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센터 데이비드 게펀홀 현판식

명품 음향을 위해 1억 달러 투자한 연예계 거물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5년 11월 1일 12:00 오전

지난 9월 24일, 뉴욕 맨해튼의 링컨센터 광장은 대낮부터 분주했다. 관광객이나 공연 티켓을 구입하러 오는 사람들이 늘 오고 가는 평일 오후와는 사뭇 달랐다. 뉴욕 필하모닉의 전용 연주홀인 에이버리 피셔홀의 입구는 붉은색 커튼으로 가려 있었고, 그 옆에는 작은 단상과 마이크 시설 그리고 각종 미디어 장비가 주인공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손으로 드레스 자락을 들고 광장으로 향하는 유명 인사들의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가 점점 빨라지는 것을 들으니 뭔가 큰 행사가 있다는 것이 감지됐다. 예상대로 ‘에이버리 피셔홀’이 ‘데이비드 게펀홀’로 간판이 바뀌는 역사적인 일이 일어나는 순간이었다. 세계 주요 언론은 일제히 이 소식을 보도했다.

링컨센터는 겉으로 멀쩡해 보이는 에이버리 피셔홀의 내부를 우리 돈 6000억 원이라는 예산을 들여 재건축하는 대형 공사를 결정했다. 7년여의 공사 끝에 최근 문을 연 파리 필하모니의 건축비가 약 5000억 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보수 공사에 6000억 원을 투자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껍데기만 두고 전부 바꾸는 것과 다름없었다. 1997년도에 대대적인 보수 공사를 했던 케네디 센터 콘서트홀의 음향이 ‘끔찍한’ 수준에서 ‘답답한’ 수준으로 업그레이드되었듯, 1962년 뉴욕 필하모닉의 홈이었던 연주홀 역시 거액을 내놓은 에이버리 피셔의 후원으로 지금의 ‘답답한’ 수준의 음향을 갖추게 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간판 악단의 홀에 대한 불만이 이어지자 링컨센터 회장 캐서린 페어리는 1973년 당시 우리 돈 약 120억 원을 내놓고 홀의 이름을 붙인 에이버리 피셔가(家)에게 약 180억 원의 보상금을 지불했다. 그리고 새로운 홀 로비에 그를 기념하는 공간을 마련하는 조건으로 ‘에이버리 피셔’라는 이름에 대한 법적 권리 포기를 골자로 하는 계약을 성사시켰다.


▲ 오른쪽부터 두 번째가 데이비드 게펀

페어리 회장은 링컨센터 콘서트홀이 자유의 몸이 된 사실을 알리는 동시에 게펀과의 만남을 전격적으로 성사시켰다. 게펀은 브루클린 출신으로 UCLA 의대에 3600억 원이라는 역사적인 액수를 후원한 입지적 인물이다. 그는 스티븐 스필버그와 함께 드림웍스 영화사를 세웠고, 음반 회사를 설립해 천문학적 돈을 거둬들인 미국 연예산업의 거물이다. LA 현대미술관의 수석 큐레이터인 폴 시멀의 표현대로 게펀은 종전 후 미국 현대미술 작가들의 대표 작품을 소장한 가장 독보적인 수집가이기도 하다. 작년에는 오스카상을 선정하는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의 박물관 건립을 위해 약 300억 원을 쾌척하여 화제가 되었다.

게펀을 비롯하여 음악계 거물들이 모인 현판식의 다음 순서는 앨런 길버트와 랑랑이 꾸미는 뉴욕 필의 시즌 오프닝 연주로 이어졌다. 특별히 이 연주는 잉 현악 4중주단과 휴스턴 심포니의 악장을 거친 중국계 바이올리니스트 프랭크 황이 뉴욕 필의 악장으로 데뷔하는 날이었다. 약 30년 동안 악단을 이끌어온 글렌 딕터로우의 명성을 이어갈 새로운 얼굴 역시 세인들의 초미의 관심사로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링컨센터와 게펀의 계약은 1억 달러(약 1200억 원)의 지원과 함께 ‘데이비드 게펀홀’로 명칭을 바꾸고 홀의 이름을 변경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되었다. 이로써 치명적 약점을 안고 있었던 링컨센터 콘서트홀이 2019년 착공을 목표로 하는 데이비드 게펀홀의 이름과 함께 눈부신 음향을 자랑하는 명품 콘서트홀의 반열에 오르는 서막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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