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모와 그의 무대’

서거 250주년 기념 전시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5년 3월 1일 12:00 오전


▲ 바로크 오페라 무대장치 중 궁전 발코니를 감도는 구름 ⓒRameau et la scene

라디오 프랑스 국립도서관은 2015년 서거 250주년 라모의 해를 맞아 파리 오페라극장 도서실에서 ‘라모와 그의 무대(Rameau et la scene)’ 전시를 열고 있다. 바로크 시대 프랑스 궁정음악의 대가이자 화성학 창시자인 장 필리프 라모를 기념하는 이번 전시는 그의 생애와 비극 작품을 선보이는 동시에 오페라-발레 작품에 등장하는 무대 장식 마켓, 의상 크로키 같은 역사적 자료를 한자리에 모아 라모의 예술적 삶과 음악사적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1764년 서거하기 전까지 뜨거운 창작열을 불태웠음에도 오늘날 대중에게 ‘라모’라는 음악가의 이름은 낯선 데다 무대에서 작품을 만나기도 쉽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라모의 음악이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초 생상스가 라모의 작품집을 편집하면서부터고, 1970년대 원전 연주의 붐을 타고 비로소 대대적으로 고증됐기 때문이다. 라모가 어둠에서 빛으로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지휘자 ‘윌리엄 크리스티’와 함께 연출가 ‘조르주 라벨리’의 공헌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라벨리는 ‘다르다뉘’를 파리 오페라극장에서 공연, 라모의 오페라 붐을 일으키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이번 전시는 1733년 초연한 라모의 대표작 ‘이폴리트와 아리시’를 시작으로 2012년까지 파리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 라모의 작품을 한데 모았다. 따라서 18세기 공연 무대의 미학과 더불어 18세기부터 20세기에 이르는 라모 작품 연출의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대표적 전시 작품으로는 18세기 ‘자크 아베’ 작품으로 추정하는 ‘붉은 윗도리를 입고 바이올린을 들고 있는 라모의 초상’(크리스토퍼 루세 소장)과 코미디 발레 ‘레 팔라댕’ 자필 원전 스코어(1760), 1908년 서정 비극 ‘이폴리트와 아리시’에서 페드라로 분한 ‘루시엔 브레발’의 공연 사진, 1772년 공연한 ‘카스토르와 폴룩스’ 리바이벌 공연을 그린 미니 화폭 ‘프레데리카 폰 슈타데’가 이피스로 분한 ‘다르다뉘’의 공연 사진(파리 오페라극장/1980년 조르주 라벨리 연출)과 의상 데생이 눈길을 끈다. 1999년 초연 후 라모 오페라 대중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로랑 펠리 연출의 ‘플라테’ 공연 사진도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로는 1952년 ‘모리스 레흐만’이 연출한 ‘인도의 여흥’ 중 야만인의 등장 장면을 옮겨놓은 스케치 작품이 경이롭게 느껴져 이국적인 푸른색 화폭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1908년 홀 스튜어트가 연출한 ‘이폴리트와 아리시’ 중 1막에 등장한 다이아나의 신전 무대 모형은 18세기 바로크적 향취를 느낄 수 있는 전시물. 1768년에 공연한 ‘다르다뉘’ 중 주인공 다르다뉘를 잉크와 수채로 스케치한 ‘루이 르네 보케’의 무대의상 모형은 백미로 꼽을 만했다. 현재 국립무대의상 센터에 소장 중인 라벨리 연출작 ‘다르다뉘’의 새 의상 모형은 라모 작품이 지닌 동경과 드라마틱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한 사람의 위대한 작곡가를 시대에 따라 얼마나 다양하게 해석하는지 알 수 있는 라모의 전시는 3월 8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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