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와 파업은 떼려야 뗄 수 없다. 프랑스는 정말로 파업이 가장 빈번한 나라 가운데 하나이고, 파업의 이유도 다양하다. 파리에 살게 되면 이들의 파업 문화를 피부로 느끼게 된다. 지하철 공사와 철도 공사의 빈번한 파업이 대표적인 예이다. 대부분의 파업은 예고되지만, 파리지앵들은 언제 어떻게 발이 묶일지 알 수가 없다. 지난 10월 3일 살 플레엘에서 열리기로 했던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이하 OPRF)의 연주회가 취소되었다. 바로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파업 때문이었다. 오케스트라의 파업으로 연주회가 취소되는 일은 파업이 문화의 한 부분인 프랑스에서 조차 매우 드문 일이다. 파업의 갈등의 원인은 OPRF의 예술감독으로 18년 동안 일한 에릭 몽탈베티의 해고 때문이었다. 라디오 프랑스에는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이하 ONF)와 OPRF, 두 개의 오케스트라가 존재하는데 두 오케스트라를 하나의 오케스트라로 합병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며, 이곳 음악계 역시 반발하고 있다.
라디오 프랑스의 음악감독인 장 피에르 루소가 서로 다른 역사, 정체성, 프로그램을 지닌 두 개의 오케스트라를 하나로 통합하려는 시도를 무리하게 진행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배경에는 프랑스의 경제적 어려움과 라디오 프랑스 내 구 메시앙홀을 리노베이션해 올 11월 14일부터 새롭게 선보일 오디토리움이 연관되어 있다. 장 피에르 루소는 두 개의 오케스트라를 하나로 통합하려는 첫 단계로 OPRF의 예술감독 에릭 몽탈베티를 해고했는데, 이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이해시키지 않은 상황에서 매우 서두른, 거친 방식이었다. 작곡가이기도 한 에릭 몽탈베티는 OPRF의 오늘을 있게 하는 데 매우 큰 역할을 했으며,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지휘자들 모두로부터 만장일치의 신임을 받고 있다.
이 일로 OPRF 단원들이 연주회를 거부하며 공식적인 성명서를 발표했고, 자신들의 요구와 의사가 반영되지 않으면 그 이후의 연주회도 취소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결국 라디오 프랑스의 두 개 오케스트라를 합병하려고 했던 뜻은 일단 접어졌지만, OPRF의 주 공연장인 살 플레엘에서 2015년부터는 클래식 음악을 공연할 수 없게 되어버린 상황이고, 오케스트라가 안고 있는 재정적인 갈등 때문에 공연장과 관련된 OPRF의 미래가 아주 밝지만은 않다. 다만 정명훈의 뒤를 이어서 미코 프랑크가 2015년 가을 시즌부터 OPRF의 음악감독으로 오는 것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다. 미코 프랑크는 이미 10년 전부터 OPRF를 정기적으로 지휘해오고 있고, 단원들로부터 매우 두터운 신임과 사랑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