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5일~8월 3일 충무아트홀 대극장
뮤지컬 ‘싱잉 인 더 레인’이 화제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기도 하지만,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유는 국내 굴지의 연예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가 뮤지컬 분야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막을 올린 작품이라는 배경 때문이다.
뮤지컬 ‘싱잉 인 더 레인’의 시발점은 영화다. 당시 대부분의 뮤지컬 영화들이 무대에서 인기를 누리던 콘텐츠를 영상화했던 데 반해, 1952년 만들어진 뮤지컬 영화 ‘싱잉 인 더 레인’은 무대보다 영상이 먼저 제작됐다는 별스러운 특징을 지니고 있다.
영화는 주연으로 나선 진 켈리의 춤과 노래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히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 신나게 스텝을 밞아가며 사랑에 대한 찬미를 노래하는 모습은 지금도 손꼽히는 뮤지컬 영화사의 명장면이다. 물론 무대가 꾸며지면서 이 장면은 역시 최고의 관심거리가 됐다. 무대에서도 실감 나게 쏟아지는 물줄기와 흠뻑 젖어 노래하는 주인공의 등장이 최고의 백미를 이룬다. 배우가 발로 찬 물이 튀길 수 있어 공연되는 나라나 프로덕션에 따라 앞좌석 관객들에게 우비를 나눠주는 별난 전통도 있다. 그래도 우비 쓰고 보는 자리야말로 이 뮤지컬 최고의 인기석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우리말 무대가 만들어진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투자금융회사가 모태였던 SJ엔터테인먼트가 2003년 정동에 있던 문화체육관을 개조해 만든 팝콘하우스의 개막작으로 첫선을 보였다. 당시 남경주·박동하·임선애·임춘길·방정식 등 몸을 잘 쓰는 배우들이 대거 참여해 시선을 끌었다. 1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아이돌 스타들이 주축을 이뤄 만들어낸 무대가 다시 등장하는 것을 보며 추억에 잠기고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것은 비단 뮤지컬 관계자들만의 감상은 아닐 것 같다.
2014년 리메이크된 우리말 버전의 ‘싱잉 인 더 레인’은 새로움보다는 익숙함을 선택한 프로덕션이라 평가할 만하다. 우선 유명 아이돌이 무대에 등장하고 국내 관객들은 물론 해외의 케이팝 팬들까지 공연장으로 몰려드는 현상은 반갑다. 어떤 인기 아이돌이 출연하는 단 몇 회에 불과한 공연 티켓은 아예 흔적조차 만나기 힘들다. 케이팝의 인기를 무대로 이어가겠다는 일차적인 의도는 일단 성공적이라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뮤지컬이라는 장르와의 결합이 가져올 수 있는 잠재된 시너지 효과와 상호 발전의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아직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단지 인기 아이돌이 출연해 흥행몰이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조화와 완성도, 무대를 만나는 즐거움과 작품과의 수준 높은 조화라는 측면까지 고려된 일정 이상의 수준을 기대하기엔 아직 이런 부류의 우리 뮤지컬들은 솔직히 아쉽다. 대부분의 대사는 어설프고 연기는 어색하다. 오랜 시간과 정성을 기울인다면 극복할 수 있는 여지가 있겠지만, 그러기에 아이돌 스타들은 너무 바쁘다. 설익은 사과를 이름값 때문에 미리 베어 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뮤지컬 무대에 아이돌 스타가 나오는 것이 반가운 수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왜 그가 이 무대에 등장해야 했는지, 제작사는 무엇을 노리고 이 작품을 만들었으며 관객들에게 어떤 추억으로 남기를 바라는지에 대한 좀 더 장기적인 안목과 시각에서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단순히 스타가 등장해 춤추고 노래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스타를 탄생시키는 뮤지컬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SM엔터테인먼트와 뮤지컬의 화학적 결합이 비로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고민해주길 바란다.
사진 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