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하르트 슈트라우스 탄생 150주년, 우리 얼마나 어떻게 봤을까? PART ②

PART ② 해외 오케스트라의 R. 슈트라우스 연주 현황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4년 12월 1일 12:00 오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탄생 150주년, 우리 얼마나 어떻게 봤을까?

PART ② 해외 오케스트라의 R. 슈트라우스 연주 현황

그들이 그를 기념하는 이유

올해 해외 주요 시장에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얼마나 연주됐을까.

미국·런던·도쿄에서 열린 정기연주회를 중심으로 살펴봤다.

2014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이하 슈트라우스) 탄생 150주년을 맞아 해외 주요 오케스트라들은 2013/2014 시즌, 2014/2015 시즌에 걸쳐 작곡가를 기념하는 정기연주회를 연이어 올렸다. 해외 주요 시장에서 슈트라우스는 얼마나 연주되었는가. 작곡가의 생애 및 언어권과 관련된 독일·오스트리아·스위스 같은 독일어권 오케스트라와 별개로, 슈트라우스의 프로그램이 얼마만큼 대중을 끌어당길 수 있는지에 관한 리트머스는 대륙과 도시 안에서 오케스트라 경쟁이 치열한 미국과 영국의 런던, 일본의 도쿄를 들여다보면 어느 정도 실마리가 잡힌다. 미국의 메이저 오케스트라, 유럽과 아시아를 각각 대표하는 시장인 런던 및 도쿄 주재 오케스트라의 정기연주회를 전수조사했다.

아메리칸 Big 7

뉴욕 필하모닉·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샌프란시스코 심포니·LA 필하모닉

‘LA타임즈’지 2005년 8월 14일자 빅 마켓 오케스트라(마크 스웨드 제시)

슈트라우스 기념 기간, ‘아메리칸 Big 7’ 악단은 총 1,262회 정기연주회 가운데 슈트라우스 곡을 87회 연주했다. 최다 연주곡은 ‘영웅의 생애’(12회), 최다 공연 단체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27회)였다. 오페라 ‘살로메’와 ‘다프네’의 콘서트 버전이 유행한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동부 악단들은 안드리스 넬손스·야닉 네제 세갱 등 젊은 신임 감독들이 직접 슈트라우스 마케팅에 나섰다. 반면 서부 오케스트라들은 슈트라우스 기념에 흥미를 두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 필하모닉은 두 시즌 동안 열두 차례 슈트라우스를 연주했다. 올해 세상을 떠난 라파엘 프뤼베크 데 부르고스가 2013년 12월 ‘영웅의 생애’를 마지막으로 뉴욕 관객과 작별했고, 음악감독 앨런 길버트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이하 차라투스트라)’와 ‘장미의 기사 모음곡’을 지휘했다.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16회 정기 공연을 슈트라우스로 치렀다. 신임 음악감독 안드리스 넬손스는 ‘영웅의 생애’와 ‘살로메’의 콘서트 버전, 코티에 카퓌송의 첼로 협연으로 ‘돈키호테’를 함께했다. 객원 지휘자 스테판 드네브 역시 ‘영웅의 생애’를 담당했고 크리스토프 폰 도흐나니가 오페라 ‘카프리치오’ 전주곡(현악 6중주)과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부를레스케(이매뉴얼 액스 협연)를 소화했다.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음악감독 리카르도 무티 대신 음악감독급 객원 지휘자들이 열네 차례 슈트라우스를 매만졌다. 할레 오케스트라 수장 마크 엘더가 ‘틸 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이하 틸 오일렌슈피겔)’을, 런던 필하모닉 수석 지휘자 블라디미르 유롭스키가 오보에 협주곡(유진 이조토프 협연), 13개의 관악기를 위한 세레나데, ‘메타모르포젠’ 그리고 ‘네 개의 마지막 노래’ 연작을 지휘했다. 피츠버그 심포니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만프레트 호넥이 ‘돈 후안’을, 댈러스 심포니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얍 판 즈베던이 괴르네의 슈트라우스 가곡을 서포트했다.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는 음악감독 프란츠 벨저 뫼스트만이 슈트라우스 작품을 조율했다. 뵐저 뫼스트는 일곱 차례에 걸쳐 랑랑 협연으로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부를레스케, ‘틸 오일렌슈피겔’ ‘가정 교향곡’, 오페라 ‘다프네’의 콘서트 버전을 지휘했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는 북미에서 가장 활발하게 슈트라우스를 기념했다. 27회 슈트라우스가 연주됐는데 음악감독 야닉 네제 세갱이 오보에 협주곡(리처드 우드햄스 협연)을 시작으로 13개의 관악기를 위한 세레나데, ‘영웅의 생애’ ‘메타모르포젠’과 오페라 ‘살로메’ 콘서트 버전, ‘알프스 교향곡’ ‘장미의 기사 모음곡’을 맡았다. 크리스토프 에셴바흐가 ‘틸 오일렌슈피겔’과 호른 협주곡 1번(제니퍼 몬토네 협연)을, 유롭스키가 이매뉴얼 액스 협연으로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부를레스케, ‘차라투스트라’를 지휘했다.

