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브로드웨이를 달구는 뮤지컬 작곡가 9인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5년 11월 1일 12:00 오전

미국 브로드웨이와 한국 서울의 간극이 좁아졌다. 브로드웨이에서 작품성을 인정받고 흥행에 성공한, 검증된 뮤지컬만 라이선스하던 시대는 오래전에 지났다. 주목받는 신작이나 혹은 별 성과를 내지 못한 작품도 제작사들은 한국의 입맛에 맞게 각색해 들여온다. 국내 제작사 사이에 속도 경쟁이 붙기도 한다. 뮤지컬 ‘고스트’는 2011년 영국에서 초연해 2012년에 브로드웨이에 입성했고, 2013년 한국어 버전으로 탄생했다. 뮤지컬 ‘원스’ 역시 2011년에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이후 3년 만에 한국 무대를 찾았다.

2012년 시카고에서 초연한 뮤지컬 ‘킹키부츠’는 이듬해에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한 후 한국에 첫 라이선스(2014)되었다. 이는 국내 제작사 CJ E&M이 약 100만 달러를 투자해 공동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국내 제작사가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투자한 사례는 이전에도 오디뮤지컬컴퍼니, PMC프로덕션 등이 있었지만 흥행에 성공한 것은 ‘킹키부츠’가 처음이다. CJ E&M은 성공 사례에 힘입어 뮤지컬 ‘어거스트 러쉬’를 자체 제작해 개막을 앞두고 있다.

현재 브로드웨이를 달구고 있는 뮤지컬 작곡가 9인과 그들의 최신작을 소개한다. 이들을 미리 만나는 것은 가까운 미래의 한국의 뮤지컬 라인업을 점쳐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제닌 테소리


▲ ©Joan Marcus

‘펀 홈’(2013) 올해 제69회 토니 어워즈에서 5개 부문을 수상한 뮤지컬이다. ‘펀 홈’은 ‘Funeral Home(장례식장)’의 줄임말로, 작품 속 가족은 전혀 재미있지 않다. 어린 앨리슨, 학생 앨리슨, 성인 앨리슨이 등장해 동성애자로 살아가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빠의 기억을 되짚는 한편, 자신의 성정체성을 찾아가는 내용이다. 레즈비언 딸과 게이 아빠의 이야기는 다소 충격적인 소재지만 부모 자식 간에 존재하는 갈등, 자식이 성장하며 이해하게 되는 부모의 감정 등에 대한 보편성으로 관객들의 공감을 얻었다. 테소리는 부녀간의 갈등과 시간의 교차를 미묘한 불협화음으로 끌어가며 작품에 담긴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는 평을 받았다.


▲ ©Brigitte Lacombe

톰 킷


▲ ©Joan Marcus

‘이프/덴’(2013) ‘넥스트 투 노멀’의 브라이언 요키(극작)·톰 킷(작곡)이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결혼생활에 실패하고 뉴욕으로 돌아온 39세 여성 엘리자베스의 이야기로, 한 가지 상황에서 두 가지 결말로 전개되는 형식이다. 군의관 조시와 두 번째 결혼을 했다 미망인이 되는 리즈의 인생, 커리어 우먼이 되어 살아가는 베스의 인생을 각각 보여주며 선택과 운명에 대해 이야기한다. 엘리자베스 역으로 뮤지컬 ‘위키드’,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이디나 멘젤이 출연한다. 전작인 ‘넥스트 투 노멀’에서는 록 장르를 중심으로 세련된 사운드를 선보였던 톰 킷은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멜로디와 모던한 분위기로 트렌디한 음악을 선보였다.

제이슨 로버트 브라운


▲ ©Joan Marcus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2013) 실화 소설을 원작으로 1995년에 영화로 개봉된 작품이다. 평범한 주부인 프란체스카는 남편과 아이들이 나흘 간 집을 비운 덕에 홀로 남겨지고, 여행 중 길을 잃은 로버트와 우연히 만나 강렬한 사랑에 빠진다.

