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공연을 처음 본 건 2013년 12월 예술의전당에서였다. 서로 닮은 음악가가 선사한 앙상블은 연륜과 젊음이 빚어내는 그 이상의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날처럼 이들이 다시 듀오 연주로 청중을 찾는다. 12월 20일과 26일, 27일에 걸쳐 펼쳐질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연주. 바이올리니스트 김화라와 피아니스트 김대진은 어떤 베토벤의 얼굴을 그려낼까?
아버지, 피아니스트 김대진
12월 연주하는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연주 전에 수원시향의 시벨리우스 교향곡 전곡 마지막 연주도 남아 있는데, 요즘 많이 바쁘시죠?
그러네요. 바로 코앞에 시벨리우스 교향곡 전곡 연주의 마지막을 앞두고 있어요. 조금 알 것 같았는데 이제 마지막이네요. 사람들이 왜 전곡 연주를 한 번 하고도 다시 또 몇 번씩 하는지 알 것 같아요.
시벨리우스 연주 이야기를 잠시 먼저 해야 할 것 같은데요. 1년에 걸친 연주를 마치는 의미가 남다르시겠어요.
한 작곡가의 작품을 전곡 연주한다는 건 역시 어려운 일이었지만 의미가 깊었죠. 시벨리우스 교향곡을 전곡 연주한 악단이 우리나라에 없었는데, 그런 면에서 우리 스스로 자축할 만하다고 생각해요. 지휘자로서는 한 작곡가의 음악 세계를 넓게 바라보고 표현할 수 있는 기회였다는 것이 감사하고요. 특히 시벨리우스 교향곡은 여러 겹의 색채가 겹쳐져 하나의 그림을 이루는 유화 같아요. 멀리서 보면 마치 아름다운 자연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있어요. 수원시향으로서도 의미 있는 작업이었지요. 수원시향의 굵고 두꺼운 소리가 이 작업을 통해 더 폭넓고 깊어졌어요. 시벨리우스 교향곡 전곡을 연주하면서 우리만의 소리가 확립된 것 같아서 더 의미 있게 느껴져요.
전곡 연주를 하면서 시벨리우스라는 작곡가에 대해 더 느낀 점은 무엇이었나요?
그의 모든 작품이 자신의 끊임없는 노력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그리고 출발점은 자신이 불완전하기 때문에 시작했지만 언제나 그 답을 얻으려는 과정은 우리를 충분히 감동하게 했다는 걸 느꼈죠. 그가 국민적인 작곡가로서 많은 모범을 보였다는 것이 음악을 통해 마음으로 전해졌어요. 그리고 또 하나, 교향곡 7번의 재발견은 단원들에게나 저에게 무척 의미 있는 일이었지요.
마지막을 교향곡 1번으로 마무리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긴 여정의 시작이 이 곡이었음을 말해주고 싶었어요. 끝까지 가봤으니 이제 역으로 추적해서 처음 시작을 알려주고 싶었던 거죠. 시리즈의 마지막이지만 결국 끝나지 않는 음악적 기대도 갖게 하고 싶었고요. 완성된 그림의 처음 스케치를 보는 느낌이랄까요.
청중의 반응은 어땠나요?
시벨리우스 교향곡 전곡을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건 여러 모로 의미 깊은 일이죠. 우리도 음악 감상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때인 것 같아요. 스포츠의 경우 해외 프로농구팀이나 축구팀의 경기를 보며 열광하는 것 못지않게 우리 선수끼리 하는 경기도 그 나름대로 응원하고 즐기잖아요. 서로 비교하면서 보지는 않죠. 스포츠 관전 자체에 포커스를 맞추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유독 클래식 음악 공연에서는 외국인의 연주와 우리나라 연주자나 단체의 연주를 비교하곤 하죠. 곡 자체를 감상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말이에요.
작곡가의 작품 감상 자체를 즐기자는 말씀이시군요.
지금 우리나라 오케스트라들의 발전은 정말 눈부실 정도죠. 예전에 연주하던 것보다 많이 성장했고, 이제는 작곡가의 작품을 무난히 감상할 수 있을 정도의 연주력은 많이들 갖추고 있어요. 그런 음악 감상 문화가 정착되어야 지금 젊은 연주자들도 앞으로 국내 음악계에서 음악가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음악계가 본질에 충실해야 건강한 문화 토양이 만들어질 거라고 믿어요.
내년에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를 한다고 들었는데요.
