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파리 음악계의 크고 작은 불협화음의 근원지 가운데 하나였던 파리 필하모니가 드디어 개관을 앞두고 있다. 1월 14일 파리 필하모니의 상주 오케스트라 될 파리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첫 번째 시즌 프로그램의 시작을 알린다. 파리 필하모니는 명칭대로 오케스트라 연주를 주 프로그램으로 하는 연주회장이다. 상주 오케스트라인 파리 오케스트라 외에도 파리 체임버 오케스트라 등이 주 연주단체로 시즌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물론 이들 오케스트라 외에도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들이 시즌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2,400석의 객석과 오케스트라 전용 연습 공간을 보유한 파리 필하모니의 위치는 공연장과 인접해 있는데, 시테 드 라 뮈지크는 파리 필하모니 2로 명칭을 변경하고, 공동 운영된다. 그동안 시테 드 라 뮈지크와 살 플레옐을 운영해오던 로랑 바일이 파리 필하모니를 이어서 운영하기 때문이다.
2009년 건축가 장 누벨에 의해 시작된 파리 필하모니가 6년 만에 완공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마무리 공사를 하고 있는 파리 필하모니의 건축 과정에는 적지 않은 진통이 있었다. 파리 필하모니의 건축과 운영 비용을 프랑스 정부가 45퍼센트, 파리 시가 45퍼센트, 그리고 파리 주변 도시들을 일컫는 일 드 프랑스가 10퍼센트를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초기 비용은 1억7,000만 유로(약 2,300억 원)였지만, 건축 추가 비용이 증대해 최종적으로는 3억8,800만 유로(약 5,220억 원)가 되었다. 물론 이는 2012년의 평가였고, 그 이후로 더 증가되었을 여지가 크다. 이는 프랑스 정치계에 커다란 스캔들을 가져왔고, 2010년 초반에서 2011년 초반까지 거의 1년 동안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었다.
음향은 해롤드 마샬과 토요타 야스히사가 맡았는데, 수많은 음악가가 이 연주회장의 개관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파리 필하모니의 위치는 결코 파리 중심이 아니고, 파리 북동쪽에 위치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파리의 경계는 확장되어왔다. 한 예로 지금은 파리 시내에 위치한 페르 라세스 공동묘지는 과거에는 파리 시내가 아닌 파리 근교에 해당되었다. 이는 여전히 현재형이고, ‘그랑 파리’라는 프로젝트명으로 파리의 확장은 계속되고 있다.
파리 필하모니는 그랑 파리 프로젝트의 연장선에 있다. 파리 필하모니 1·2는 파리와 파리 근교에 거주하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매우 다양한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단지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의 연주회뿐만 아니라 이들 오케스트라의 연습을 볼 수 있으며, 다양한 음악교육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있다. 파리 필하모니 내에 자리한 두 개의 오케스트라 전용 연습 홀과 여섯 개의 실내악 연습 홀은 비슷한 시기에 하루 간격으로 열리는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들을 프로그램에 넣고 운영하는 데 매우 커다란 유연성을 제공할 것이며, 아이들이 이들 연습을 관람케 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동시에 운영할 계획이다.
1월 14·15일 이틀 동안 열리는 파리 필하모니의 개관 연주회는 파보 예르비가 지휘하는 파리 오케스트라와 독주자로는 엘렌 그리모와 르노 카퓌송, 그리고 랑랑이 참여한다. 이미 세계적 명성이 높은 이 세 명의 연주자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젊다는 것이다.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을 연주회장으로 오게 할 수 있는 독주자들을 선택한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청중의 입장에서 파리 필하모니의 장점은 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기존의 다른 연주회장보다 좁혀졌다는 것이다. 무대 위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무대에서 가장 먼 객석의 거리가 38미터이다. 그리고 모든 연주회의 입장권은 10유로(한화 약 1만 3천원)에서 시작된다.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와 민주화를 내걸고 있는 파리 필하모니가 개관까지 치른 비용은 정말로 막대한 것이었다. 그러나 파리 필하모니가 파리 음악계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