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무한동력’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5년 10월 1일 12:00 오전

9월 4일~2016년
1월 3일 대학로 TOM 1관

오랜 친구의 작은 선물

원작만큼이나 깔끔하다. 특히 각박한 서울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평범한 인생들이 보여주는 작은 일상과 꿈, 좌절과 희망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오랜만에 만난 수수하고 뭉클한 뒷맛의 작품이라 더 반갑다. 창작 뮤지컬 ‘무한동력’이다.

시작은 만화다. 인기 작가 주호민이 연재하던 동명 타이틀의 웹툰이다. 현대 문화산업에서 웹툰이 인기 높은 원 소스 구실을 하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현상이다.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나 올 초 큰 사랑을 받은 드라마 ‘미생’이 전형적인 사례다. 물론 이런 콘텐츠의 가장 큰 매력은 익숙하지만 새롭고, 잘 알고 있지만 다시 봐도 재미있는 장르 초월의 변화에 기인한다. 관객의 지갑을 열게 하는 대중성 면에서도 장점이 많다. 고가의 문화상품으로 여겨지는 뮤지컬을 보며 지출의 효용 가치를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드물다. 이미 흥행과 재미가 검증된 원 소스의 무대 적용은 작품에 대한 우려를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원작의 힘이 곧 브랜드 가치가 되는 셈이다.

주호민의 웹툰은 최근 뮤지컬 무대에서 상한가를 기록 중이다. 얼마 전 흥행한 ‘신과 함께’의 원작도 잘 알려진 대로 그의 작품이다. 특별히 주호민표 웹툰이 뮤지컬로 각광받는 이유는 아마도 장면 전개나 인물 혹은 사건 묘사에 있어 촘촘하기보다 다소 유격(裕隔)이 있는, 그래서 조금은 시큼털털해 보이는 독특한 매력이 무대로의 변환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OSMU(원 소스 멀티 유스)의 재미가 원 소스의 단순한 무대적 재연보다 크고 작은 변화와 그에 따른 재구성의 묘미에서 비롯한다면, 주호민의 웹툰은 재밌을 수밖에 없는 원초적 매력을 지니고 있는 셈이다.

뮤지컬 ‘무한동력’은 자극적인 함흥냉면보다 감칠맛 나는 평양냉면 같다. 화려하진 않지만 순간순간 공감되는 이야기의 매력이 큰 저력이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요란한 치장을 한 요즘 우리나라의 뮤지컬들과는 대척점에 있다. 덕분에 오히려 매력이 넘친다. 공연장을 나서며 행복한 미소를 품은 관객들을 흔하게 볼 수 있는 이유다.

작곡가 이지혜의 작품들에서 만날 수 있는, 서정적인 선율을 효과적으로 담아낸 음악은 이 작품에서도 여전히 반짝거린다. 특히 라이브 연주로 들려주는 건반의 선율은 무척 아름답다. 오필영의 깔끔한 무대와 조화도 뛰어나다. 단막으로 진행되는 100여 분의 공연이 마치 오랜 친구가 문득 건네주는 작은 선물 같다. 뮤지컬을 좋아하는 마니아 관객이라면 이 작품을 소중히 느낄 수밖에 없다.

우여곡절을 지나 다시 무한동력을 가동시키기 위해 모든 식구들이 모인 마지막 장면은 단연 이 작품의 백미다. 공연 내내 꼼짝도 않던 커다란 물레 모양의 바퀴들이 서서히 돌기 시작하면 울컥하며 눈가가 촉촉해진다. 27살의 절박한 취업준비생 장선재,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잉여 인생의 수의학과 휴학생 진기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알바 인생에 지나지 않는 무용과 중퇴생 김솔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시대 젊은이의 안쓰러운 자화상이지만, 결국 무대는 ‘그래도 희망이 있어 내일을 꿈꾼다’는 메시지를 살포시 내민다. 뮤지컬이 관객의 마음을 치유하고 다독거리는 순간이다. ‘사랑스러운 작품’이란 이럴 때 쓰는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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