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재능으로 남을 돕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 사람은 많다. 그러나 방법을 몰라 그저 생각으로만 머물러 있기 십상이다. 이런 어려움을 알기에 재능을 나누고자 하는 사람들과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 사이에 다리를 놓는 단체가 있다. 2006년 뉴욕에서 설립된 문화 복지 비영리단체 이노비(EnoB)다. ‘변화를 이끄는 아름다운 다리(Innovative Bridge)’라는 의미를 지닌 이노비는 음악과 예술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재능을 가진 이들과 그것을 필요로 하는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웃들을 연결하는 다리를 자처한다. 평소 문화생활을 즐기기 어려운 장애인이나 노인 등 사회적·경제적·신체적으로 소외된 이들을 직접 찾아가 그들의 눈높이에 맞게 개발한 음악 공연을 재능기부로 선보이면서 신체적·감정적 치유와 더불어 삶이 풍성해질 수 있도록 돕는다.
이노비 대표 강태욱은 “대학생 시절 장애인 복지관에서 봉사를 한 적이 있다. 지적장애인들의 사회 적응 훈련을 위해 영화관에 함께 갔는데 그들이 집중을 하지 못해 다른 관객들에게 실례되어 중간에 나와야만 했다”면서 “모든 사람이 문화생활을 즐길 권리가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신체적 또는 경제적·사회적 어려움으로 인해 권리를 충분히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과 기쁨이 되는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이노비를 설립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들이 가지 못한다면 콘서트가 그들을 찾아가자’는 아이디어가 지금의 이노비로 결실을 맺은 것이다. 그렇다면 수많은 방법 중 왜 하필이면 음악일까.
“장애인 시설이나 요양원 등을 찾아가면 이노비의 관객들은 오랜 시간 앉아 있거나 집중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주어진 시간은 보통 40분 정도인데, 그 짧은 시간에, 모인 사람들을 하나로 만들고 기쁨과 희망을 줄 수 있는 도구로 음악만큼 좋은 것은 없었다.” 는 것이 강 대표의 대답이다.
실제로 컬럼비아대학교 어린이 병원에서 이노비의 콘서트를 관람한 한 환아의 부모는 “우리 아이가 수술 후 아프다며 계속 힘들어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노비의 공연 내내 아프다는 말을 한마디도 안 하고, 뮤지컬 공연을 집중해서 보았다”고 전했다.
재능기부로 참여하는 뮤지션들은 자신의 재능을 일방적으로 베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과 공감하며 서로 행복을 주고받는다.
지난 9월 뉴욕의 성 베드로 성당에서 열린 이노비 베네핏 콘서트를 찾았다. 500여 명이 참석해 콘서트를 즐기는 자리에서 콘서트 이후 이노비에 동참을 약속하는 기업과 단체, 개인 후원자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이노비의 핵심 가치인 ‘행복 나눔(spreading happiness)’이 실현되고 있는 현장이었다.
소수의 지인이 모여 시작된 이노비는 뜻있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 2011년 맨해튼에 사무실을 얻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지금은 뉴욕대학교 대학병원을 비롯한 5개의 주요 병원, 5개의 장애인 서비스 기관, 6개의 양로원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연간 약 40회의 정규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2012년에는 서울지부를 설립해 서울대학교 암병원 등 20개의 주요 병원 및 단체를 찾아가는 공연을 연간 30회가량 진행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담들을 허물며 서로 다가가 함께 행복을 나누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이노비의 꿈은 오늘도 현재진행형이다
사진 이노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