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한 앞둔 유카 페카 사라스테&후안호 메나, 두 지휘자 매력 분석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5년 10월 1일 12:00 오전

흔들리지 않는 두 지휘봉 
‘정체성’과 ‘유동성’을 동시에 갖춘 두 명의 지휘자가 잇달아 내한한다

2000년대 중반 영국 오케스트라는 핀란드 출신의 지휘자가 장악했다.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감독 에사 페카 살로넨, BBC 심포니 감독 사카리 오라모와 더불어 BBC 심포니·런던 필하모닉과 꾸준한 관계를 맺은 유카 페카 사라스테가 있다. 2010년대 중반 들어 스페인어권 지휘자의 러시도 눈에 띤다. 그라나다 출신의 파블로 헤라스 카사도, 런던 필 수석 객원 지휘자로 임명된 콜롬비아 출신 안드레스 오로스코 에스트라다는 오히려 후발주자다. 그보다 앞서 맨체스터에 자리 잡은 바스크 태생 BBC 필하모닉 감독 후안호 메나가 있다. 태생지 고유의 정체성과 재임하는 방문지의 특성을 고루 반영하는 모범 사례로 꼽을만한 두 지휘자, 사라스테와 메나가 10월 한국을 찾는다.

부드러운 힘, 유카 페카 사라스테

인구 550만의 핀란드는 30여 개 프로 오케스트라를 보유하고, 연주자의 질과 관객 구성에서 가히 ‘유토피아’로 부를 만한 ‘관현악의 천국’이다. 9월 7일부터 일주일 동안 헬싱키 뮤직 센터를 찾았는데, 그곳에 위치한 시벨리우스 음악원 학생들이 수업을 마치고 시민들과 함께 핀란드 방송교향악단과 헬싱키 필하모닉의 명연을 함께하는 광경이 인상적이었다.
20세기 중반 파보 베리룬드를 뼈대로 시벨리우스 음악원에서 여러 제자를 양성한 요르마 파눌라와 작곡가 겸 지휘자 레이프 세게르스탐의 영향력 아래 수많은 핀란드의 지휘 재목이 1980년대를 기점으로 세계로 뻗어갔다. 오스모 벤스케, 에사 페카 살로넨, 사카리 오라모, 한누 린투, 미코 프랑크, 수산나 멜키, 피에타리 잉키넨의 이름은 이제 국내 음악 팬에게 꽤 익숙해졌다.

그중에서도 올해 예순을 맞은 유카 페카 사라스테는 2011·2013·2015년 세 차례 서울시향 지휘로 누구보다 친숙한 핀란드 지휘자다. 사라스테가 2010년부터 자신이 감독하는 쾰른 서독일 방송교향악단(WDR)의 첫 내한 공연을 이끈다.

핀란드 남부, 인구 10만의 라티에서 태어난 사라스테는 어려서 바이올린을 배우고 시벨리우스 음악원에 들어가 요르마 파눌라 문하에서 살로넨·벤스케와 함께 지휘를 공부했다. 피아노에 맞춰 학생이 지휘하면 교수가 감수하는 여느 클래스와는 달리 파눌라는 저학년부터 학생 오케스트라 실습을 보내 악단에서 일어나는 일을 스스로 해결할 능력을 테스트했다. 동시에 수십 명과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지휘자의 핵심 역량이며 그들을 장악하기 위해 팀워크로 움직이라는 교훈을 각자 터득하도록 했다. 자신을 단원으로 생각하면 거들먹거리지 않게 되고 지휘 도중 발을 구르거나 소리 내지 말라는 지침도 자연스레 전해졌다. 파눌라는 자신의 음악성을 강요하지 않아 악단을 대하는 기본 태도 이외에 제자들마다 음악적 개성은 완전히 다르다.

