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신과 함께_저승편’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5년 8월 1일 12:00 오전

7월 1~12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원작 재연이 아닌, 성공적인 창작물의 탄생

뮤지컬 중엔 원작이 따로 있는 경우가 많다. 소설이나 왕년의 인기 영화를 재활용하고, 오페라를 재구성하거나, 흘러간 옛 대중음악을 무대용으로 탈바꿈시킨다. ‘라이언 킹’이나 ‘미녀와 야수’ 등 애니메이션이 뮤지컬로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에선 웹툰도 좋은 재료가 된다. 얼마 전 인기를 누린 TV 드라마 ‘미생’도 원작은 웹툰이고, 이번에 공연된 서울예술단의 신작 뮤지컬 ‘신과 함께_저승편’도 마찬가지다.

유명한 원작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을 ‘원 소스 멀티 유스(OSMU)’라 한다. 뮤지컬은 태생적으로 융·복합적 속성을 지니고 있기에 이런 변용과 변화에 적합하다. 그러나 단순히 유명 원작을 가져왔다고 해서 완성도나 흥행이 보장되진 않는다. 대중적 인지도를 갖춘 ‘원 소스’를 선택하는 것은 출발선에 그칠 뿐, 중요한 것은 원작을 어떻게 뮤지컬적 문법과 형식에 맞춰 완성도를 갖춘 ‘물건’으로 환생시킬 것인가에 달려 있다. 적절한 배려와 충돌, 실험이 없으면 원작에 누를 끼칠 뿐이다.

그런 면에서 뮤지컬 ‘신과 함께_저승편’은 한국적 OSMU의 긍정적 사례로 기억될 만하다. 우선 장기간의 연재를 통해 소개된 방대한 스토리를 2막으로 구성된 무대에 적절하게 완급 조절을 하며 담아냈다. 드라마를 원작으로 했던 엇비슷한 창작 뮤지컬들의 실수를 효과적으로 극복했다는 점만으로도 칭찬할 만하다. 뮤지컬은 원작의 재연이 아닌 새로운 창작물의 탄생이어야 한다.

크게 박수 받을 부분은 비주얼적 완성도와 영상을 적절히 활용한 무대 디자인이다. 웹툰에서 변화무쌍하게 펼쳐지던 저승이란 시공간을, 윤회를 상징하는 원형의 무대 공간과 다양한 세트로 제법 그럴싸하게 그려낸다. 특히 무대 바닥까지 입체적으로 활용한 LED는 참신하고 효과적이다. 일반적인 스토리의 무대라면 다소 튀어 보일 수도 있지만, 이야기의 배경이 저승이라는 상상 속 공간인 탓에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하게 어울렸다. 디테일을 신경 쓴 흔적이 보이는 저승 상점의 간판도 풍자와 익살의 재미를 자아낸다. 마치 ‘프로듀서스’의 엔딩 씬에서 등장하는 패러디 뮤지컬 제목들이 객석의 웃음을 자아내는 것과 엇비슷하다. 이야기의 분위기를 살려줄 뿐 아니라, 하나하나 읽어보며 연상하고 이해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서울예술단의 작품들이 지니고 있는 특유의 매력도 여전하다. 가무극이라는 타이틀과 어울리는 안무의 배치와 활용이 세련된 이미지를 완성한다. 송용진·김다현 등 뮤지컬계 인기 스타들의 가세도 적절해 보인다. 의상이나 분장 덕도 보았겠지만, 관객 사이에서는 웹툰 속 이미지와의 ‘싱크로율’이 화제가 될 정도로 이미지를 적절히 구현해냈다.

짧은 공연 기간이 아쉽다. 공공단체인 제작사의 사정도 이해하지만, 모처럼 만난 완성도 높은 창작 뮤지컬이라 더욱 그렇다. 그만큼 만족스러웠다는 위로로 아쉬움을 달랜다. 앙코르 때는 획기적인 공연 기간의 확장이나 지방 투어도 고려해봤으면 좋겠다. OSMU를 통해 K뮤지컬의 ‘한류’로 확장을 꿈꾸는 이들에겐 좋은 선례를 남긴 것 같다. 제작진에게 응원의 마음을 전한다.

사진 서울예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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