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난쟁이들’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5년 5월 1일 12:00 오전

뮤지컬 ‘난쟁이들’

2월 27일~4월 26일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웃긴’ 뮤지컬의 가능성

소극장 뮤지컬 중에는 ‘B급 컬처’를 표방해 인기를 누리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자본의 영향력이 대극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지 않아 창작자들이 다양하고 재미난 시도나 발상의 전환을 꾀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골 때리고, 발칙하고, 적나라하고, 익살스러운’ 재미는 그래서 만날 수 있는 작은 뮤지컬의 매력이다.

요즘 창작 뮤지컬에서도 이런 작품이 인기다. 바로 뮤지컬 ‘난쟁이들’이다. ‘백설공주’에 나오는 난쟁이가 주인공이라 붙은 제목이다. 사실 ‘백설공주’를 무대에서 활용한 창작 뮤지컬은 이미 과거에 큰 인기를 누린 바 있다.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는 공주를 진심으로 사랑한 일곱 난쟁이 중 한 명인 반달이의 이야기를 눈물 날만큼 아름답게 그려 인기를 모은 경우다.

엇비슷한 소재지만 뮤지컬 ‘난쟁이들’은 훨씬 직설적이고 과감한 접근을 시도한다. ‘19금’의 외설스러운 대사와 직설적 표현이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공연의 부제 역시 ‘어른이 뮤지컬’이라는 재치 넘치는 문구다. 어린이의 ‘린’에 X자를 그리고 새롭게 ‘른’이라고 그려놓았다. 준비된 어른 관객만 알아서 보러 오라는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다.

‘난쟁이들’에는 동화 속 판타지 대신 현실적 재해석이 여럿 등장한다. 여장을 한 남자 배우가 ‘신데렐라’로 변신해 괜찮은 왕자를 찾아다니는 속물로 그려지고, 마마보이 왕자 때문에 외로운 ‘백설공주’는 보석 탄광에서 삽질하며 꿈틀대는 근육을 자랑하던 난쟁이들의 남성미를 그리워한다. 허우대는 멀쩡하지만 우스꽝스럽고 허접한 왕자들은 ‘끼리끼리’를 노래하며, 이성을 만날 때에는 신분과 계급이 중요하다며 풍자하고 노래한다. ‘웃자고 하는’ 이야기지만 폭소에 담긴 ‘뼈 있는’ 농담 한마디는 영웅담이 아닌 ‘슈렉’ 스타일의 유머 코드로 관객을 왁자하게 박수치고 환호하게 한다.

여러 동화를 뒤섞어 새로운 이야기의 뮤지컬로 꾸민 경우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에서도 시도한 적이 있다. 스티븐 손드하임의 대표작 중 하나인 ‘인투 더 우즈’다. 지난해 연말 성탄절 즈음 우리나라 극장가에서 ‘숲속으로’라는 제목의 영화로 소개되기도 했다. 그저 ‘겨울왕국’의 연장선쯤으로 여겨 아이들을 데리고 온 엄마 관객들이 화를 내며 극장 문을 박차고 나갔다는 뒷이야기가 유명한 바로 그 작품이다. 영화의 원작이 ‘비틀어보는’ 내용으로 세계적 명성의 유명 뮤지컬임을 알지 못해 벌어진 일종의 해프닝이다.

창작 뮤지컬 ‘난쟁이들’은 극적 설정에서 ‘인투 더 우즈’의 재미를 교묘히 차용했다. 일단 동화라는 소재를 활용한 것도 그렇거니와, 원작을 비틀어보는 유머 코드 또한 흡사하다. 그래도 두 작품의 간극을 만들어준 것은 컬트적이고 시니컬한 한국식 유머 감각이다. 한참 웃다 보면 오랜만에 만난 친한 벗과 시원스레 ‘수다’라도 떤 듯 개운해진다. 무대에서 통렬히 전개되는 비틀어보는 미학은 가까운 사람끼리 몰래 험담을 털어놓는 듯한 통쾌한 재미도 안겨준다. 특히 뮤지컬이 꼭 드레스 입은 궁중 무도회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명쾌한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한다. 뮤지컬에 대한 편견이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픈 재미난 무대다.

사진 PCM 프로덕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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