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1일 이른 아침, 9·11 테러 추모공원에서는 어김없이 추모식이 거행됐다. 올해로 13주년을 맞는 추모 행사는 유가족들이 3,000여 명 희생자의 이름을 읽어 내려가는 오랜 방식 그대로 진행됐지만, 뒤에는 예년과 다른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국립 9·11 추모박물관이 새롭게 자리 잡은 것이다.
올해 5월 개관한 9·11 추모박물관은 9·11 테러가 담고 있는 의미를 되새기며 사건의 충격과 그로 인한 영향을 기록하는 것을 목적으로 8년 여에 걸쳐 세워졌다.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의 지하를 따라 세워진 이 박물관은 9·11 테러가 발생한지 13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그날이 되면 여전히 가슴이 먹먹해지는 사람들의 기억을 박제해둔 공간과도 같다. 또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통해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있다. 전시는 역사 전시와 추모 전시, 그리고 파운데이션 홀 전시 등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박물관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은 역사 전시로, 9·11 테러 당시의 상황과 모습들을 다양한 멀티미디어로 전달하고 있다. 사진 촬영이 불가능한 특별 전시실에서는 비행기가 충돌하고 무너져가는 과정, 당시의 사건을 보도하고 있는 미디어들, 테러 이후의 모습 등 그때의 생생한 기록을 전하고 있다. 또한 테러 이후에 현장이 회복되어가는 과정들도 사진들과 함께 자세히 전해 테러 이후 어떤 노력들이 있어왔는지 이해를 돕는다.
추모 전시는 희생자들에 관한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은 어떤 사람들이 희생됐는지를 알게 된다. 전시를 보기 위해서는 ‘얼굴의 벽’이라고 명명된, 희생자 3,000여 명의 얼굴로 채워진 벽을 지나가야 한다. 이 때문에 관람객들은 커다란 벽을 가득 메운 얼굴들을 보며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생됐는지 피부로 느끼게 된다. 주변에 마련된 터치스크린을 통해 희생자들에 대해 좀 더 알아볼 수도 있다.
테러를 겪은 세계무역센터의 지하 벽을 그대로 살려둔 파운데이션 홀에는 테러 당시 녹아버린 철근,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기둥, 테러를 견뎌야 했던 지하 건물 벽,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망가진 계단 등 그 당시 물체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를 통해 참혹했던 당시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게 한다. ‘헌사의 길’이라고 이름 붙인 긴 통로를 따라가면 참혹한 사건에 대해 자신만의 방법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이 길 끝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녹아서 휘어버린 철근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9·11 추모박물관을 가리켜 “치유와 희망의 거룩한 장소”라고 표현했다. 이는 아픈 역사적 사건을 빨리 잊어버리려 하지 않고 계속해서 깊이 되새기며 다시는 그런 아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뉴욕을 방문하는 수많은 사람과 아픈 역사를 공유하며 더 나은 미래를 함께 만들자고 희망을 전하는 이들의 모습은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