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 뮤지컬 육성 사업 취재

5편의 창작 뮤지컬이 관객을 만나기까지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6년 2월 1일 12:00 오전


▲ ‘에어포트 베이비’

가능성을 키우기 위해 고민하는 창작자들과 그 노력에 힘을 싣는 이들의 동행

우수 창작 뮤지컬 제작 지원 사업(주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선정된 다섯 편의 신작 뮤지컬이 지난 1월 5일부터 관객을 만나고 있다. 2015년 5월에 열린 시범 공연 실연 심사를 거쳐 최종 선발된 작품 중 뮤지컬 ‘웰다잉’은 지난 1월 17일 폐막했고, ‘스페셜 딜리버리’(1월 29일~2월 14일,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안녕! 유에프오’(1월 31일~2월 14일, 아트원씨어터 1관), ‘에어포트 베이비’(2월 23일~3월 6일, 아트원씨어터 1관), ‘신과 함께 가라’(2월 23일~3월 6일, 동숭아트센터 동숭홀)가 초연 무대를 앞두고 있다.

2008년 ‘창작팩토리’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이 사업은 연극·뮤지컬에 집중하다 2011년 오페라·발레, 2013년 현대무용·한국무용으로 장르를 확대하며 ‘창작산실’로 이름을 바꾸었다. 창작 뮤지컬 육성 사업은 대본, 시범 공연, 우수 공연, 우수 재공연 지원의 4단계로 진행한다. 이번에 무대에 오르는 다섯 개의 뮤지컬은 각각 2천만원의 제작비를 지원받아 시범 공연을 개최했던 작품들이며, 각각 1억5천만~2억원의 제작비와 공연장 대관 및 홍보 지원을 통해 정식으로 관객을 만나는 것이다.

콘텐츠에 집중, 현실적 조언으로 완성도를 키우다

최근 몇 년 간 뮤지컬 장르의 신인 창작자와 새로운 콘텐츠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늘어났다. 현재 CJ문화재단의 CJ크리에이티브 마인즈, 충무아트홀의 뮤지컬하우스 블랙 앤 블루, 우란문화재단의 시야 스튜디오 등이 운영되고 있다. 이 중 창작산실의 창작 뮤지컬 육성 사업은, 신진 인력의 육성보다는 콘텐츠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본 심사를 시작으로 재공연까지 단계별로 지원하여 작품이 레퍼토리 공연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돕는다. 인재를 키우고 소재를 실체화하는 프로그램과 지속적으로 동반 성장한다면 창작 뮤지컬계의 저변 확대에 긍정적인 기능으로 작용할 것이다. 다만 하나의 작품이 정식으로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는 여러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는 것에 제한이 없어 때때로 특정 창작자나 콘텐츠에 기회가 집적되기도 한다. 해결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창작산실은 이번 우수 공연 제작 지원 작품을 선발하기 위해 공모된 총 14개의 작품을 심사했다. 심사위원은 왕용범·최성신(연출가), 구소영·이지혜(음악감독), 정수연(뮤지컬 평론가)으로 구성됐다. 14개 작품의 창작자들에게 이번 실연 심사는 무엇보다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 현재 뮤지컬계에서 발로 뛰고 있는 이들의 조언은 참신하고 기발한 콘텐츠가 완성도를 가지고 나아가는 데 길잡이가 되어 실질적인 힘을 실었다.

소재도, 접근도 신선한 5편의 창작 뮤지컬


▲ ‘웰다잉’

5개의 작품 중 첫 번째로 관객을 만난 뮤지컬 ‘웰다잉’은 시인이자 극작가인 김경주의 첫 뮤지컬이다. 뮤지컬 ‘빨래’를 쓰고 연출한 추민주가 연출가로 나섰다. 세 명의 노인이 쓸쓸한 노년의 삶을 비관하여 자살 여행을 떠나는 내용으로, 죽음에 대한 긍정과 삶의 재발견에 대해 이야기한다. 참신한 소재와 아기자기한 유머는 돋보였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전형적인 흐름을 지닌다는 것이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또한 빈약한 스코어는 보완이 필요해 보였다.

심사를 맡았던 정수연 평론가는 “김경주 작가 특유의 시니컬함과 추민주 연출가의 감동 코드가 이질적으로 작용했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노년의 이야기로 관객층을 넓힐 수 있다는 것과 관객에게 ‘죽음’의 의미를 고민하게 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작품이라고 본다”라고 평가했다.

<a href="#" data-lightbox="image-1" title="‘스페셜 딜리버리’
“>
▲ ‘스페셜 딜리버리’

‘스페셜 딜리버리’는 가출한 여고생과 노처녀 가수의 영혼이 뒤바뀌는 설정이다. 뮤지컬 ‘식구를 찾아서’를 쓴 조선형 작곡가와 오미영 극작·연출가가 다시 만났다.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시선, 자존을 키우기 위한 노력 등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에어포트 베이비’는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입양된 청년 조씨 코헨이 성소수자 할아버지 딜리아와 함께 생모를 찾아 나가는 여정을 담는다. 신시컴퍼니가 기획했고, 전수양(극작)·장희선(작곡)·박칼린(연출)이 참여한다.


▲ ‘안녕! 유에프오’

‘안녕! 유에프오’(극작 김중원, 작곡 김예림, 연출 박소영)와 ‘신과 함께 가라’(극작 이수진, 작곡 류찬, 연출 이석준)는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버스 운전기사와 시각장애 여성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안녕! 유에프오’는 영화와 달리 외계인 캐릭터를 추가하여 코믹한 요소를 더했다. 수도사 세 명의 긴 여정을 담은 ‘신과 함께 가라’는 류찬 작곡가가 그레고리오 성가를 기반으로 작곡하여 기대를 더한다.

창작 뮤지컬의 탄생을 연이어 지켜볼 수 있다는 점에서 창작산실은 창작 뮤지컬을 위한 작은 축제와도 같다. 이러한 축제 현장을 더 많은 관객이 만끽하기 위해서는 짧은 공연 기간과 충분하지 않은 홍보가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 ‘신과 함께 가라’

 


▲ ‘신과 함께 가라’

뮤지컬의 가능성을 점치는 기준

‘창작 뮤지컬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뮤지컬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근원적 질문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화려한 쇼, 가벼운 음악극에서 파생된 장르인 뮤지컬은 상업성에 정체성을 두고 있지만, 끊임없이 탐미하고 연구하며 영역을 확장해왔다. 뮤지컬의 가능성을 점치는 기준은 무엇일까. 정수연 평론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뮤지컬은 계속해서 자신을 적응시키는 유연성을 지닌 장르라는 점에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다. 한없이 천박한 오락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한없이 진지한 탐색일 수도 있다. 이러한 면에서 한국의 창작 뮤지컬은 아직 많은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본다. 예술로서의 허세, 주제에 대한 강박이 아직 존재하고, 가벼워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큰 것 같다. 한국 창작 뮤지컬 시장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의도를 가지고 다양한, 또 과감한 시도를 하는 작품이 늘어나야 한다. 작품이 완결성을 지니면 발전할 수 있는 동력이 생긴다. 창작산실이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자부심을 지닌 젊은 창작자들, 그리고 이들이 만든 콘텐츠에 큰 힘을 실어줄 것이라 기대한다.”

뮤지컬계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 앞장서고 있는 신진 창작자들, 그리고 그 가능성에 숨을 불어넣기 위해 고민하는 이들의 동행은 잠재적 관객들의 관심과 격려로 힘을 얻을 것이다. 이들의 행보를 주의 깊게 살펴보자.

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Back to site top
Translate »