신파 같은 스토리와 허술한 연출 덕에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제이슨 로버트 브라운은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 작곡·작사상, 토니 어워즈 극음악상·편곡상 등 음악에 관한 상을 모두 챙겼다. 브라운은 오케스트라를 브로드웨이 전통 방식이 아닌 클래식 음악 편성과 비슷하게 선택·배치해 풍부하고 서정적인 음악을 선보였다. 원작의 감성을 끌어올리면서 마치 영화음악같이 황홀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 ©Maia Rosenfeld

로버트 로페즈


▲ ©Southpark Section

‘북 오브 몰몬’(2011) 두 명의 젊은 미국 청년 프라이스와 커닝햄이 몰몬교 본부에서 아프리카 우간다로 선교 활동을 떠나 벌어지는 이야기다. 커닝햄은 혼자 선교에 나섰다 원주민 소녀에게 호감을 갖게 되고 그녀에게 관심을 얻기 위해 몰몬경에 대해 엉뚱한 상상을 더하여 설명한다. 커닝햄의 재미있는 이야기 덕에 수십 명의 원주민들이 세례를 받겠다고 찾아온다.

탁월한 코미디극으로, 미국인들과 우간다 원주민들이 소통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적 편견과 그릇된 우월 의식을 풍자한다. ‘사우스 파크’의 트레이 파커·맷 스톤이 참여했으며, 로페즈는 쉽게 흥얼거릴 수 있는 대중적인 멜로디와 재치 있는 음악을 선보였다.


▲ ©Walter McBride Getty Images

린 마누엘 미란다

‘해밀턴’(2014) 미란다가 공항에서 우연히 구입한 알렉산더 해밀턴의 전기를 읽고 영감을 받아 탄생한 뮤지컬이다. 캐리비언 작은 섬에서 태어난 빈곤한 소년이 미국 초대 재무부 장관이 되고, 죽음을 맞기까지 일대기를 그렸다. 불륜 스캔들과 안타까운 죽음 등 실제 모델 해밀턴의 인간적인 면모까지 철저하게 담았다. 2014년 퍼블릭 시어터에서 초연했고, 전회가 매진되는 인기를 얻었다. 미국의 건국이야기를 다루면서 흑인과 라틴 계열 배우들을 정면으로 내세운 것이 특징이다. 미국 역사에서 소외됐던 유색 인종에 대한 색다른 시각이라는 평이 쏟아졌다. 힙합 음악을 통해 분출하는 에너지는 다소 무거운 작품의 의미를 유쾌하게 담아냈다.

덩컨 셰이크

‘스프링 어웨이크닝’(2006) 사춘기에 접어든 십대들의 심리적 갈등과 육체적 혼란을 파격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지적인 반항아 멜키어는 벤들라를 임신시킨다. 멜키어는 감화원으로 수용되고, 벤들라는 낙태 수술을 받다가 죽음을 맞이한다. 모리츠는 시험에서 낙제하고 부모님이 두려워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인습과 규범에 얽매여 청소년을 인격체로 인정하지 않는 기성세대의 오류를 거침없이 비판했다. 원작은 독일의 희곡 작가인 프랑크 베데킨트가 1891년에 완성한 연극 대본이다. 당시 금기시하던 청소년들의 성문제를 적나라하게 묘사하여 공연이 금지됐다. 15년이 흐른 뒤 막스 라인하르트에 의해 막이 올랐다. 2006년 뮤지컬 초연 시 획기적인 연출로 호평을 받았다.

