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열기에 온몸이 녹아드는 계절, 특별한 악흥의 순간을 즐길 시간이 왔다. 가깝게는 도심에서,
마음만 먹는다면 탁 트인 대자연 속에서 태양과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새로운 세계와 마주할 수 있다
지중해의 찬연한 태양을 닮은
제11회 대관령국제음악제
www.gmmfs.com
7월 15일~8월 5일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 외
올해 대관령에서는 지중해의 빛나는 풍광과 닮아 있는 다채로운 음악을 만나볼 수 있다. 11회를 맞이한 대관령국제음악제의 주제는 ‘오 솔레 미오’다. 지난해 ‘오로라의 노래’를 주제로 북유럽 5개국의 작곡가들과 음악을 조명한 데 이어, 올해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으로 시선을 돌려 지중해 연안의 풍미 가득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저명연주가 시리즈 첫날인 7월 24일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는 알펜 보케리니 기타 5중주 D장조와 피아졸라 ‘카페1930’ 중 ‘천사의 밀롱가’, 파야의 오페라 ‘허무한 인생’ 중 스페인 춤곡 1번이 연주된다. EMI 클래식스 전속 연주자인 중국 출신의 클래식 기타 연주자 수페이 양과 플라멩코 무용수 벨렌 카바네스가 함께 선보이는 무대도 눈여겨볼 만하다. 두 연주자는 7월 30일 ‘스페인의 밤’을 테마로 열리는 무대에서 다시 만나볼 수 있다. 솔레르의 ‘판당고’부터 파야의 ‘스페인 민요 모음곡’, 로드리고의 ‘주문과 춤’에 이르기까지 에스파냐어권의 다양한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눈빛만으로 통하는 연주자 클라라 주미 강과 손열음은 이날 무대에 함께 올라 사라사테의 ‘카르멘 환상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알펜시아 뮤직텐트에서 열리는 공연도 놓치지 말자. 7월 26일에는 카탈루냐 출신의 지휘자 안토니 로스 마르바가 GMMFS오케스트라, 캐슬린 킴(소프라노), 엘리자베스 디숑(메조소프라노)과 함께 로시니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세미라미데’의 아리아들을 선보인다. 이어 무대에는 지난해 스칸디나비아 합창 모음곡으로 섬세한 앙상블을 선보인 국립합창단이 올라 모차르트의 ‘구도자를 위한 저녁 기도’ 중 ‘주를 찬미하라’ ‘거룩한 성체’를 들려주며, 이어 테너 정호윤·바리톤 박흥우와 함께 ‘대관식 미사’로 공연의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일주일 후인 8월 2일 뮤직텐트에는 GMMFS앙상블을 중심으로 비발디 세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F장조(바이올린 정경화·보리스 브롭친·권혁주)와 톨드라 ‘바다의 풍경’, 모차르트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E♭장조(피아노 손열음·김다솔)가 연주된다.
바흐에 대한 오마주는 올해도 변함없이 이어진다. 지난해 첼리스트 게리 호프먼·다비드 게링가스·지앤 왕이 각기 다른 개성의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선보였다면, 올해는 한국의 젊은 피아니스트 3인(손열음·김태형·김다솔)이 나서 프랑스 모음곡 5번, 프렐류드와 푸가 A단조(리스트 편곡), 샤콘 D단조(부소니 편곡)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음악 연주들도 눈에 띈다. 8월 1일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는 진은숙의 ‘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 이튿날 같은 장소에서 필립 글래스의 현악 4중주 5번이 연주되며, 이후 박정규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여명’이 김남윤과 김태형의 연주로 세계 초연된다.
도심 속에서 즐기는 공연
성남파크콘서트
www.snart.or.kr
8월 30일까지 성남중앙공원 야외공연장
녹음이 우거진 도심 속 공원에 온 가족이 둘러 앉아 공연을 즐기면 어떨까. 7월부터 매 주말(8월은 격주)마다 성남중앙공원에서 무료로 진행되는 성남파크콘서트는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올해 파크콘서트는 대중음악은 물론 클래식 음악과 오페라까지 관객들의 취향을 두루 고려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7월 12일에는 ‘한여름 밤의 클래식 이야기’를 주제로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가 협연하는 최수열/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연주가 펼쳐진다. 7월 26일은 성남문화재단이 자체 제작한 베르디 ‘일 트로바토레’가 공연된다. 이번 무대를 위해 모인 45인조 오케스트라와 50인의 합창단이 출연해 성대한 무대를 꾸릴 예정이다.