살로넨과 1983년 현대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아반티 체임버 오케스트라를 설립한 사라스테는 1987년 핀란드 방송교향악단 수석지휘자를 맡아 14년을 재임했고, 두 차례 시벨리우스 교향곡 전집을 녹음했다. 1993년 악단과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건너가 녹음한 시벨리우스 전집의 핀란디아 발췌본이 ‘월간음악’ 부록 CD로 나오고, 핀란드 레이블 온딘이 수입되면서 사라스테의 얼굴이 국내에도 알려졌다. 1990년대 스코티시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토론토 심포니에서 음악감독을 경험했고, 2000년대 들어 BBC 심포니 수석 객원 지휘자와 오슬로 필하모닉, 라티 심포니의 음악감독을 지내면서 영국과 북유럽이 사라스테의 진가를 공유했다.

2010년부터 세묜 비치코프 후임으로 쾰른 서독일 방송교향악단 음악감독에 취임하면서 사라스테는 새로운 전기를 맡았다. 음악적으로는 저역을 기본으로 어둡고 무거운 울림의 목관과 고음역의 현을 절묘하게 조탁하는 시벨리우스·닐센 전문가의 위상 이외에 베토벤 교향곡을 시작으로 브루크너·말러에 대한 탐구를 본격화했다. 지리적 영향으로 프랑스 작품을 자주 다룬 WDR의 유산을 사라스테도 존중해 프로필 레이블에서 스트라빈스키 ‘불새’를 녹음했다.

사라스테는 바톤을 이용해 정확한 비트를 기하기보다 리듬 감각을 온몸으로 끌어내면서 오케스트라가 이에 조응하도록 드라이브를 거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자신의 지휘 언어에 익숙한 악단을 순회하면서 스케줄을 채우는 편이다. 전체적으로 사조를 불문하고 큰 스케일을 선호하고, 세부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처리해 객원 연주가 끝나면 단원들로부터 뜨거우면서 신선하다는 반응이 자주 들린다. WDR과는 2018/19 시즌까지 연장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재계약의 일성으론 ‘레퍼토리 확장’을 내세웠다. 다음은 일문일답.

어릴 땐 누구를 동경했는가?

어릴 때 고향을 방문한 대음악가들에 대한 기억이 있는데 주로 러시아를 주름잡은 피아니스트들, 에밀 길렐스와 스뱌토슬라프 리흐테르가 좋았다. 그 밖에는 마르타 아르헤리치를 가장 동경했다. 음악을 하는 동안 가장 높은 차원에서 만났던 이들이다.

WDR과 함께한 5년의 소감은 어떤가? 악단엔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나?

모든 수석지휘자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사운드를 만들어야 하고, 오케스트라는 그것을 연주로 구현해야 한다. 지금까지 함께한 시간은 성공적이었고 오래된 레퍼토리에도 발전이 있다고 본다. 나에겐 신나는 시간이었다.

재임 기간 동안 어느 프로젝트가 인상적이었는가?

시작할 때 새 조합이니만큼 프로그래밍부터 전열을 가다듬자고 했다. 그래서 착수한 게 베토벤 교향곡 전곡과 말러·스트라빈스키·쇤베르크였다. 브람스 작품들은 녹음도 병행했는데 초기 단계부터 작곡가를 잘 살피고 앞으로 나가자는 음악적 합의가 있었다. 그래서 더 많은 음악을 살펴보게 됐고, 2015년엔 어느 해보다 시벨리우스를 더 연주하고 있다. 소리는 새로워졌고 아마 표현도 새로워지지 않았을까. 앞으로도 악단에 새로움을 불어넣고자 한다.

프로그래밍을 할 때 기준으로삼는 원칙이 있는가?

일정한 규준은 없다. 내가 지휘할 곡을 정할 땐, 다양한 작곡가의 흥미로운 작품을 먼저 고른 다음 단장 지크발트 뷔토와 토론을 걸쳐 확정한다.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상주 아티스트나 시즌 주제를 정할 때도 토론한다.

