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음반 레이블 채널 클래식스의 대표 재러드 색스는 최신 녹음 기술로 꾸준히 신예 음악가들을 소개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음반 레이블 채널 클래식스(Channel Classics)는 올해 창단 26주년을 맞이했다. 최신 녹음 기술을 통해 꾸준히 신예 음악가들을 소개해온 채널 클래식스는 지난해 그라모폰 클래시컬 뮤직 어워즈에서 올해의 레이블상을 수상했다. 1990년 채널 클래식스를 창립하여 지금까지 자신이 직접 엔지니어를 맡고 있는 재러드 색스(Jared Sacks)를 한국에서 만났다.
호른을 불던 미국의 청년
재러드 색스는 미국 보스턴에서 태어나 성장했다. 그에게 음악은 불현듯 스며들었다. 중학생 시절, 우연히 관람한 연주회에서 호른 소리를 접한 것이다. 마냥 “호른이 멋있어 보이던” 소년은 호른을 배우기로 결심했다. 그는 웃으며 말한다.
“그 당시 누구도 나에게 호른을 연주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말해주지 않았어요!”
보스턴에 있는 유스 오케스트라에서 연주 견문을 넓힌 재러드 색스는 오벌린 음악원에 입학했다. 3학년을 앞둔 여름, 스위스의 한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할 기회가 생겼고, 연주 후 오케스트라에 계속 있어달라는 요청을 받아 스위스에 머물기로 결정했다. 일 년 반의 시간이 흐른 뒤,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의 호른 연주자에게 레슨을 받기 위해 네덜란드로 건너갔다. 재러드 색스는 1975년부터 네덜란드에서 오케스트라 활동을 시작했다. 일 년 뒤 지금의 아내를 만나 세 자녀가 생겼고, 네덜란드에서 40년을 함께하고 있다.
채널 클래식스의 첫 발걸음
재러드 색스는 지인들과 함께 실내악 멤버를 구성했다. 그는 매월 마지막 일요일마다 자신의 집에서 하우스 콘서트를 열었다. 그 공간을 작은 콘서트와 마스터클래스를 열 수 있는 장소로 개방했고, 재러드 색스는 연주회를 녹음하여 기록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것은 AKG 마이크, 타스컴 스테레오 테이프 덱, DBX 노이즈 리덕션을 구매하여 레코딩을 배우는 계기가 됐다.
1985년, 디지털 레코딩 시대가 도래했다. 재러드 색스는 소니의 전문 녹음 장비들을 구비하여 클래식 음악부터 헤비메탈까지 다양한 장르의 마스터링을 시작했다. 1987년에 마지막 호른 연주회를 가졌고, 1990년부터는 장비들을 사무실로 옮겨 16명이 일할 수 있는 마스터링 룸을 조성했다. 이것이 바로 채널 클래식스의 시작이다. ‘채널 클래식스’는 당시 하우스 콘서트를 열던 집의 도로명 ‘채널’을 따와 만든 명칭이다.
잠실에 있는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재러드 색스는 카메라가 쑥스럽다며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인터뷰가 시작되자 흐르는 음악의 볼륨을 줄여달라며 이야기에 집중했고, 채널 클래식스 소속 음악가들을 말할 때는 매우 신나 보였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지난해 채널 클래식스는 25주년을 맞이했고, 그라모폰 클래시컬 뮤직 어워즈에서 올해의 레이블상을 수상했다. 2015년은 당신에게 정말 특별한 해였을 것 같다.
그라모폰에서 상을 받는다는 것은 무척 특별한 일이다. 우리 레이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넓어졌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려고 한다. 지난 12월 네덜란드 왕에게 오랑어 나사우 기사 작위를 받았다. 네덜란드 젊은 음악가들의 레코딩을 주도하고, 홍보한 것에 대한 격려라고 생각한다.
당신은 호른 연주자였다. 음악을 전공한 사람과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 음반을 제작할 때, 과정이나 결과물에서 어떤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나?
오케스트라 연주자로 참여한 레코딩은 나에겐 무척 귀중한 경험이 됐다. 학교를 졸업한 뒤 레코딩을 배우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그들에겐 오케스트라 연주 경험이 부족하다. 그러면 ‘듣고’ ‘이해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적은 수의 직원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채널 클래식스에는 오직 네 명의 직원이 있다. 나는 채널 클래식스의 모든 레코딩에 참여했고, 몇몇 프로젝트는 레이철 포저와 같은 전문 연주가들이 프로듀서 역할을 함께했다. 함께 일하던 조너선 애트우드는 지금 런던왕립음악원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 외에 재정과 마케팅 담당자가 각각 한 명씩 있다.
당신의 아내는 채널 클래식스의 디자인 작업을 하고, 아들은 웹사이트 관리와 비디오 작업을 한다.
