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창간 30주년 기념 음악회

Return to the Music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4년 9월 1일 12:00 오전

작곡가 이영조의 우리 음악부터 유명 오페라 아리아까지,
다채로운 무대가 이어지자 관객들은 ‘브라보!’를 외치며 환호했다.
‘객석’은 다가올 새로운 발걸음을 약속했다

 

지난 8월 16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로비가 들썩였다. ‘객석’ 창간 30주년 기념 음악회 ‘리턴 투 더 뮤직(Return to the Music)’을 관람하기 위해 공연 30분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당일 아침, 교황의 시복식 행사 기념 연주를 한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배우 윤정희 부부 외에 여러 분야의 인사들과 후원회원, 독자 5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음악회는 2부로 나뉘어 진행됐다. 1부는 ‘우리 것, 우리 음악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작곡가 이영조의 작품 네 곡이 연주됐고, 2부는 ‘한여름 밤의 가곡과 아리아’라는 주제로 테너 박기천, 테너 진성원, 바리톤 방대진이 출연해 아름다운 선율을 노래했다.

공연을 시작하기에 앞서 작곡가 이영조가 무대에 올라 힘 있는 목소리로 인사말을 전했다. 미국에 머물다 공연 시작 6시간 전 한국에 도착한 그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면서도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객석’ 창간 30주년 기념 음악회를 제 작품으로 꾸미게 되어 감사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합니다.”

일흔이 넘은 이영조는 창작 풍토가 조성돼 있지 않은 시대에 작곡을 시작해 국내 음악의 선진화를 위해 노력해왔고, 현역 작곡가로서도 여전히 건재함을 자랑하고 있다.

“오늘 연주할 곡 중 ‘승려들의 노래’는 번뇌 속 승려들의 진실함과 웅장함을 담은 곡입니다. 이는 서른 살이 된 ‘객석’ 앞에 놓인 웅혼한 꿈과 포부의 깊이를 상징합니다. 청년 ‘객석’이 한국의 예술과 우리의 예술을 위해 달릴 때 많은 응원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 작품 세계를 설명하고 있는 작곡가 이영조

1부의 첫 곡은 송민건 외 5명의 연주자가 ‘세 대의 플루트, 피콜로, 타악기를 위한 서라벌’을 들려주었다. 서양 악기들로 국악기의 음향을 표현하며 유려한 연주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어 이혜선이 클라리넷을 위한 ‘소리 제3번’을 섬세하게 독주해 진한 감동을 전했다. 이화여대 출신 연주자들로 구성된 콰트로 이화는 현악 4중주를 위한 ‘줄풍류Ⅱ-하늘천따지’를 연주했다. 이영조가 김홍도의 그림 ‘서당’에서 영감을 얻어 전래동요 ‘하늘천따지’를 바탕으로 작곡한 곡으로, 콰트로 이화는 연주를 시작하기 전에 무서운 훈장님, 서툰 학생, 떠드는 학생 등 각자 맡은 역할을 소개하며 모티프를 짧게 들려줬다. 연주가 시작되자 관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흥미로운 무대를 감상했다.


▲ 콰트로 이화


▲ 이희성 지휘자, 그란데오페라합창단

이희성 지휘자가 이끄는 그란데오페라합창단의 오페라 ‘처용’ 중 ‘승려들의 노래’가 이어졌다. 목탁·징·북 그리고 8개로 나뉜 남성 파트의 선율이 한데 얽혀 웅장하고도 신비로운 소리를 만들었다. 관객들의 요청으로 이영조가 아버지 이흥렬이 작곡한 ‘섬집 아기’를 편곡하여 발표했던 ‘섬집 아기 자장가’를 연주했다. 묵직한 울림을 전하며 1부를 마무리했다.


▲ 테너 박기천,진성원, 바리톤 방대진

피아니스트 이영민의 연주에 맞춰 테너 진성원이 노래하는 슈베르트의 ‘밤과 꿈’으로 2부의 막이 올랐다. 진성원은 “성악을 공부하신 어머니로부터 ‘객석’도 물려받았다”며, “연주를 들으며 각자 사랑하는 이들을 떠올렸으면 하는 바람으로 아름다운 노래를 준비했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바리톤 방대진 은 2009년 파리 국립오페라 합창단 오디션에서 합격의 영광을 안겨준 ‘파우스트’의 ‘출발을 앞두고’ 등을 활기차게 노래했다. 테너 박기천은 푸치니의 ‘토스카’ 중 마지막 장면에서 카바라도시가 진실한 마음을 담아 부르는 ‘별은 빛나건만’ 등 여러 곡을 불렀다. 무대가 끝날 때마다 관객들은 ‘브라보!’를 외치며 환호했다.

공연이 끝난 뒤 돌아가는 모든 관객에게 작곡가 이영조의 대표곡 ‘죽은 자를 위한 네 개의 노래(Korean Requiem)’ 외에 다수의 작품이 수록된 음반과 그의 저서 ‘오선지 위에 쓴 이력서’와 함께 아버지인 이흥렬의 ‘섬집 아기’와 이영조가 편곡한 ‘섬집 아기 자장가’가 담긴 음반을 선물했다.

발행인 김기태는 “앞으로도 ‘객석’은 책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많은 분들에게 수준 높은 연주, 신선한 레퍼토리의 연주회를 계속 선보일 예정입니다. 다정한 친구처럼 보다 친밀하게 생활 속의 클래식을 추구하는 ‘객석’의 시도를 많이 격려해주시고, 즐겨주십시오”라며 이번 연주회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이번 창간 30주년 기념 음악회는 앞으로 ‘객석’이 들려줄 풍성한 이야기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 ‘객석’ 발행인과 음악회에 참석한 백건우-윤정희 부부, 연주자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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