WDR의 상주 공연장인 쾰른 필하모니의 어쿠스틱은 만족하는가? 세 차례 연주한 예술의전당의 음향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진심으로 쾰른 필하모니의 어쿠스틱 상태에 만족한다. 악단뿐 아니라 음악가들을 기분 좋게 하는 완벽한 음악의 집이다. 예술의전당의 따뜻한 어쿠스틱도 나는 좋아한다. 내가 연주해본 어느 곳보다 음향적으로, 어떤 기분상의 묘미를 주는 곳이다.

쾰른은 볼프강 림·슈토크하우젠 같은 독일 전위음악이 태동한 곳이다.

WDR은 현대음악 연주에서 세계 최고의 악단 중 하나이며 500개가 넘는 신작을 연주하고, 많은 곡을 초연했다. 무엇보다 독일 공영 방송 연합(ARD)의 일원으로 완벽한 녹음을 수행하면서 아주 정확한 스타일을 견지했다. 그래서 리드미컬하고 복잡한 현대음악 연주에 매우 적합하다.

브람스 교향곡 전곡 연주의 소득은 무엇인가?

전곡 단위로 작품을 감상하는 게 아주 재밌는 일이다. 작곡가가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작품을 발전시켰는지 알 수 있다. 한국에서도 브람스 교향곡 전곡을 연주할 텐데 관객들이 브람스의 네 개의 교향곡을 듣고 아주 명확하게 작곡 스타일의 발전상을 이해할 것이다.

브람스 음악의 특징은 무엇으로 보는가?

각자 브람스에 관한 주관이 있는데 나는 북유럽의 암흑과 빈의 긍정적인 캐릭터가 브람스 안에 재밌게 혼재한다고 본다. 두 가지를 조합하다 보면 브람스 음악에 자신감을 갖게 되는데, 브람스 음악은 늘 이 두 가지 기분을 함유하고 있다. 양면성 때문에 사람들은 작품을 놓고 다양하게 사고할 수 있다.

당신의 음악엔 리듬으로 유동하는 뜨거움이 존재한다는 비평이 자주 실린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누군가가 그런 생각을 알아주는 게 기쁘다. 언급한 내용이 내가 음악을 만들면서 최우선 가치로 삼는 것들이다.


▲ 후안호 메나 ©Sussie Ahlburg

유쾌함에 녹여진 열정, 후안호 메나

2008년 3월, 나는 BBC 필하모닉의 내한 공연차 서울을 방문한 수석지휘자 잔안드레아 노세다와 단장 리처드 홀리의 차량에 동승했다. 예술의전당 리허설을 가다가 홀리가 말했다. “투어가 끝나면 재계약 논의를 해야 합니다.” 노세다는 자신은 이탈리아 쪽 오페라단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했다. 우연치 않게 들은 밀담에선 여러 인물이 언급됐지만, 2010년 여름 후임으로 발표된 후안호 메나의 이름은 없었다. 창단 이래 줄곧 영국권 지휘자에게 감독을 맡겼던 BBC 필은 프랑스(얀 파스칼 토르틀리에), 이탈리아(잔안드레아 노세다)에 이어 스페인 지휘자에게 악단의 미래를 맡겼다.

홀리에게 메나를 소개한 이는 2007년 가을 바르셀로나의 프로모터였다. 그전까지 메나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는 홀리는 메나를 보기 위해 노르웨이 베르겐으로 건너가 지켜본 작품이 10월 BBC 필하모닉 내한작인 슈베르트 교향곡 9번 ‘그레이트’와 베리오의 ‘렌더링’이었다. 공연을 보자마자 메나의 에이전트에 연락했고 2008년 여름 맨체스터로 메나를 불렀다. 감독으로 임명하기까지 네 번의 공연이 주어졌고, 메나는 야외 공연이나 샨도스 리코딩, 라디오 공개방송 같은 잔업도 매끈하게 처리했다. 구성원 모두를 놀라게 한 작품은 버르토크의 ‘허수아비 왕자’였다. 하루나 이틀 리허설로 공연을 올리는 영국 악단에선 레퍼토리로 삼기 어려운 작품을 단번에 완성품으로 내놓은 기막힌 수완에 BBC 필은 2011/12 시즌부터 그를 수석지휘자로 임명했다.