8월 16일에는 올해로 6회째를 맞은 장한나의 앱솔루트 클래식이 이어진다. 앱솔루트 클래식 시리즈의 마지막 공연인 이날, 앱솔루트 클래식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베를리오즈 ‘환상 교향곡’, 브람스 교향곡 2번을 연주한다. 푸른 잔디를 자리 삼아 한 주를 마무리하며 즐기는 공연은 바쁜 일상을 잠시 잊고 마음을 위로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유쾌한 안데르센과의 만남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
www.assitejkorea.org
7월 22~31일 대학로 일대·예술의전당
국내외 우수한 아동청소년극 작품을 소개해온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의 2014년 주제는 ‘빛’이다. 예술작품을 매개로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빛의 소중함을 상기시키고자 하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올해는 덴마크·영국·벨기에·러시아·일본·스페인·프랑스 등 총 7개국 10편의 해외 초청작을 선보인다. 특히 안데르센의 나라 덴마크와의 수교 55주년을 기념해 덴마크 주간이 마련된다. 그 중 오브제와 영상·이미지를 활용한 메리디아노 극단의 ‘빅토리아의 100번째 생일’과 한·덴 합작으로 완성된 ‘안데르센의 나이팅게일’이 주목할 만하다. 국내 작으로는 서울어린이연극상 수상작 ‘목 짧은 기린 지피’(2014)와 ‘하륵이야기’(2002)가 공연된다.
이번 축제는 ‘자연’ ‘심리’ ‘재미’라는 세 개의 키워드로도 나누어 즐길 수 있다. 자연물을 소재로 관객이 플롯과 장면을 완성하는 ‘페기와 데리’, 외로움과 두려움·상실감 등 인간의 감정을 다룬 ‘잠든 마을’, 유쾌한 음악마임극 ‘파타크레페’를 비롯한 작품들이 관객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이 외에도 공연장을 떠나 다양한 공간에서 즐길 수 있는 부대행사들이 마련되어 있다.
바람을 머금은 금빛 기류
제주국제관악제&아시아·태평양관악제
www.jiwef.org, www.2014apbda-jeju.com
8월 8~16일 제주아트센터·제주해변공연장·어영해안공원 외 제주시 일대
19년의 역사를 담고 있는 제주국제관악제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관악 축제이다. 다른 악기나 성악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중적 인지도가 떨어지는 분야에서, 그것도 육지가 아닌 섬으로 세계적인 관악 연주자들이 매년 찾아온다는 것 자체가 우리 음악계로서는 축복이다. 이번 제주국제관악제는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제주만의 뿌리와 정체성이 담긴 축제를 보여줄 예정이다.
독일 작곡가 만프레트 슈나이더의 ‘제주 심포니’를 비롯하여 네덜란드 작곡가 야코프 더 한, 미국 작곡가 프랭크 티첼리에게 위촉한 곡을 중심으로 제주의 풍경과 정서를 담아낸 관악창작곡 공연을 선보인다.
제주국제관악제를 찾은 연주 단체들은 1회 공연에 머물지 않는다. 메인 공연 외에도 제주 일대를 순회하며 제주 곳곳의 무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공연이 이뤄진다. 석양의 아름다운 하늘 아래 제주의 바람을 마시며 웅장한 음악을 들려주는 저녁노을관악제는 어영해안공원에서 열린다. 2011년부터 시작된 우리동네관악제는 페스티벌의 최대 히트 아이디어다. 공연장이 없는 제주 전 지역을 참가악단이 무료 공연으로 순회하는 이 행사는 지역 주민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고 있다.
같은 기간 중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관악제는 2004년 이후 두 번째로 한국에서 열린다. 이번 관악제는 관악 작곡가 앨프리드 리드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주제로 진행된다. 독일 작센 주립 청소년관악단·대만 가요슝 시민관악단·스위스 로잔음악원 플루트앙상블 등 총 25개의 팀이 제주를 찾는다.
역시 같은 기간 이뤄지는 제주국제관악콩쿠르는 관악제만의 별미다. 국제음악콩쿠르세계연맹(WFIMC)에 가입된 세계 정상의 관악 경연장으로 올해에는 베이스트럼본·유포니움·튜바·타악기 네 개 부문으로 진행되며, 총 16개국에서 191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여름, 제주는 음악으로 풍성하다.
우리 음악의 새로운 발견
여우락 페스티벌
www.ntok.go.kr
7월 4~26일 국립극장 KB 청소년하늘극장·달오름극장
뭉치고 흩어지며 신명 나게 즐기는 우리네 음악 장단이 올해도 남산자락에 너울거린다. 올해 5주년을 맞이한 여우락 페스티벌은 연주자들이 오직 여우락만을 위해 준비한 색다른 신작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신선한 점은 총 열 개의 공연으로 한 달여간 이뤄지는 페스티벌이 각 주마다 ‘크로스오버’ ‘센세이션’ ‘초이스’의 서로 다른 테마를 두고 진행된다는 것이다.
7월 4일, 예술감독 양방언은 지난해 출연진과 피아노 병창 최준이 함께 하는 무대로 축제의 신호탄을 울린다. 이어서 2주차에는 DJ 소울스케이프·세컨세션·윤석철·두 번째 달·고래야·NOK유니트·서영도 일렉트릭 앙상블·강태환·장영규·이태원 등 다양한 장르의 연주자가 국악이라는 틀 안에서 자유롭게 교감하는 ‘크로스 오버’라는 테마 아래 공연이 열린다.