태평양 연안 오케스트라들은 상대적으로 슈트라우스에 인색했다. 샌프란시스코 심포니는 단 여섯 번만 슈트라우스를 공연했다. 세묜 비치코프의 ‘알프스’와 마이클 틸슨 토머스의 ‘차라투스트라’가 전부였다. 구스타보 두다멜의 LA 필하모닉 역시 총 5회, 유라이 발추아의 ‘죽음과 변용’과 바실리페트렌코의 ‘영웅의 생애’로 슈트라우스를 마무리했다.


▲ 야닉 네제 세갱 ⓒMarco Borggreve

▲ 앨런 길버트 ⓒChris Lee

▲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런던 Big 4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BBC 심포니 오케스트라

‘런던 BIG 5’ 중 정기연주회보다 행사 비중이 많은 로열 필은 제외

‘런던 Big 4’ 오케스트라는 총 261회 정기연주회 가운데 슈트라우스 작품을 18회 연주했다. 최다 연주곡은 ‘돈 후안’(5회), 최다 공연 단체는 필하모니아(7회)였다. 사카리 오라모를 제외하곤 음악감독이 직접 나서서 슈트라우스를 연주하는 경우가 드물었고 시대를 대표했던 거장 지휘자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필하모니아가 슈트라우스 붐을 주도했다.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여섯 차례 슈트라우스를 소개했다. 마크 엘더가 13개의 관악기를 위한 세레나데와 ‘맥베스’ ‘틸 오일렌슈피겔’ ‘장미의 기사’ 각각의 모음곡을 담당했고 ‘슈트라우스 전문가’ 파비오 루이지와 ‘코번트 가든의 맹주’ 안토니오 파파노가 ‘영웅의 생애’를 맡았다. 지휘자 겸업을 선언한 니콜라이 즈나이더가 ‘돈 후안’ ‘차라투스트라’를, 토마스 다우스고르가 배리 더글러스와 협연으로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부를레스케를 지휘했다.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상대적으로 조용하게 슈트라우스 기념 해를 보냈다. 총 63회 사우스뱅크 정기연주회 가운데 두 차례만 슈트라우스가 연주됐다. 진먼은 액스와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부를레스케를 함께하고 ‘죽음과 변용’을 지휘했다. 야닉 네제 세갱은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호연이 빛난 ‘영웅의 생애’(BIS) 대신 ‘돈 후안’으로 런던 관객과 만났다.

런던에서는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만이 공식적으로 슈트라우스 시리즈를 담당했다. 악단과 오랜 인연을 함께한 로린 마젤과 크리스토프 폰 도흐나니를 전면에 내세웠다. 마젤의 ‘차라투스트라’ ‘틸 오일렌슈피겔’ ‘알프스 교향곡’은 생애 마지막 런던 연주가 되었다. 도흐나니는 ‘영웅의 생애’와 ‘네 개의 마지막 노래’로, 필리프 조르당은 ‘돈 후안’과 ‘일곱 베일의 춤’으로 5회 슈트라우스 시리즈를 마감했다. 2014/2015 시즌에도 발추아가 ‘돈 후안’과 ‘장미의 기사’ 각각의 모음곡을, 투간 소키예프가 케이티 울리 협연으로 호른 협주곡 2번을 연주한다.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2014년 BBC 프롬스에서 세묜 비치코프 지휘의 오페라 ‘엘렉트라’ 콘서트 버전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두 시즌 동안 바비컨센터에서 42회 열린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 중 세 차례만 슈트라우스가 조명됐다. 영국의 신예, 에드워드 가드너가 ‘죽음과 변용’을, 사카리 오라모가 ‘돈 후안’을 지휘했고 2015년 2월엔 소프라노 소피 베번, 라이언 위글스워스의 지휘로 슈트라우스 가곡 ‘사랑’ ‘겨울 봉헌’ ‘장미 화환’ ‘자장가’ ‘내 아이에게’ ‘세실리아’가 연주된다.


