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5일,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가 블라디미르 유롭스키의 지휘로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파리의 시테 드 라 뮈지크에서 연주를 가졌다. 베토벤의 유일한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독주 바이올린의 눈부신 기교를 보여주는 이 웅장한 작품은 바이올리니스트의 기교와 음악성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난곡이다. 공연 후 탁월한 연주로 모두를 압도한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저는 현악기 제작자인 슈테판 페터 그라이너의 악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현대 악기가 길이 덜 들었다거나 다루기 어렵다는 선입견은 어느 정도 사실에 근거한 이야기이지만, 사실 악기의 제작 연도는 연주를 크게 결정짓는 요소는 아닙니다. 지금 제가 연주하고 있는 악기에서는 상냥하고 달콤한 사운드에 이탈리아적인 다채로운 색채감이 동시에 느껴집니다. 규모가 있는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에서도 결코 음량 측면에서 밀리지 않아요. 시대와는 상관없이 현악기 제작자가 도달할 수 있는 위대한 성취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는 수년째 함께 해온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무척 행복하고 성공적인 작업이에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 오케스트라는 개개인의 음악적 책임감이 남다릅니다. 특히 체임버 오케스트라 연주자로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요. 바이올리니스트와 오케스트라가 함께 소리를 만들어나갈 수 있고, 음악으로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다는 점이 저를 가장 기쁘게 합니다. 리허설은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우리가 얼마나 소리를 맞춰나갈 수 있는지를 시험해보는 자리입니다. 지휘자 역시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지 알고 있기에 부담이 없지요. 음악적 순간을 공유한다는 기분으로 공연에 임하고 있습니다.”
글 김나희(파리 통신원) 사진 Giorgia Bertazz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