3주차에는 한승석·정재일·최희선밴드·고구려밴드 등 예상할 수 없는 독특한 연주자의 ‘센세이션’한 만남이 준비돼 있다. 마지막 주에는 강은일·사이토 테츠·사와이 카즈에 등 국경을 초월한 연주자들이 ‘탄(彈), 세월을 타다’ 공연을 선보이고, 모든 출연진이 모여 축제를 위해 작곡한 새로운 작품과 각 연주자별 대표 레퍼토리를 연주할 ‘여우락 올스타즈’로 축제가 마무리된다.
호반이 품은 청량함
제10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www.jimff.org
8월 14~19일 충북 제천시 일대
열 번째 해를 맞이한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그간 꾸준한 변화를 모색하며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영상들을 선보여 왔다. 올해 역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이는데, 2012년 영화 ‘한국 클래식의 수수께끼’로 방문했던 벨기에 감독 티에리 로로의 작품을 다시 만날 수 있다. 벨기에의 작은 마을에 사는 음악가 부부가 전 세계 청소년 연주자들을 초대하며 시작되는 영화 ‘무지카 문디’는 막심 벤게로프·이브리 기틀리스 등 유명 연주자와 청소년들이 함께 나누는 소소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영화 ‘발레리 게르기예프, 어떤 광기’에서는 고국 음악 팬들을 위해 기차를 타고 러시아의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공연하는 게르기예프의 생생한 모습을 볼 수 있다. 피아니스트 마우리치오 폴리니의 음악 인생을 다룬 ‘거장의 손, 마우리치오 폴리니’, 폴란드 대통령을 지낸 피아니스트 이그나치 얀 파데레프스키를 만나볼 수 있는 ‘대통령이 된 피아니스트, 파데레프스키’까지 예술가들의 인생을 스크린으로 한자리에서 만나는 감흥도 있다. 그 외 올해도 청풍호반 야외무대에서 진행되는 ‘원 서머 나이트’는 영화 상영과 음악 공연이 함께 펼쳐지는 황홀한 밤을 만들어 ‘영화’와 ‘음악’ 팬들을 동시에 만족시켜줄 예정이다.
뜨거운 사색의 시간
제14회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www.stt1986.com
7월 26일~8월 10일 경남 밀양시 밀양연극촌
밀양에는 올해도 어김없이 ‘생각하는 여름’이 왔다. 연극을 통해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고 뜨거운 사색의 시간을 마련해주는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의 올해 주제는 ‘연극, 소통하고 치유하라’다. 성벽에 둘러싸인 원형무대의 성벽극장을 비롯한 창고극장·숲의 극장 등 다양한 형태의 극장에는 셰익스피어 주간·젊은 연출가전·대학극전·가족극 등 다채로운 공연들이 마련된다.
이번 축제에서는 2014 이베로 아메리카노 연극제 공식 초청작인 ‘피의 결혼’을 성벽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지난 4월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을 놓친 관객이나 콜롬비아 보고타를 사로잡은 플라멩고와 우리 가락의 신명 나는 무대가 궁금한 사람에게 추천한다. 8월 1일에는 ‘템페스트’를 첫 공연으로 셰익스피어 주간이 시작된다. 이번 셰익스피어 주간에서는 담담하고 한국적인 정서를 주로 선보여온 박근형 연출의 ‘로미오와 줄리엣’(8월 3·4일)과 감각적인 양정웅 연출의 ‘로미오와 줄리엣’(8월 5·6일)이 공연된다. 서로 다른 느낌을 가진 두 가지 스타일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눈여겨보자.
자연의 무대를 느끼는 시간
제26회 거창국제연극제
www.kift.or.kr
7월 25일~8월 10일 경남 거창군 수승대 일원 야외극장 외
거창의 자연은 그 자체로 연극의 무대이자 세트가 된다. 거창국제연극제에서는 산과 계곡이 어우러진 자연 환경을 무대로 다양한 연극 공연들이 펼쳐진다. 덕분에 연극 공연을 위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거창 주민, 관광객 등 모두가 밤하늘의 별빛을 배경 삼아 공연을 즐기는 아름다운 광경이 연출되곤 한다.
올해의 테마는 ‘연극의 하늘 사랑의 별들’이라는 다소 로맨틱한 주제. 이탈리아의 스칼초 극단, 미국의 이니 아시아 무용단 등 7개국의 해외 단체들과 국내 공식초청(KIFT IN) 16개 단체, 국내 경연(KIFT OFF) 15개 단체가 각각 음악극·뮤지컬·신체극·가면극 등을 선보인다. 국내 공식 초청작은 목화레퍼터리컴퍼니의 ‘백마강 달밤에’, 연희단거리패의 ‘오구’ 등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작품들로 선정됐다. 과감하고 실험적인 작품을 만나보고 싶다면 코믹환상극 ‘코’ ‘남도 1’ 등 국내 경연 참가작을 챙겨보는 것도 좋다. 늦은 저녁에 시작하는 연극만 관람하기 아쉽다면, 낮 동안 무지개극장 곁 계곡에 자리를 잡고 앉아 다채로운 공연을 즐기는 것도 거창에서만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