▲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 마크 엘더

▲ BBC 심포니의 오페라 ‘엘렉트라’
콘서트 버전 ⓒBBC Proms

도쿄 Big 7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NHK 심포니 오케스트라·도쿄 메트로폴리탄 심포니 오케스트라·재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도쿄 심포니 오케스트라·요미우리 심포니 오케스트라·뉴 재팬 필하모닉

2013년 일본오케스트라연맹 연감 기준 입장객 수 상위 7개 악단

도쿄 주재 ‘Big 7’ 악단은 총 483회 정기연주회 가운데 31회 슈트라우스 곡을 연주했다. 최다 연주곡은 ‘장미의 기사 모음곡’(5회), 최다 공연 단체는 NHK 심포니 오케스트라(8회)였다. 잉고 메츠마허를 제외하곤 음악감독이 나서서 슈트라우스를 연주하는 경우가 드물었던 대신, 자국 출신의 중견 음악가와 브장송 콩쿠르 출신의 신예들이 자주 슈트라우스 무대에 섰다.

일본 악단 중 입장객 수 1위 도쿄 필은 5회의 정기연주회를 슈트라우스에 할애했다. 하노버 NDR 방송교향악단 종신 지휘자 오우에 에이지가 ‘장미의 기사 모음곡’을, 신국립극장 오페 라 감독 다이지로 이이모리가 ‘돈 후안’ ‘네 개의 마지막 노래’ ‘장미의 기사 모음곡’을, 이탈리아 오페라에 강한 소노다 류이치로가 ‘이탈리아에서’를 지휘했다.

NHK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전통적으로 슈트라우스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2년간 108회 정기연주회 중에 슈트라우스 곡은 여덟 차례 연주됐다. 블라디미르 아시케나지가 ‘알프스 교향곡’을 지휘했고 네메 예르비가 ‘축전 행진곡’ ‘요제프의 전설’에 이어 일본 정부가 1940년, 황기(皇紀) 26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슈트라우스에게 의뢰한 일본 건국 기원 2600년 기념 위촉곡인 ‘일본 축전곡’을 지휘했다. 2015년 2월에는 파보 예르비가 ‘영웅의 생애’로 NHK 심포니 수석 지휘자 취임을 준비한다.

2020년 도쿄 올림픽 개최로 도쿄도의 탄탄한 지원이 약속된 도쿄 메트로폴리탄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슈트라우스를 외면했다. 두 시즌 56회 정기 공연 가운데 오직 한 차례, 신임 수석 객원 지휘자 야쿠프 흐루사가 ‘알프스 교향곡’을 지휘했다.

도쿄 거주 상류층 노인 관객을 주 타깃으로 삼는 재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정기연주회 중에선 세 차례 슈트라우스 곡이 포함됐다. 수석 지휘자 알렉산드르 라자레프가 ‘차라투스트라’를,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와 지난 7월 내한했던 신예 야마다 가즈키가 ‘장미의 기사 모음곡’ 중 왈츠 1번과 ‘돈키호테’를 지휘했다.

도쿄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슈트라우스를 다섯 차례 연주했다. 새 음악감독 조너선 노트가 ‘네 개의 마지막 노래’ ‘알프스 교향곡’을, 일본계 독일 지휘자 윤 메르클이 ‘틸 오일렌슈피겔’을, 노장 아키야마 가즈요시가 ‘영웅의 생애’ ‘돈 후안’을, 브장송 콩쿠르 우승자 시모노 타쓰야가 ‘장미의 기사 모음곡’을 지휘했다.

대니얼 하딩을 음악고문으로, 잉고 메츠마허를 음악감독으로 임명해 도쿄 시장의 새로운 핵으로 부상 중인 뉴 재팬 필하모닉은 슈트라우스를 네 차례 소화했다. 메츠마허가 ‘차라투스트라’ ‘틸 오일렌슈피겔’ ‘죽음과 변용’을, 이이모리 타이지로가 ‘메타모르포젠’을 지휘했다. 시모노 타쓰야는 셀린 모이네와 협연으로 오보에 협주곡을 지휘했다.

외국인 지휘자와 일본 단원의 궁합이 환상인 요미우리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다섯 차례에 걸쳐 슈트라우스를 연주했다. 시나이스키가 ‘틸 오일렌슈피겔’과 ‘장미의 기사 모음곡’을, 제라르 코르스텐과 야마다 가즈키가 ‘영웅의 생애’를, 코넬리우스 마이스터가 ‘알프스 교향곡’을 각각 지휘했다.


