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테피아노(하프시코드와 모던 피아노 사이의 건반악기) 연주자 수 박(박수현)이 프랑스 에리송 레이블에서 베토벤의 소나타 음반을 출반했다. ‘템페스트’ ‘발트슈타인’ ‘열정’을 담은 이 음반은 1807년 제작된 야코프 바이메스 포르테피아노로 녹음한 것이다. 수 박은 파리 콩세르바투아르에서 포르테피아노를 공부하며 실내악 코스를 밟았다. 1998년 브루게 고음악 콩쿠르에서 입상한 후 바로크 앙상블과 활동하며 뛰어난 포르테피아노 주자로 촉망받고 있는 중견음악가다. 그녀는 이번 음반에서 3년 전 프라하에서 구해온 야코프 바이메스 포르테피아노를 연주했다.
“2백 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악기 상태나 음질이 잘 보존된 상태였어요. 그래서 이 악기로 녹음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음반 프로젝트를 구상했지요. 야코프 바이메스 포르테피아노는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모차르트가 연주했던 악기입니다. 베토벤이 쓴 긴 페달들을 모던 피아노에서는 쓰지 않지만 그때 당시의 페달법을 이 포르테피아노 위에서 밟아보니 베토벤이 왜 그런 페달을 썼는지 정확히 이해가 되더군요.”
이 포르테피아노의 특징은 옥타브가 6개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인데, 옥타브가 5개뿐이던 모차르트 시대에 비해 좀더 발전됐다고 볼 수 있다. 페달은 모차르트 시대의 것처럼 무릎으로 조작하는 시스템이라 소리가 밝고 많이 사용할 수 있다.
“모차르트의 작품들은 다섯 옥타브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베토벤은 항상 악기의 한계를 초월하려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악보를 보면 괄호 속에 고음이나 저음을 써놓았는데 당시 악기에는 그가 원했던 음이 존재하지 않았고, 베토벤이 삽입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어요.”
그녀의 음반은 서정적이면서도 엄격할 때는 형식미가 강한 영리함이 돋보인다. 감미로운 음의 유희가 마치 베토벤과 정겨운 대화를 나누는 것 같다. 또 그녀는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에 욕심을 비치기도 했다.
“이를 위해 세 종류의 악기가 필요한데, 문제는 아직 그 악기를 찾지 못했다는 점이죠. 조건이 갖춰질 때를 기다리며 지금은 슈베르트 시즌에 들어갔습니다.”
글 배윤미(파리 통신원) 사진 Accent Toniq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