아내는 나와 함께 일하기를 원했다. 내가 항상 일을 하기 때문에, 같이 일하지 않으면 함께 보낼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로스앤젤레스 필름 아카데미를 졸업한 아들은 레코딩 세션을 주로 촬영하고, 아티스트 인터뷰 영상물을 만든다. 아들과 나는 웹사이트 ‘Native DSD Music(www.nativedsd.com)’을 만들었다. DSD 레코드를 취하는 모든 레이블을 위한 사이트다.
채널 클래식스의 붉은색 로고에는 더블베이스 연주자가 있다. 로고에 들어가는 악기를 더블베이스로 정한 이유가 궁금하다.
내가 금관 앙상블을 했을 때, 리허설마다 그 모습을 스케치하던 한 여성이 있었다. 한번은 드보르자크의 ‘금관 앙상블을 위한 세레나데’를 연주했다. 이 작품은 더블베이스 파트가 필요한 곡이다. 연주 후 그녀는 더블베이스 주자를 그린 그림 몇 장을 내게 건네줬다. 레이블을 설립하며 로고를 고민하고 있을 때, 침대 위에 걸어놓은 그 그림이 시선에 꽂혔다. 그렇게 역사가 시작됐다!
빠르게 변하는 음악 산업 속에서 채널 클래식스는 ‘고음질’에 대한 신념을 이어가고 있다. 당신은 헤인 데커르와 함께 최초의 멀티채널 SACD로 발매했다. 그 이후 멀티채널 SACD의 제작과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클래식 음악 음반의 대중성과 음질의 퀄러티가 공존하려면, 앞으로 음악 산업은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음반 레이블은 마케팅이 필요한 회사임에 분명하다. 다음 음반을 만들려면 충분한 자금이 필요하니, 우리는 최대한 많은 CD와 음원을 판매해야 한다. 나는 항상 최고의 음질을 지향한다. 하지만 음반의 음질이 아티스트의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요소는 아니다. 오히려 레이블의 이미지에 도움이 된다. 새롭게 이름을 알리는 아티스트는 대중에게 음반을 소개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해야 한다. 많이 알려진 레퍼토리를 녹음하면 음반 판매에 도움이 되고, 연주회에 자주 오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그러한 시기가 됐을 때, 실험적인 레퍼토리를 도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당신이 사용하는 믹싱 테이블은 네덜란드의 한 엔지니어에게 특별 주문하여, 수공으로 제작한 것이다. 계속해서 장비를 개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음반 작업에서 특별히 신경 쓰는 장비가 있다면 무엇인가?
렌스 헤이니스는 네덜란드의 오디오 장비의 최고 전문가라고 자부한다. 최근에는 새로운 믹서와 배터리가 강해진 프리앰프를 개선했다. 안정적인 전원을 공급하니 연주 녹음 시스템이 크게 향상됐다.
바이올리니스트 닝펑과 함께한 ‘차이나 커넥션’을 비롯하여, 중국의 민속 음악가들을 소개하는 음반 작업을 했다. 아시아 전통 음악에 관심이 있는 편인가?
무척 관심이 많다. 다른 나라의 민속음악을 공부하고, 전통 악기들을 레코딩하는 것은 신선한 도전이다. 비파를 레코딩할 때가 아직도 생생하다. 그렇게 작은 악기인데도, 마이크를 멀리 떨어뜨려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굉장히 놀랐다.
채널 클래식스는 좋은 아티스트 발굴에 힘쓰고 있다. 특히 다나 셈트소브(비올라), 구스타보 누녜스(바순), 매슈 어드즈워스(류트) 등 비주류 악기 음반 제작에서 강세를 보인다.
나 역시 호른 주자 출신이라 비주류 악기에 대한 관심이 많다. 내가 운영하는 음반사가 생긴 뒤, 항상 자금 걱정이 따라온다. 이러한 작업들은 분명 예산 문제가 생기지만, 나는 새로운 도전이 정말 좋다. 나와 함께하는 아티스트들 모두 도전하고 싶은 용기가 생기는 훌륭한 음악가들이다.
채널 클래식스의 2016년 계획은 무엇인가?
2016년에는 몇몇 중요한 작업이 예정돼 있다. 이반 피셰르/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과 말러 교향곡 7번 녹음, 레이철 포저의 바흐 ‘푸가의 기법’ 녹음과 닝펑이 스페인 오비에도의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스패니시 프로그램을 작업하고 있다. 새로운 첼리스트도 소개할 예정이다. 니콜라스 알트슈테트의 쇼스타코비치 첼로 협주곡 1번과 바인베르크 첼로 협주곡을 선보인다. 그는 훌륭한 음악가이니 얼마든지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사진 심규태(h.a.r.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