얻게 되었다. 전용연습실 옆에는 파트 연습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연습실은 한 면이 유리창으로 탁 트여 있다. 대다수 연습실은 방음 때문에 사방이 꽉 막혀 있기 때문에 이 채광 좋은 연습실을 봤을 때 연주자들이 가장 반겼다. 이 외에도 지휘자 김대진은 공연장 음향 시뮬레이션 단계부터 단원 휴게실 면적을 정하는 일까지 꼼꼼하게 확인했다.
대공연장 지하에는 무대와 똑같은 크기의 연습실이 숨어있다. 오페라와 뮤지컬 공연 연습을 위한 공간으로, 연습 시 배우들이 무대 위 위치까지 미리 연습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연습실의 음향 조건도 공연장과 최대한 비슷한 효과를 내게끔 구현되어공연과 최대한 비슷한 조건에서 연습할 수 있다.
수원SK아트리움의 대공연장은 클래식 음악 전문 공연장이 아니다. 그러나 개관 기념 공연에서 직접 귀로 확인한 대공연장의 음향은 클래식 전문 공연장에 버금갔다. 이날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은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했고, 카덴차 부분에서 대공연장의 음향 조건이 그대로 드러났다. 다른 마이크 설비를 쓰지 않았지만 솔로 바이올린 소리가 충분히 홀을 울렸다. 음향은 전체적으로 날카롭고 생생한 느낌보다는 부드럽게 전달된다는 느낌이 강했다.
북수원 시민의 공연장이 아닌 모두의 공연장으로
SK건설 김한수 부장은 대공연장의 음향에 대해 “클래식 음악·오페라·대중가수의 공연이 모두 진행되는 다목적 공연장이기에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라고 말했다. 자칫 ‘다목적’은 ‘무목적’이 되기 십상이다. 건축·전기·무대기기·조명·디자인 전문가 30명이 모여 처음 1년간은 회의만 거듭했다. 결국 다목적홀이지만 그중에서도 클래식 음악 공연에 좀더 적합한 음향을 구현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그 결과 잔향 시간은 음향 반사판 사용 시 클래식 음악 공연에 적정한 약 1.8초로 맞추어졌다. 반사판을 사용하지 않을 시에는 뮤지컬·오페라에 적합한 1.5초로, 여러 공연을 다 소화해낼 만한 조건이었다. 대공연장·소공연장은 벽 하나를 두고 있는데, 이 벽의 방음이 공사의 관건이었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이 벽은 소리전달등급(STC) 71레벨, 즉 대공연장에서 대중음악 콘서트가 열려도 소공연장에서는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의 방음 수준을 갖추게 되었다. 시뮬레이션 결과 음향 사각지대가 없어 2층 발코니를 비롯한 객석 구석구석까지 음향이 시원스레 닿는 것이 확인되었다. 객석 바닥은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발소리 울림을 최소화하기 위해 콘크리트와 무늬목 바닥재 사이를 완벽히 밀착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얼마 전 경기도문화의전당 앞에는 수원시청 지하철역이 생겼다. 이에 지하철 분당선을 통해 서울 시민도 경기도문화의전당과 연결점을 찾게 되었다. 이에 비하면 북수원에 위치한 수원SK아트리움은 서울에서도, 수원시 내에서도 부족한 접근성을 보인다. 수원SK아트리움이 북수원 시민들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눌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접근성과 부대시설을 정비해야 할 것이다. 좋은 음향, 시민과 연주자 친화적인 환경이라는 기본 조건은 갖췄다. 이제는 그 잠재력이 실현될 날을 기다린다.
글 이채은 인턴 기자(chaelee@gaeksuk.com) 사진 수원SK아트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