팝 음악의 전설들, 브로드웨이의 문을 두드리다

대중음악계의 새 역사를 기록했던 ‘팝의 전설’들이 뮤지컬계로 영역을 확장했다. 내공이 담긴 음악으로

브로드웨이에 화제를 몰고 온 세 명의 뮤지션을 소개한다


▲ ©Courtesy Kupferberg Presents

신디 로퍼

1980~1990년대 ‘팝 음악계의 신데렐라’라 불리며 전 세계 대중음악 시장에서 빅 히트를 기록했던 신디 로퍼.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신작을 발표하고 콘서트를 열며 활발한 활동하고 있다. 그녀가 최근 뮤지컬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신디 로퍼가 작사·작곡에 참여한 뮤지컬 ‘킹키부츠’(2012)는 영국의 실화를 바탕으로 2005년에 동명의 영화가 먼저 개봉했다. 아버지로부터 망해가는 구두 공장을 물려받은 청년 찰리가 여장 남자용 부츠인 ‘킹키부츠’를 만들어 재기에 성공하는 이야기다. 화려한 무대로 다양한 볼거리가 주를 이루지만, 성적 소수자가 등장인물로 나오면서 인간에 관한 본질적인 묘사도 담았다. 그녀는 다양한 캐릭터와 상황을 묘사하기 위해 펑크·뉴에이지·탱고에 이르기까지 여러 장르를 공부했다고 한다. 통통 튀는 음악 스타일이 뮤지컬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며, 발라드 넘버까지 줄지어 호평을 받았다. 2013년 토니 어워즈에서 13개 부문 후보로 선정돼 최우수 작품상과 작곡상을 포함해 모두 6개의 주요 상을 싹쓸이했다. 토니 어워즈 역사상 최초로 여성이 단독으로 작곡상을 수상한 진기록을 남기며 ‘뮤지컬 음악계의 신데렐라’가 됐다.


▲ ©Frank Ockenfels

스팅

영화 ‘레옹’의 주제곡 ‘Shape of My Heart’를 부르던 스팅을 기억할 것이다. 불안한 가정환경 속에서 비틀스 음악을 들으며 뮤지션의 꿈을 키워온 스팅. 올해 예순네 살을 맞이한 그는 작가와 영화배우로도 활동하고 있다. ‘더 라스트 십’(2014)은 그가 3년 동안 작업에 몰두하여 완성한 첫 뮤지컬 작품이다. 어린 시절, 조선소로 유명한 마을 월센드에서 투박한 노동자의 삶을 보며 성장한 스팅은 6년 전 폴란드 실직 조선소 노동자들에 관한 기사를 보고 이 작품을 쓰겠다고 결심했다. 조선업 몰락의 시대상을 담은 줄거리는 스팅의 자전적 이야기다. 생존권을 박탈당한 노동자들의 투쟁은 가사로 은유됐고, 스팅의 전매특허인 서정적인 선율은 뮤지컬 넘버에서 빛을 발한다.


▲ ©Nadav Kander

톰 요크

현재 브로드웨이에서 라디오헤드의 보컬 톰 요크가 작곡에 참여한 뮤지컬 ‘올드 타임스’(2015)가 공연 중이다. 해럴드 핀터의 연극이 원작이며, 결혼 생활을 평온하게 영위하던 한 부부의 집에 아내의 옛 친구가 방문하며 결혼 생활이 혼란스러워지는 스토리다. 내용의 주요소인 ‘사랑’과 ‘기억’이 음악과 함께 흐르며, 톰 요크의 음악은 가슴 아픈 한 편의 서사시가 된다. 톰 요크가 처음 음악에 빠지게 된 것은 일곱 살 무렵 아버지에게 선물받은 기타 때문이다. 퀸의 앨범 ‘Greatest Hits’를 들으며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에게 커다란 영감을 받았다. 열한 살부터 밴드 활동을 시작했고, 고등학교 때 밴드 온 어 프라이데이를 구성해 작사와 작곡 실력을 차근차근 쌓았다. 현재는 라디오헤드 리드 싱어로 팀을 이끌고 있다.

글·정리 김호경 기자(ho@gaeksuk.com), 장혜선 기자(hyesun@gaeksuk.com)

자문 원종원(뮤지컬 평론가·순천향대 교수), 박천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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