앞으로가 수원시향만의 색깔을 만들어가는 과정 중 아주 중요한 시기가 될 것 같아요. 더 견고히 그 색깔을 만들어가야죠.
시벨리우스 전곡 연주를 마치면 바로 12월에 딸과 함께 베토벤 연주를 앞두고 계신데요.
요즘 시벨리우스 교향곡 연습하랴, 베토벤 연습하랴 마음이 바빠요(웃음).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의 경우 피아니스트에게는 신약성서에 비유될 만큼 의미가 깊죠.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베토벤 교향곡을 모두 연주했는데, 이번에는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을 연주하게 되었으니 제게는 신기한 경험이고, 무척 설레고 어떤 연주가 될지 궁금해요.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만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베토벤은 피아니스트였기 때문에 그의 작품들은 어느 것이든 굉장히 피아니스틱해요. 그래서 앙상블도 피아노의 역할이 무척 중요하죠. 바이올린 소나타의 경우 어느 한 시기에 집중되어서 작곡된 경향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베토벤 음악이 갖고 있는 구조적인 치밀함, 개성이 잘 드러나 있지요.
그러면 듀오 연주할 때 어떤 부분에 가장 초점을 맞추시나요?
역시 중요한 것은 앙상블을 잘하는 것인데, 서로가 호흡이 맞는 건 우린 워낙 잘 맞으니깐(웃음). 그 보다는 실내악을 잘하는 피아니스트들을 보면 피아노 소리에서 바이올린 소리, 첼로 소리, 비올라 소리 여러 악기의 소리가 들리거든요. 저 역시 어떻게 하면 피아노로 그 다양한 소리들을 내면서 바이올린 선율과 잘 블렌딩할 수 있을까. 그런 부분들에게 대해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같은 연주자로서 김화라 씨와의 앙상블 조합은 어떤가요?
화라가 어릴 때 몇 번 같이 연주하고 근래에 연주를 함께 했는데, 하면 할수록 음악적인 서로의 소통은 말할 필요가 없을 만큼 좋고 편해요. 지난번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함께 연주할 때도 서로가 연주에 너무 자연스럽게 동화되어 ‘이제 말하지 않아도 우리가 이렇게 잘 통하는구나’ 싶었어요.
같은 길을 걷기 때문에 아버지로서 더 조심스런 부분도 있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더 화라를 홀로 내버려둔 시간이 많았어요. 결국 연주자는 실력으로 말하는 거고, 자신의 길은 자기 스스로 가야 하는 거니까요. 주위 사람들이 제자들에게 쏟는 열정의 10분의 1만 자식에게 쏟아보라고 했을 정도였으니까요.
연주자로서 본 김화라 씨는 어떤 음악가인가요?
어린 시절부터 음악 하는 가정에서 자라다 보니 화라는 아주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한 케이스죠. 줄리아드 음악원 시절 실내악과 오케스트라를 좋아해 줄리아드 오케스트라의 악장을 지내기도 했고요. 실내악 경험이 많은 솔로 연주자들의 연주 속에는 폭이 깊고 넓은 아름다움 같은 것이 있는데, 화라 연주에서 그런 걸 느껴요. 또 자신만의 자유로운 음악 감성을 갖고 있어서 어느 땐 부럽기도 해요(웃음).
하지만 두 분의 연주를 들어보면 음악적인 방향이 같은 곳을 보고 있단 느낌이 들던데요.
우린 성격은 다른데 음악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놀라울 정도로 비슷해요. 연주하면서 뉘앙스, 타이밍, 프레이징 만드는 것까지 화라가 나를 많이 닮았다는 걸 느끼고 깜짝 놀라곤 하니까요.
그녀 연주만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꾸미지 않는 자연스러움. 화라의 성격과 닮았어요.
앞으로 어떤 연주자로 성장하길 바라시나요?
자기 색깔을 가진 연주자가 되기를, 그리고 유명한 연주자가 되기보단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는 음악가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번 연주가 어떤 시간이기를 바라세요?
전곡연주는 교향곡도 소나타도 부담이 되는 프로젝트죠. 교향곡 전곡 연주가 마치 대중들에게 전체 이야기를 포괄적으로 설명하는 연설에 비유된다면, 소나타 전곡 연주나 실내악 전곡 연주는 내면의 이야기를 긴밀하게 대화로 풀어나가는 독백에 비유될 수 있겠죠. 큰 무대, 화려한 무대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낯설 수 있지만 작곡가의 아주 내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해요. 결국 이번 연주를 통해 연주자도 청중도 베토벤의 내면에 다가설 수 있는 시간이 된다면 그것으로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딸, 바이올리니스트 김화라
근래에 연주 활동이 굉장히 활발했어요.