1965년 스페인 바스크 주 빅토리아에서 태어난 메나는 마드리드 왕립음악원에서 지휘를 배웠다. 1999년부터 2008년까지 빌바오 심포니 예술감독으로 활동했다. 빌바오 시절엔 낙소스에서 헤수스 구리디·안드레스 이사시 같은 스페인 무명 작곡가들을 조명했다. 메나의 잠재력을 먼저 알아본 곳은 볼티모어 심포니였다. 미국으로 간 메나는 대륙마다 전혀 다른 기질의 소유자들이 악단을 구성한다는 점을 파악했고, 유머러스한 천성으로 단원들과 소통하는 기술도 발휘했다. 메나의 실력에 대한 소문은 금세 퍼져 제노아의 테아트로 카를로 펠리체와 베르겐 필하모닉이 주요 포스트를 맡겼다. 2013년 3년짜리 재계약을 BBC 필과 체결했고, 내년 초 계약을 다시 연장할 것으로 보인다. 런던 매니지먼트들이 이미 메나의 플랜에 맞춰 2017/18 시즌 BBC 필 협연자 인선을 돕고 있다.

메나는 학창 시절, 첼리비다케에게 받은 뮌헨에서의 마스터클래스가 음악 생활의 전기였다고 여러 번 인터뷰했다. BBC 필 정기 공연에선 스페인 작품, 프롬스에 나가선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말러·브루크너에서 프뤼벡 데 부르고스를 연상케 하는 절묘한 감각이 절찬을 받았다. 비트의 정확함에선 독일 스타일이, 큰 몸집에서 풍기는 여유 있는 포스는 라틴 정서로 투과됐다. 2009년 빌바오 심포니 일본 공연이나 라 폴 주르네, 교토 심포니 객원 지휘가 아시아와의 인연이었다.

메나의 유머는 지난 3월 위그모어홀에서 직접 볼 수 있었다. 주로 영국의 원로 연주자들로 채워진 내시 앙상블이 성악곡에 메나를 지휘자로 초청했다. 앙상블은 지휘자와 교감을 주저했고 냉랭한 분위기가 이어질 찰나, 메나가 갑자기 다리를 절었다. 가뜩이나 좁은 무대에서 단원들이 지휘자의 출입로를 만들어주지 않자 그 비좁은 틈을 절면서 들어가는 슬랩스틱으로 메나는 단원들의 마음을 열었다. 비굴한 모습은 없었다. 뜨거운 음악을 위해 흉금을 트는 인격자가 있었다. BBC 프롬스를 위해 런던을 방문한 메나와 만났다.

그동안 함께한 한국인 연주자는 누구인가?

세비야·베르겐에서 백건우와 연주했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에선 악장 데이비드 김·비올라의 장중진, 덴마크 내셔널 심포니에선 홍수진(바이올린)·홍수경(첼로) 자매를 잘 안다. 수원대 관현악과에 바스크 친구 우나이 우레초가 일한다.

북유럽과 영국, 스페인과 미국에서 많은 지휘를 했다. 어떻게 다른가?

스페인은 규율이 덜한 대신 정열을 모두 지휘자에게 헌납한다. 코펜하겐이나 베르겐에선 섹션별로 하나의 소리를 만들어주는 게 일품이다. 좋은 음악을 위해 악단 중 튀는 연주자도 있어야 하는데 북유럽에선 내가 다른 주자들보다 낫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영국은 초견이 좋다. 빠른 시간 안에 좋은 결과를 만든다. 뉴욕 필은 ‘오케스트라 머신’이었다. 최고 테크닉 이상의 감정교환은 준비된 지휘자에게만 허락하는 곳이었다.

