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아라벨라 슈타인바허

무대 위, 완전한 자유를 꿈꾸다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5년 5월 1일 12:00 오전

21세기 비르투오소의 내면의 소리를 주목하자

미국의 힐러리 한, 네덜란드의 야니너 얀선, 독일의 율리아 피셔 등 21세기의 여성 바이올리니스트들이 착실하게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다. 1981년생 독일 출신 아라벨라 슈타인바허 역시 연주 활동이 도드라지는 바이올리니스트다. 그녀는 2010년 샤를 뒤투아/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2013년 크리스티안 예르비/서울시향과 두 번의 내한 공연을 가졌다. 5월 26일, 토마스 헹겔브로크/북독일 방송교향악단과 세 번째 내한을 준비 중인 그녀는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피아니스트이며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성악 코치였던 독일인 아버지와 성악가인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아라벨라 슈타인바허는 아홉 살에 뮌헨 국립 음대 아카데미에서 아나 추마헨코의 문하로 들어가 율리아 피셔와 함께 바이올린을 배웠다. 그 후 이브리 기틀리스를 사사했으며, 스무 살이 되는 해에는 안네 조피 무터 재단의 장학생이 되어 무터의 후원을 받는다. 그녀는 이번 내한 공연을 앞두고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재능 있는 어린 학생들에게 경험을 전수하는 것이 앞으로의 계획”이라고 밝혔다.

2000년 하노버 요제프 요아힘 콩쿠르에서 3위에 입상하며 데뷔한 아라벨라 슈타인바허. 솔리스트로서 화려한 주목을 받은 건 2004년 3월에 급환으로 공연을 취소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를 대신해 네빌 매리너/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과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 이후부터다.

2004년 오르페오 레이블에서 첼리스트 다니엘 뮐러 쇼트와 하차투리안 협주곡을 담은 음반을 발매한 이후 꾸준히 음반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는 펜타톤 클래식스를 통해 음반을 출시하고 있으며, 연주하는 레퍼토리는 고전·낭만 시대의 주요 바이올린 협주곡부터 현대의 글라주노프·슈니트케·구바이둘리나까지 방대하다. 일본 음악 재단이 대여해준 스트라디바리 ‘부스’(1716)를 사용하며 연주 활동을 넓혀가는 중이다. 다음은 아라벨라 슈타인바허와의 일문일답.

이번 내한 공연에서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을 선보이는데요.

아나 추마헨코의 제자가 된 아홉 살에 처음으로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을 배웠습니다. 그전까지는 주로 모차르트·비발디·바흐 작품을 연주했기에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악보를 처음 봤을 때 굉장히 신기했어요. 멘델스존의 선율은 섬세하고 로맨틱하죠. 하지만 고전적인 요소가 강하기 때문에 여느 낭만 시대 작품보다 ‘모차르트 스타일’이 많이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0년에는 샤를 뒤투아/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2013년에는 크리스티안 예르비/서울시향과 두 번의 내한 공연을 가졌습니다. 토마스 헹겔브로크/북독일 방송교향악단과 함께하는 세 번째 내한에 대한 소감은.

토마스 헹겔브로크와는 오래전부터 다양한 레퍼토리를 연주했는데, 처음부터 호흡이 굉장히 잘 맞았어요. 토마스 헹겔브로크의 음악은 매우 개방적입니다. 그의 열정적 에너지는 오케스트라 단원 모두에게 전달돼요.

한국 청중은 음악에 대한 풍부한 이해와 해박한 지식을 갖췄습니다. 지난 내한 공연에서 청중의 감성이 여지없이 전달됐어요.

무대에 오르기 전에는 중심을 찾기 위해 명상을 하며 혼자 있는 시간을 갖는 편입니다. 그러면 무대 위에서 완전한 자유를 누리며 음악에 몸을 맡기게 돼요. 이번 공연의 목표는 한국 관객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고민에서 벗어나 모두 함께 음악 여행을 떠나는 것입니다.

당신에게 바이올린은 언제, 어떻게 다가왔나요.

어린 시절에 저는 잠시도 쉬지 않고 뛰어다니던 활동적인 아이였습니다. 음악을 하시던 부모님께서는 제가 무언가에 집중하기를 간절히 원하셨어요. 어머니는 성악 공부를 하기 위해 일본에서 독일로 유학을 오신 분입니다. 집 근처에 일본의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음악 교육자인 스즈키 신이치가 고안한 교습법으로 바이올린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있었고, 그것을 계기로 바이올린을 시작했습니다. 아버지는 피아니스트이며, 바이에른 슈타츠오퍼의 성악 코치였어요.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많은 성악가를 보면서 자랐습니다. 성악가들에게 프레이즈를 다루는 법과 호흡법을 배웠어요. 이러한 요소들은 악기를 연주할 때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 점이 음악적 소양의 밑거름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서양과 동양이라는 두 문화를 흡수했네요.

독일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덕분에 두 문화의 영향을 받으며 자랐지만, 음악적인 부분은 ‘독일 정통 스타일’을 물려받았어요. 그러나 저는 명상을 좋아하고 음악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편인데, 이러한 감수성은 어머니의 영향인 것 같습니다.

아나 추마헨코·이브리 기틀리스·안네 조피 무터에게 바이올린을 배웠죠. 이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받았나요.

아나 추마헨코에게는 9세부터 20세까지 바이올린을 배웠습니다. 저의 음악이 성장하는 과정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이죠. 아나 추마헨코는 친한 친구이자 여전히 제 음악에 큰 영향을 미치는 스승입니다. 안네 조피 무터와의 인연은 19세 때부터 시작됐어요. 무터 재단에 들어갔고, 첫 연주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따뜻한 조언을 받았습니다. 이브리 기틀리스의 독특한 연주법은 항상 영감으로 다가와요. 이브리 기틀리스는 파리에 갈 때마다 만나는데, 항상 많은 음악을 배우고 돌아옵니다.

2004년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를 대신해 네빌 매리너/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과 베토벤 협주곡을 선보이며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연주회 이틀 전에 연락을 받은 터라 긴장할 겨를도 없이 파리 무대에 올랐습니다. 긴장하지 않아 오히려 그 순간을 즐길 수 있었죠. 그 연주를 계기로 다양하고 새로운 문이 열리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연주 경험을 많이 쌓아놓은 상태였기에 음악적으로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2004년, 다니엘 뮐러 쇼트와 함께한 첫 음반 발매 이후 꾸준히 음반을 발매하고 있죠.

최근 몇 년 동안 20세기 레퍼토리에 집중했어요. 펜타톤 레이블과 함께 음반 작업을 한 것은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음반 제작사들은 작업하기 꺼릴 수도 있는 요청을 흔쾌히 받아줬어요. 곧 발매할 신보에는 샤를 뒤투아가 지휘한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와 차이콥스키·멘델스존 협주곡을 녹음했습니다.

당신에게 영감을 주는 것은 무엇인지.

시간이 날 때마다 재즈를 듣습니다. 재즈 뮤지션이 즉흥적으로 만든 멜로디를 들으면 굉장한 매력과 독특함으로 다가와 영감을 받아요.

누군가 봄에 어울리는 클래식 음악을 추천하라고 하면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을 말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은은한 오케스트라 음 사이로 피어나는 바이올린의 우아한 도입부를 들으면 벚꽃잎이 나부끼는 봄 하늘이 떠오른다. 5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는 아라벨라 슈타인바허 외에도 바이올리니스트 길 샤함이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할 예정인데, 두 비르투오소의 멘델스존을 비교하며 듣는 것도 좋을 듯하다.

사진 빈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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