올해 바쁘게 지냈어요.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올해부터 콜번 학교에서 로버트 립세트 교수님과 함께 디플롬 과정을 공부하고 있어요. 그래서 오랫동안 정든 뉴욕을 떠나 LA로 이사도 했고요. 여름에는 라비니아 페스티벌에 초청받아 연주했고, 샌디에이고의 라호야 페스티벌에서도 초량 린과 함께 연주했어요. 한국에서도 다양한 무대가 많았는데, 며칠 뒤엔 대구에서 슬로바키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차이콥스키 협주곡 Op.35를 연주할 예정이에요.
오랜 시간 정든 고향 뉴욕을 떠난 기분이 어떤가요?
뉴욕에서 공부하는 동안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정말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 음악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지만, 지금 LA에서는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경험하기 어려웠던 삶의 작고 소박한 기쁨과 음악의 디테일한 표현들을 배우고 있어요. 배울 게 정말 많고, 앞으로 다양한 연주도 많이 하면서 지내려고 해요.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음악적인 도움을 받고 있나요?
제가 갖고 있는 아이디어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청중에게 전하는 방법에 대해 많이 배우고 있어요.
이번에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을 연주하는데, 도전하기 쉽지 않은 레퍼토리예요. 연주를 결정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제가 워낙 베토벤을 좋아해요.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는 다른 악기들과는 다르게 한 시기에 몰려서 작곡되었어요. 후기에 작곡한 곡이 있었으면 더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지만, 바이올린 작품 역시 견고하고 독창적인 베토벤의 음악 세계가 잘 나타나 있죠. 사흘에 걸쳐 연주하는데, 그래서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소나타들을 각 날짜에 한두 곡씩 넣었어요.
베토벤을 왜 좋아하세요?
베토벤을 신적인 존재처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전 오히려 그가 너무 인간적이어서 좋아요. 그의 음악을 들어보면 베토벤은 어린아이가 매일 느낄 수 있는 순수한 감정을 갖고 있다는 걸 느끼죠. 그리고 작품을 연주하면서 마치 베토벤의 인생을 보는 것 같아 마음 아프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해요. 힘든 삶을 살면서도 음악에 대한 진정성을 끝까지 추구한 점이 정말 멋진 음악가 같아요.
베토벤 작품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연주했을 텐데 아무래도 그때와 지금은 음악을 대하는 느낌이 많이 다르죠?
같은 음악이라도 언제, 어떤 환경에서 연주하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요. 그만큼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경험과 생각이 쌓였다는 얘기겠죠. 무엇보다 지금은 음악을 더 다각도로 깊게 표현할 수 있게 되었어요. 예전에 느끼던 감정과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많이 성숙해 진 것 같고요. 특히 이번 무대는 가장 가까우면서도 늘 닮고 싶은 분, 존경하는 아빠와 함께 하는 작업이어서 더 기대돼요.
교수님과 연습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만날 때 마다 하고 있어요. 아빠가 연습을 무척 열심히 하세요.(웃음) 사실 정식으로 듀오 무대를 가진 적이 몇 번 되지 않거든요. 2012년 겨울에 연주하고 듀오 무대는 2년 만에 갖는 건데, 당시 음악적으로 너무 잘 맞고 편해서 이번에 제가 또 같이 하고 싶다고 정식으로 프러포즈를 했어요.
교수님이 쉽게 허락하셨나요?
네.(웃음) 워낙 바쁘셔서 허락하실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쉽게 허락하시더라고요. 베토벤 전곡 연주라 부담스러우실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걱정했는데, 워낙 베토벤을 좋아하시니까 같이 해보자고 하신 것 같아요.
유명한 음악가의 딸이라는 것이 부담되지는 않나요?
아빠는 어려서부터 워낙 바쁘셔서 저희 자매(동생 김희라는 하버드대에서 예술사를 전공하고 있다) 챙길 시간이 없으셨어요. 그게 지금 생각하면 제겐 오히려 다행이었고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엄마도 바이올리니스트였지만 부모님 모두 저희들에게 자유롭게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는 스타일이셨고요. 그래서 저희 자매는 독립심이 강한 편이에요. 어딜 가든 혼자서 잘해내죠.(웃음) 그래서인지 연주를 할 때도 다른 사람의 시선보다는 제 스스로 만족하는 연주에 대해 더 의미를 부여하고, 음악적인 목표에 초점을 맞춰 연주해왔어요. 그래서 부담은 별로 없어요. 이렇게 함께 연주할 수 있는 파트너가 아빠라는 게 자랑스럽고 감사하죠.