▲ NHK 심포니 오케스트라 ⓒTakehara

▲ 조너선 노트 ⓒBomb.Symph

작곡가 기념해를 활용한 오케스트라 관객 개발

2014년, 아시아 투어에 슈트라우스 탄생 150주년을 기념한 레퍼토리를 넣은 곳은 마르쿠스 슈텐츠/쾰른 필하모니, 데이비드 진먼/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 안토니오 파파노/산타 체칠리아 음악원 관현악단, 마리스 얀손스/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켄트 나가노/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 야닉 네제 세갱/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구스타보 두다멜/빈 필하모닉, 발레리 게르기예프/마린스키 오케스트라, 파보 예르비/파리 오케스트라 등이다. 아시아 현지의 흥행 조건에 크게 얽매이지 않고 본거지에서 정기연주회로 갈고닦은 슈트라우스를 로컬 프로모터와의 조율을 통해 투어에 내놓았다. 그 결과 일본 내에서도 ‘알프스 교향곡’과 ‘장미의 기사 모음곡’을 독일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들을 수 있었다. 특히 도쿄 관객은 슈트라우스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독일어권을 제외하면 미국과 영국, 일본 모두 전통적으로 오스트로‐저먼 레퍼토리에 강한 역사를 갖고 있거나 독일어권 전·현직 음악감독을 둔 곳에서 슈트라우스를 더 심도 있게 조명했다.

왜 오케스트라는 작곡가의 기념 해에 맞춰 해당 작품으로 정기연주회를 하는가. 정기연주회 프로그래밍은 연주력이 중요한 음악감독과 흥행이 목표인 단장, 행정감독이 적절하게 타협한 결과물이다. 모든 정기연주회가 만석을 겨냥하진 않는다. 베토벤·브람스에 더해 말러·브루크너 관현악이 일상이 된 런던과 도쿄에서도 슈트라우스는 흥행이 덜 되더라도 오케스트라와 지휘자의 현재 능력이 어떠한지, 충성도 높은 관객과 평단 앞에 내놓는 야심작이다. 매진보다는 퍼포먼스가 오케스트라의 브랜드 가치를 좌우한다. 연주력에서 런던 심포니에 열세를 보이는 필하모니아가 로린 마젤과 크리스토프 폰 도흐나니로 슈트라우스를 연주하면 코어 관객과 오피니언 리더들은 자연스레 마크 엘더/런던 심포니의 슈트라우스와 비교하고 오케스트라의 가치는 재평가된다.

2015년은 시벨리우스·닐센 탄생 150주년이다. 2015년 2월 런던의 최대 이슈는 사이먼 래틀/베를린 필의 시벨리우스 교향곡 사이클이고 파보 예르비는 2014/2015 시즌 닐센으로 필하모니아와 두 차례 시리즈를 갖는다. 이미 주요 관현악 마켓은 닐센·시벨리우스 150주년을 홍보하고 그 메시지는 핵심 관객층부터 공약한다.

지난 사반세기 동안 한국 시장에서 작곡가의 생몰 주기 마케팅이 인구에 회자된 건 두 차례다. 모차르트 서거 200주년인 1991년, 필립스는 모차르트 전작을 180장의 CD 에디션으로 내놓았고 바흐 서거 250주년인 2000년, 워너뮤직은 산하의 텔덱·에라토 레이블의 음원 153장을 ‘바흐 2000’이라는 세트로 내놓았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음반과 공연이 함께 움직이던 시절은 이미 지났다. 슈트라우스 혹은 시벨리우스나 닐센의 기념 해에 맞춰 한 작곡가의 음악 세계를 통시적으로 읽어내는 우리 오케스트라의 존재가 필요한 시점이다. 자국 오케스트라를 사랑하는 관객을 더 늘리는 데 쓰이는 ‘슈트라우스 탄생 150주년’ 같은 수사를 안쓰럽게만 볼 건 아니다.

이번 조사에서 슈트라우스 기념 해를 통해 흥행 가치를 재확인한 형식은 콘체르탄테(무대 세트 의상을 갖추지 않은 형태의 공연)였다. 미국 동부 오케스트라들이 오페라의 콘서트 버전을 연거푸 올렸고 프롬스에선 로빈 티치아티/런던 필 ‘장미의 기사’, 도널드 러니클스/베를린 도이치오퍼 오케스트라 ‘살로메’, 세묜 비치코프/BBC 심포니 ‘엘렉트라’, NHK 음악제에선 발레리 게르기예프/마린스키 오케스트라 ‘살로메’가 공연됐다.

이런 콘체르탄테는 우리 오케스트라가 정기연주회에서 수용할 만한 여러 매력이 있다. 무대 제작이 없고 오케스트라와 리허설만으로 제작이 가능해 일주일의 시간만 있으면 BBC 프롬스에 출연했던 사무엘 윤이나 박종민 등 유럽의 우수 한국 성악가를 비롯해, 오페라 전막이 아니면 볼 수 없었던 컨템퍼러리 성악 스타를 만날 스케줄을 만들 수 있다. 해외 오페라단이 한국에서 슈트라우스를 오페라 전막으로 올렸던 건 20년 전 정명훈/바스티유 오페라가 유일했다. 평균 30억 원으로 추산되는 10일간의 해외 오페라 제작비를 감안하면 콘체르탄테의 매력은 더해진다. 이 역시 슈트라우스 해가 남긴 의외의 힌트다.

글 한정호(런던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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