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제인 에어’

중국 창작 뮤지컬이 우리에게 남긴 숙제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4년 10월 1일 12:00 오전

뮤지컬 ‘제인 에어’

9월 9일~9월 11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흔치 않은 기회가 반갑던 추석 연휴였다. 중국 뮤지컬 ‘제인 에어’의 서울 공연 덕분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짧은 공연 기간이 아쉬울 만큼 이색적인 체험으로 즐거운 무대였다. 우선 제목과 소재 선택의 변화부터가 그랬다. 경쟁력을 갖춘 창작 뮤지컬의 개발은 우리나라에도 중국에도 숙원 과제다. 문제는 창작 뮤지컬이 대중성과 매력을 어떻게 갖출 것인가 하는 점이다. 영미권의 뮤지컬 시장이 안정적인 소비 기반을 바탕으로 흥행작을 탄생시키는 것과 달리 후발 주자인 한국이나 중국의 작품에는 기다려주는 시스템도 미덕도 여유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번안이나 투어 형식의 검증된 여러 해외 수입 뮤지컬과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 중요한 현안이 되곤 한다. 결국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고 빠른 기간 내에 소기의 성과를 올리는 것이 이들의 생존 조건이다. 중국이 굳이 샬럿 브론테의 소설 ‘제인 에어’를 무대화한 이유를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우리가 창작 뮤지컬로 ‘프랑켄슈타인’을 만드는 것과 유사한 배경과 이유일 것이다. 그만큼 치열하게 고민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무작정 원작의 유명세에 기대는 수준은 넘어선 느낌이다. 뮤지컬답게 재미있는 무대적 상상력을 더한 노력이 엿보인다. 원작 소설의 작가를 마치 소설 속에 원래 등장했던 인물처럼 무대로 등장시켜 때로는 관찰자 역할을, 때로는 해설자 역할을 하게 하여 주인공과 교감을 이루도록 한다. 예전의 ‘노래가 등장하는 연극’ 수준에서 벗어나 더 적극적으로 관객과 교감하고 실험을 더하려는 중국 뮤지컬 관계자들의 발상의 전환이 새롭게 느껴지며, 도전적으로 다가온다.

더욱 놀라운 것은 중국 뮤지컬의 발전 속도다. 간간이 만났던 초기 작품의 문제점들이 다양한 실험을 통해 이제는 변화하고 있는 듯하다. 오랜 설화인 ‘장교애련’을 무대화한 ‘디에-버터플라이스’, 등려군의 노래들로 만든 ‘러브 테레사’, 중국의 실제 패륜 범죄를 소재로 한 ‘마마 러브 미 원스 어게인’ 등 1세대 창작 뮤지컬 제작자인 리둔이 만든 일련의 작품들과 급변하는 중국 근대사 속에서 이별을 겪는 연인의 이야기를 그린 ‘단교’, 그리고 이번 ‘제인 에어’에 이르기까지 중국 뮤지컬이 보여주는 진화와 대중화는 놀랄 만하다. 두 자리 성장률을 유지하며 눈 깜짝할 사이에 글로벌 경제 대국으로 몸집을 키워낸 중국의 저력을 문화 산업의 영역으로 확산시키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주연을 맡은 여배우 장샤오밍의 연기와 가창력은 이러한 중국 뮤지컬의 변화를 상징한다. 아직 조금 거칠고, 디테일한 완성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과거에 비해 훨씬 자연스러워지고 완성도도 높아졌다. 배우들의 성장은 중국 뮤지컬의 미래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는 가장 큰 자산이다. 물론 우리 뮤지컬 창작자들과의 공동 창작에 대한 기대도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우리나라 뮤지컬 산업의 화두는 해외와의 교류다. 여타 문화 산업과의 결합 혹은 혼합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상업 예술의 태생적 속성은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한류와 결합된 뮤지컬 제작이나 스타 마케팅을 적극 활용한 무대의 실험 등이 좋은 사례다. 다양한 교류와 공동 창작을 꿈꿔야 한다. 중국 창작 뮤지컬이 우리에게 남기고 간 진정한 숙제다.

글 원종원(뮤지컬 평론가·순천향대 교수) 사진 뮤지컬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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