그럼 요즘 아버지와 함께 있는 시간이 어린 시절보다 더 많아진 셈이네요.
네. 그렇지 않아도 근래 가장 많이 대화를 하는 것 같아요. 저희 가족은 여행도 함께 많이 하고 식사할 때는 음악을 주제로 몇 시간씩 수다도 떨지만, 정작 둘이 이야기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거든요. 사실 아빠는 가족 여행을 가서도 악보를 보실 정도로 ‘음악’에 집중하세요. 어쨌든 연주를 함께 하면서 더 존경하게 되었고, 정신적으로 가까워진 것 같아요.
곁에서 본 음악가로서 아버지는 어떤 분인가요?
‘음악’과 ‘교육’에서는 정말 완벽주의자세요. 하지만 그냥 아빠로서는 가족들에게 무척 자상하세요. 제가 아빠의 외모를 많이 닮았다고 하는데, 성격은 아주 달라요. 아빠가 완벽주의라면 저는 그런 면보다는 좀 더 유연하고 음악 외에 다른 문화를 즐기는 것도 좋아하죠. 하지만 아빠와 전 음악에 대한 목표가 같아요. 그건 함께 연주를 하면 할수록 더 많이 느껴요.
음악 말고 어떤 취미를 갖고 있어요?
작년에는 13마일 하프 마라톤을 뛰었어요. 뉴욕 맨해튼의 아름다운 가을 풍경을 마라톤하면서 다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자연과 햇빛, 초록색 나무들, 그리고 호수. 다음엔 풀코스에 도전하려고요.
2013년 애스펀 음악제 콩쿠르 협주곡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했죠?(김화라는 2008년 코퍼스 크리스티 콩쿠르 2위, 2010년 어빙 엠 클라인 콩쿠르에서 입상했고, 2012년 뉴욕 필하모닉 음악감독인 앨런 길버트가 지휘하는 줄리아드 오케스트라와 링컨 센터 에이버리 피셔홀에서 데뷔 무대를 가졌다) 줄리아드 음악원에 다닐 때 오케스트라 악장도 할 만큼 실내악과 오케스트라 활동에서 두드러졌는데요. 앙상블을 통해 가장 많이 배울 수 있는 건 무엇인가요?
다른 사람의 음악을 듣는 거요. 어릴 때부터 음악을 워낙 자연스럽게 많이 접하고 들어서 그런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음악을 만들어 가는 작업이 좋아요. 우리 세대가 동시대에 사는 사람들과 클래식 음악으로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연구해야 할 것 같아요.
현대음악 쪽에도 조예가 깊다고 들었는데.
고전음악도 좋지만 현대음악이 갖고 있는 매력을 되도록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 싶어요. 처음엔 어색해도 현대음악을 전하고 감상하는 일이 결국 클래식 음악을 잇는 다리가 되어줄 거라고 믿어요.
이번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무대가 어떤 시간이 되길 바라나요?
연주를 듣고 그곳에 온 청중들이 베토벤이라는 작곡가를 좋아하게 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음악은 언어잖아요. 연주자는 그걸 전하는 메신저고요. 그 역할을 잘해서 베토벤이라는 음악가가 얼마나 위대한지, 그가 남긴 음악 유산이 얼마나 아름답게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는 무대라면 좋겠어요.
미래에 어떤 꿈을 꾸고 있나요?
예술은 끝이 없는 것 같아요.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은 한결같이, 하지만 늘 앞으로 정진하는 그런 음악가가 되고 싶어요.
서로 닮는다는 것은 서로 사랑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아주 묘하게도 많이 닮았다. 서늘한 눈매가 그렇고 매력적인 미소가 그렇다. 언젠가 듀오 무대에서 브람스 음악만이 줄 수 있는 특유의 색채가 완성되자 서로 안도의 눈빛을 나누던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가끔 그런 풍경 속에 그냥 머물고 싶을 때가 있다. 서로 다르지만 하나가 되는 모습. 사랑이 음악이 되는 그런 순간 말이다. 베토벤으로 그려질 이날의 연주 또한 삭막했던 우리 마음을 데워줄 따뜻한 음악 여정이 되기를.
사진 박진호(Studio B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