마드리드 음악원에서 스승 가르시아 아센시오는 무엇을 강조했나?

양손의 사용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환상적인 기술을 배웠다. 입학 때는 바로크 작품에서 어떤 지휘자들은 지시의 내용을 알 수 없는 바톤 테크닉으로도 훌륭한 음악을 만들곤 하던 게 그 시절엔 신기했다. 나중에 공부해보니, 바로크 관현악은 지휘자가 사실상 필요 없는 시절의 작품이었던 것이다. 아센시오에게선 기교뿐 아니라 어느 사조에 따라 지휘자의 역할이 어땠는지를 배웠다. 지휘자에게 악단에 다가가기 위한 문을 여는 열쇠가 지휘봉이다.

큰 체구로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모션에서 언뜻언뜻 첼리비다케가 떠오른다.

그는 오른손으로 모든 것을 좌우할 수 있다고 했다. 오른손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굴곡을 줘야 한다고 했다. 레가토는 서로를 잇는 것이다. 어떻게 이어야 할까. 왈츠를 보자. 세 박자 비트에 지휘자가 주는 굴곡이 명확히 바톤으로 전해져야 한다. 첼리비다케는 명료한 바톤 테크닉의 의미를 일깨웠다.

첼리비다케 클래스에서 배운 건 무엇인가?

첼리비다케의 리허설에서 브루크너 9번 2악장의 뮌헨 필 트롬본과 트럼펫은 내가 생각하기에 너무 볼륨이 크다고 봤다. 첼리비다케는 트롬본이 가진 악기의 본질이 뭐냐고 나에게 물었다. 저기 앉아 있는 트롬본 연주자가 누군지를 알아야 지휘자는 그 볼륨을 조절할 수 있다고 했다. 같은 패시지에서 트럼피터가 이전에 내던 소리를 못 냈다. “그러고 앉았으면 바로 집에 가버리란 말이야” 소리가 나왔다. 이어 나온 트럼펫 소리는 모두의 귀를 아리게 했다. 첼리비다케 덕에 단원과 지휘를 배우는 학생 모두 강해질 수 있었다.

BBC 필하모닉은 이제 당신의 스페인 음악 해석을 만족스럽게 구현하는가?

스타카토에 반응하는 민첩성과 순발력은 영국 최고 수준이다. 내 비팅에 담긴 세부적인 의미를 분절해 이해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언제 멈춰야 하고 언제 달려야 할지 알고 있다. 그래서 리허설에서 연습한 대로 가지 않고 즉흥에 맞춰 서로 믿고 자연스럽게 음악을 내버려두는 수준에 이르렀다.

BBC 필하모닉과 영국 작곡가의 작품을 연주할 때 악단은 당신의 해석에 충실한가. 혹은 그동안 축적했던 유산을 보이는 경향을 띠는가?

내가 악단에 오기 전부터 이들은 엘가의 전문가였다. 내가 공부한 것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리허설이 진행되어, 잉글리시 사운드는 무엇이고 엘가적 리듬은 무엇이냐고 내가 물었고 단원들이 제 의견을 피력했다. 악곡대로 메조포르테와 메조피아노대로 연주할 때 모호한 부분에서 단원들은 적극적으로 의사를 개진했다. 무언가를 창조한다는 욕심 대신 이들 덕에 내가 엘가에 접근했다. 결국엔 에이드리언 볼트의 자취를 읽어낼 수 있었다.

BBC 필은 영국 악단이지만 독일 작품을 잘 연주하는 집단인가?

샨도스의 레코딩이나 정기연주회를 통해 슈베르트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브루크너를 함께 했다. 비교를 통해 무언가를 성취하는 이들이 아니다. 새로운 해석에 마음을 모두 열어준다. 슈베르트 교향곡을 예를 들면 사운드의 깔끔함에 있어 연주할 때마다 진보하는 폭이 엄청나다. 지휘자를 설레게 하는 악단이다.

사진 성남문화재단·빈체로

Back to site top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