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드림걸즈’

버림의 미학 속에 살아난 극의 묘미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5년 4월 1일 12:00 오전

뮤지컬 ‘드림걸즈’
2월 26일~5월 25일
샤롯데씨어터

버림의 미학 속에 살아난 극의 묘미
뮤지컬 무대의 묘미는 정체되지 않은 변화의 생명력에 있다. ‘드림걸즈’는 그런 면에서 분명 칭찬받을 만하다. 2009년 막을 올린 우리말 초연 당시 한국 사람으로서는 쉽게 빠져들기 힘들고 복잡했던 스토리 라인을 이번 앙코르 무대에선 효과적으로 정리하고 감량한 노력이 단연 돋보이기 때문이다. 버리고 줄이는 결단이 작품을 맛깔스럽게 바꿔놓았다.
원작은 1981년대에 등장한 뮤지컬이다. 이 뮤지컬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실존 인물의 풍자다. 바로 다이애나 로스와 플로렌스 밸러드의 이야기가 유명했던 슈프림스를 떠올리게 하는 탓이다. 이야기는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 여자 주인공들의 극적인 재회와 감동적인 화해로 끝나지만, 슈프림스의 실제 캐릭터들은 정반대의 삶을 살았다. 동료들로부터 버림받은 플로렌스 밸러드는 마약과 알코올의존증, 우울증의 괴로움 속에 살다 서른두 살의 젊은 나이에 명을 달리했다. 무대의 이야기는 그들의 얄궂은 운명에 대한 팬들의 바람이자 일종의 꿈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사정을 알고 나면 뒷맛이 조금 씁쓸해지는, 이 뮤지컬의 감상 포인트이기도 하다.
미국 대중음악사에 대한 이해는 작품 감상에 도움을 준다. 뮤지컬에선 드림스와 제임스 선더 얼리를 방송에 노출시키기 위해 프로듀서인 커티스 테일러 주니어가 라디오 DJ들을 만나 금전과 선물을 건네는 장면이 등장한다. 라디오의 영향력이 엄청났던 1950~1960년대 미국 방송가에서는 실제로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다. 노출의 대가로 금전을 지불하는 ‘페이올라’나 마약 같은 환각제를 건넨 ‘드루골라’는 그래서 오늘날까지도 회자되는 매스미디어의 폐해다. 미국 대중문화가 세세하게 투영된 각 장면은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즐긴다는 뮤지컬 감상의 즐거움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한다.
화려했던 특수 장치는 한국적 환경에 맞춰 변화되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보는 재미는 초연만 못하다. 아무래도 브로드웨이 진출을 목표로 한 월드 프리미어 공연이던 전작에 비해 제작비의 현실적 판단이 고려된 결과다. 화려함이 줄어든 대신 보다 충실한 짜임새가 추가됐다. 한쪽 문이 닫히니 다른 쪽 문이 열린 경우에 비할 만하다.
배우들은 만족스럽다. 초연부터 에피 화이트로 무대를 지켜온 차지연은 여전히 안정적인 무대와 수려한 가창력을 선보인다. 여기에 오랜만에 무대로 돌아온 난아와 개성 강한 연기를 선보이는 김도현, 천방지축 매력 넘치는 최민철, 수준급 연기와 노래를 들려주는 윤공주 등이 탄탄한 완성도를 이끌어낸다. 신예인 유지가 연기하는 디나 존스도 꽤나 매력적이다.
음악이 주요 소재인 작품답게 노래는 이 작품 최고의 묘미다. 흑인들의 끈적끈적하고 솔풀(soulful)한 감성까지는 완벽히 구현하지 못하더라도, 이야기의 진폭을 충실히 재연하는 우리 제작진의 솜씨는 가히 글로벌한 수준이다. 특히 영화가 만들어지며 첨가된 비욘세의 노래 ‘리슨(Listen)’이 2중창으로 재연되면 객석은 환호와 박수로 뒤덮인다. 라이브 엔터테인먼트인 뮤지컬이 얼마나 재미있는 장르인지 새삼 실감하는 순간이다.
글 원종원(뮤지컬평론가·순천향대 교수) 사진 오디뮤지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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